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원 숭실대 대학교육혁신원과장

▲ 오세원 과장

대학을 흔히 ‘학문의 전당,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한다. ‘상아’란 사전적 의미로 코끼리의 위턱에 나서 입 밖으로 뿔처럼 길게 뻗은 엄니를 지칭한다. 여기서 유래한 '상아탑'은 속세를 떠나 조용히 예술을 사랑하는 태도나 현실 도피적인 학구적 태도를 이르는 말이다. 평론가 생트뵈브가 세속적인 생활에 관심을 갖지 않고 고고한 예술지상주의 입장을 취한 19세기 프랑스 어느 시인을 평할 때 사용한 말에서 비롯됐다. 대학을 ‘상아탑’이라고 일컫는 것은 속세를 떠나 학문과 지성의 요람으로 고고한 듯 독립적으로 학문을 탐구한다는 관념적 의미에서 붙은 말이며, 정치・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에는 때 묻지 않은 열정으로 세상의 진실을 추구하는 잣대가 되기도 했다.

얼마 전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소프트웨어, 전자반도체, 정보통신, 정유석유화학, 화장품 등 5개 분야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 중 참여 희망 75개 대학(160개 학과)을 산업계 관점에서 평가해 31개 대학, 44개 학과를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했다. 산업계관점 대학평가는 대학이 교육과정에 산업계 수요를 반영할 수 있도록 산업계 부서장이 분야별 핵심 역량, 관련 교과목 등을 제안하고 교육과정과의 일치도를 평가하는 사업이다.

평가에는 경제5단체(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08년부터 참여했고, 특히 이번평가에는 카카오, lg전자, CSON 등 39개 기업의 임직원이 설문조사 방식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기업이 기업의 시각으로 대학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대학으로서는 유쾌할 순 없지만, 이러한 흐름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됐다. 특히 전공 교육과정에 있어서도 교육수요자인 산업체와 학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발 빠른 대학은 현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교육과정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고, 공학계의 전유물이었던 캡스톤디자인 교과목이 비공학계에도 들불처럼 번져 속속 개설돼 운영되고 있으며, 산업체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현장전문가를 산학협력중점교수로 초빙해 대학교육과 현장과의 괴리를 좁히려고 노력하고 있다.

졸업을 불과 1년 앞둔 학생과 나눈 대화가 아직도 생생하다.

“선생님, 저 1년만 휴학하려고요.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는 게 두려워요.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더구나 제가 배운 교과 내용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도 정말 모르겠어요.” 대학 생활을 나름대로 열심히 한 학생의 고민이 이럴지인데, 다른 학생은 어떠할까? 이런 생각과 함께 학생의 절박한 울림을 반영한 교육과정 설계가 과제로 다가왔다.

이번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에서 우수사례로 언급되고 있는 실무중심 역량강화를 위한 프로젝트 중심 전공교육 확대, 산업현장 친화형 실험실습과 설계환경 구축, 비교과 전공활동 프로그램, 전공역량 로드맵을 통한 체계적인 전공교육, 전공별 트랙제 운영 등을 각 대학의 상황에 맞춰 적극적으로 도입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외부 환경 분석, 교육수요자(재학생ㆍ졸업생ㆍ산업체)를 대상으로 한 내부 환경 분석, 그리고 전공별 직무와 직무역량, 전공역량을 정의해 전공교육과정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이 우리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나가서 생활할 사회와 간극을 좁힐 수 있길 바라며, 우리가 사랑하는 학생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길라잡이가 됐으면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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