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수 본지 논설위원/ 순천향대 일반대학원 경영학 교수(창업지원단장)

대한민국 청년들이 어려운 만큼 대학도 어렵다. 대학은 입구의 어려움과 출구의 어려움을 동시에 겪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어 입학자원이 눈에 보이게 줄고 있다. 이미 괴담수준의 입학생 미달 이야기들이 지방에서 떠돈다고 한다. 출구의 어려움은 학생들의 취업난이다. 학점 이수를 마친 학생들이 홀연히 휘파람 불며 교문을 나서야 하는데 갈 곳이 없어 학교 주위를 맴돌거나, 대책 없는 편의점 알바로 소일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은 어렵고 괴롭다.

두 가지 어려움 모두 엄격히 따지고 보면 대학이 초래한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인구가 줄기 때문이고 사회적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줄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보면 대학입장에서 남의 문제라고 할 수만도 없는 이유도 있다. 인구추세가 이렇게 변하리라는 것은 오래전에 예측이 됐고, 저성장과 고용 없는 성장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징조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알면서 대응하지 않은 것이 귀책사유다. 몸집을 줄이고 존재 방식도 바꿨더라면 이렇게까지는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도 나름 변해왔다. 대학이 처음 생겼을 때는 지식을 전수하는 가르치는 대학(Teaching)으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대학은 기존의 지식을 단순 전달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야 한다고 해서 대학원 중심의 연구하는 대학(Research)으로 변신했다. 제1차 대학혁명이다. 그러나 국가 사회가 복잡해지고 기술의 변화가 심화되면서 대학은 또 한 번의 변신을 요구받게 된다. 대학이 사회가 실제로 필요하지 않은 연구만 할 게 아니라 국가 사회의 변화에 적극 기여하는 대학이 돼야 한다는 현실적 요구다. 대학이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 지역과 사회 혁신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기업가적 대학(Entrepreneurial University)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제2차 대학혁명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미국의 Babson, MIT, Standford 대학들이 학생과 교수들의 창업을 통해 대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과 국가에 크게 기여한 혁명을 이끈 대학들이다. 그 외의 많은 대학들이 지역혁신의 주체로, 일자리 창출의 주역으로 국가 사회의 현안을 해결하는 당사자로 나서고 있다. 교육과 연구의 상아탑에서 현실 문제의 해결자로 변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상아탑이 현실문제의 해결자로서 기업가적이기 위해서는 과거식으로는 안 된다. 보다 절실하고 개방적이고 혁신적이며 결과 지향적이어야 한다. 지금의 단순 산학협력적인 접근으로는 안 된다. 등록금과 국가 재정에 의존하는 데서 탈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대학경영이 기업가적이어야 한다. 경영비전과 전략이 창업과 기업가 친화적으로 변해야 한다. 교육 콘텐츠와 방법이 단순 지식 전달로 종업원을 키우는 교육이 아닌 문제해결중심의 기업가적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분야별 전문가 중심의 교수진이 융합과 협업, 현장중심, 사회연계형 교수진으로 대폭 보완돼야 한다. 교원과 교직원들의 평가 기준이 바뀌어 기업가적인 활동과 업무에 치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간과 장비, 지원조직, 투자재원, 기술이전과 사업화 등 기업가를 키우기 위한 다양한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대외적으로 외부 전문가가 활발하게 교내와 협업할 수 있는 개방성을 담보해야 한다.

아직도 이러한 Entrepreneurial University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가? 대학이라는 고상한 상아탑을 속물적 투전장으로 변질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생존을 위한 유력한 대안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생각을 바꾸자!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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