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연구실이 도와줘야 해”…77% “부담 느껴”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한국 대학원을 찾는 유학생이 매년 늘어가지만 대학의 전담 지원 행정체계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과학기술 분야 연구자들은 체계가 있는지 모르거나, 없다고 느낀다는 인식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구자들은 전담 직원의 빈자리를 연구실 교수, 대학원생들이 대신하면서 느끼는 부담감도 크다고 답했다.

지난달 30일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는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열린정책위원회, <한겨레> 미래&과학과 함께 실시한 '국내 다문화(외국인 연구자/학생) 연구실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과학기술 관련 종사자 1240명이 답했으며, 절반이 넘는 847명(68%)이 대학에 속한 교수, 대학원생, 연구원이다.

▲ (자료=한국교육개발원)

국내 대학원을 찾는 유학생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통계가 처음 기록된 2006년 대학원 내 유학생 비율은 2.5%에 그쳤지만, 작년에는 8%까지 늘었다. 작년 전체 대학원생 32만6315명에 유학생 2만6066명이다. 본지가 한국교육개발원(KEDI) 교육기본통계를 분석한 결과다.

이번 설문에서도 연구자 10명 중 7명(896명, 72%)이 “최근 5년간 국내 연구실에서 외국 연구자와 함께 생활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앞으로 유학생이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 사람도 92%(1136명)에 달했다. 10명 중 3명(432명, 35%)은 증가추세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65%(811명)가 대학원 유학생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연구자가 속한 대학, 기관에 외국인 지원 업무를 전담하는 체계, 부서, 담당자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76%가 “없거나 모르겠다”고 답했다. 없다는 466명(38%), 모르겠다는 475명(38%)이다. “전담 부서나 담당자가 필요하다”고 답한 이도 90%(1121명)에 육박했다.

학내 행정기관이 해야 할 일은 유학생이 몸 담은 연구실의 업무가 됐다. 최근 5년간 대학원에서 유학생을 도와본 이들 가운데 77%가 부담을 호소했다. “큰 부담이 된다” 243명(27%), “어느 정도 부담 된다” 444명(50%) 등이다. 도운 경험이 없다는 이는 57명(6%)에 그쳤다.

“외국인이 실험실 구성원 절반이 넘는다”고 소개한 서울 대형 사립대의 한 연구자는 “실험실 안전교육과 같은 연구활동 종사자 필수 교육이 한글로만 제공된다. 한국어 교육을 받기 어려운 외국인들은 그냥 시간만 때운다”며 “언어 문제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 (자료=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이들이 겪은 유학생의 87%가 대학원생(606명, 68%)이거나 박사후과정(포닥, 174명, 19%)이다. 유학생들은 언어(36%, 319명), 한국과 출신국의 문화적 차이(34%, 303명), 의식주(9%) 순으로 고충을 호소한다고 연구자들은 답했다. 특별히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국내 연구자는 13%(115명)였다.

응답 연구자 10명 중 7명이 대학원 유학생 증가 추세가 연구 활동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전망했다. 다소 긍정적 822명(66%), 매우 긍정적 136명(11%)이다. “영어 실력이 향상됐다”, “한국 학생들로만 구성돼 있을 때의 선후배간의 수직적, 경직적 환경이 유연해지고, 자유로운 수평적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답했다.

반면 “국내인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데 동의하는 응답자도 606명(49%) 있었다. 241명(19%)은 유학생 증가 추세를 부정적으로 내다봤는데, 이들 중 일부는 “유학생을 많이 유치한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 불필요한 대학, 연구실을 존치하기 위해서”라는 등 국내 대학에 냉소적인 시선을 보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7일부터 23일까지 BRIC의 온라인 과학분야 설문조사기관 사이온(SciON)에서 진행했다. 신뢰수준 95%, 신뢰구간 ±2.78%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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