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 금세훈 KAIST 연구원

▲ 공포에 대한 공감능력을 측정하는 관찰 공포 행동 모델. 신희섭 연구단장이 2010년 고안.(자료=IBS)
▲ 왼쪽부터 신희섭 연구단장, 금세훈 연구원(공동1저자).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두 상자 속에 생쥐가 들어있다. 생쥐들은 서로를 볼 수 있다. 한 쪽 상자에만 전기 충격을 가한다. 충격을 받은 생쥐는 ‘얼어붙는다.’ 돌아다니는 행동을 멈추고 공포에 떤다. 

투명한 플라스틱 막을 통해 바라보던 다른 쪽 생쥐는 어떨까. 마찬가지다. 함께 동작을 멈추는 행동을 나타낸다. 다음 날, 이 광경을 바라봤던 생쥐를 상자 안에 다시 넣어둔다. 이번엔 고통을 받는 상대가 없다. 전기충격도 없다. 하지만 생쥐는 얼어붙어 있다. 어제의 광경을 기억한 것이다.

신경과학 실험에서 쓰이는 ‘관찰 공포 모델’이다. 지난 2010년 신희섭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이 고안했다. 실험을 통해 쥐의 뇌 전두엽 ‘전대상피질’이 공감을 담당한 부분이라는 것을 보였다. 연구단은 사람과 생쥐의 뇌 속에 숨은 ‘공감’의 지도를 하나씩 그려 나가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신경세포 회로, 신경 신호를 만들어내는 유전자, 단백질을 다수 발견했다. 그 동안 찾아낸 유전자를 특이적으로 발현한 생쥐를 100여종 넘게 보유하고 있다.

연구단의 금세훈 KAIST 연구원, 김애리 UST 박사과정 연구원은 유전자 뉴렉신(Nrxn3)을 찾아냈다. 지난 20일 <뉴런(Neuron)>지에 실렸다. 뉴렉신 유전자는 뇌 속 SST 억제성 신경세포의 끝에서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신경세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행동을 억제한다.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자 쥐가 공포 반응을 더 크게 나타냈다. 

사람으로 따지면 불안장애, 또는 윌리엄스 증후군(William’s syndrome)에 걸린 것. 하지만 어떤 세포생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못했다. 금세훈 박사는 “뉴렉신이 유도한 단백질과 상호 작용하는 반대편 신경세포의 단백질에 영향을 미쳐 신경전달물질 분비의 기능 저하를 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감은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다. 금 박사는 “하품, 아기들끼리의 울음이 전염되는 것도 낮은 형태의 공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복잡한 정신심리학적 개념 때문에 과학적으로 그 정확한 경계 및 정의를 나누기는 아직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심리학계 일각에서는 쥐가 공감을 느낀다는 것을 부정한다. 그럼에도 연구단은 오늘도 뇌 속 대동여지도를 그리고 있다. 금 박사는 “신경과학적으로 공감을 정의하는 것”이 연구단의 궁극적 목표라고 밝혔다.

“우리는 내가 동일한 경험이 있을 때 혹은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가 고통에 있을 때 더 크게 공감해 마음 아파한다. 우리는 공포에 대한 공감을 실험했지만, 외국에서는 위로, 갇힌 동료를 구출해주는 모델을 사용했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우리는 전대상피질에 존재하는 SST 신경세포가 다른 형태의 공감을 느끼는 데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는 생쥐가 공포에 공감을 느낄 때, SST 억제성 뉴런이 어떤 활성을 가지며 행동을 조절하는 지가 우리의 가장 큰 관심분야다.”

▲ 연구진은 공포 공감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전두엽 전대상피질 부위 신경세포(Neuron)의 전기·생리학적 신호를 측정했다. 실험 결과, 뉴렉신(Nrxn3) 유전자를 제거했을 때 공포에 대한 공감 능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뉴런의 흥분을 억제하는 신경전달 물질인 가바(GABA, Gamma-aminobutyric acid)를 분비하는 능력이 크게 줄었다.(자료=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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