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대학 경쟁력은 융합·실습 ‘선택과 집중’
융합연구는 “산학협력단이 기획해 찾아가야”
융합교육은 “학생들 부담 낮춰야 자발성 ↑”

▲ 유지수 국민대 총장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융합교육은 대학가의 고민거리다. 역량 있는 교수들은 연구과제 수행에 바쁘다. 연구실 여건도 녹록지 않다.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새로운 융합과제를 하라, 옆자리 교수와 만나서 과제를 찾아보라 해도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 국민대가 나름의 해답을 내놨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대학이 만들어서 기획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유지수 총장은 26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열린 본지 2018 UCN 프레지던트 서밋 3차 콘퍼런스에서 국민대의 차별화된 융합연구·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연 4000억 단위 예산규모의 중견 사립대학이 경쟁력을 담보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의 산물이다.

유 총장은 “예산이 몇 조 단위인 대학과 국민대가 어떻게 경쟁할 수 있나. 남들과 다른 것을 해야 한다”며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창의적 교육과 연구, 융합과 실습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융합이 이뤄지기 힘든 대학의 한계가 있는 만큼, “한국과 교육, 사회 수요에 맞는 테두리 조건 내에서 과목을 만들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아래에서 국민대는 ‘슬로건’ 대신 구체적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산학협력단에서 융합연구를 기획하고, 의지가 있는 연구진을 직접 찾도록 했다. 선정된 이들에게 10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예산을 지원했다. 이렇게 나온 융합연구 분야가 △3D프린터 애플리케이션 △자율주행차 △머신러닝 △드론로봇 4개다. “할 수 있는데 못해오던 것”이라는 게 유 총장의 진단이다.

국민대가 기획한 융합연구는 교육에도 이어졌다. ‘팀-팀 클래스’다. 분야가 다른 두 교수가 융합연구를 수행하고, 강의를 개설해 학생들을 가르친다. 일례가 윤성호(응용화학), 정진원(도자공예) 교수다. 한국 도자기 세라믹 공예를 과학·예술적으로 접근한다. 지금껏 수입하던 도료를 도예과 학생들이 한국에서 직접 개발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면서 실험한다. 사학과와 연극영화학과 교수, 학생들은 염천교 수제거리의 상인을 3년간 인터뷰하고 희곡을 쓰기도 했다.

이렇듯 국민대의 교육에는 체험이 녹아 있다. 교육은 미국 올린공대를 벤치마킹했다. 두 가지를 고민했다. 어떻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공부할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체험하게 할 수 있을까. 유 총장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커뮤니티 매핑(Community Mapping)이다. 온라인 지도 앱에 안전정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정보를 담았다. 컴퓨터공학과가 지도 앱을 만들고, 학부생 1000명이 현장에 뛰어들어 안전 정보를 수집했다. 어디에 CCTV가 있고, 어디가 계단이 있는지 표시했다. 평창 패럴림픽 때 강원도 식당에서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곳을 전수조사하기도 했다. 앱은 영어와 중국어 등 외국어로 번역했다.

좋은 강의를 만들어도 듣지 않으면 그만이다. 유 총장은 “때로 학생들이 학점관리 때문에 쉬운 것만 듣는다고 비판한다. 학생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취업이 안 돼서다”라며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브리지클래스의 취지를 설명했다. 융합 학과의 전공을 바로 듣기 전에, 보다 쉬운 내용의 교과목을 만들었다. 심리적 장벽을 낮춰서 타 분야 전공으로 유도하도록 하겠다는 것.

동아리 활동에 ‘미치도록’ 하고 학점도 취득하게 하는 알파학점제도 눈길을 끈다. 6학점, 창업과 합치면 9학점 단위의 강의다. 동아리 활동을 체계적으로 하면서 역량을 기르는 것. 유 총장은 “한 학기 7과목 듣는 게 우리 대학의 문제”라며 “집중해서 깊이 있게 배우는 것이 없고, 학생들의 부담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또 유 총장은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이 없었다면 아마 국민대를 바꿀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한국연구재단의 공학연구센터(ERC), 융합연구센터(CRC)와 같은 대학재정지원,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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