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달 예명대학원대학교 사무처장

5월은 1년 중 최고의 계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최고의 계절인 5월을 만들기 위해 자연은 동면의 시기를 인내로 견뎌야 하고 새봄에 씨앗을 심어야 계절의 여왕인 5월을 연출할 수 있다. 어떤 씨앗을 심느냐에 따라 5월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진다. 우리 대학도 창의력의 DNA가 녹아든 씨앗을 심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할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 이는 곧 대학의 특성화로 나타나 시간이 지날수록 외연을 넓혀 대학경영에 순기능으로 이어질 것이다. 

대학마다 특성화 된 주된 학과가 있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리고 이를 잘 아우를 수 있게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줘야 할 것이다. 지금 다수의 대학들은 대학 경영에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그 대학만이 내세울 수 있는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갖고 있으면 학생모집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국내 학생뿐만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도 특성화된 대학을 찾아 물밀 듯이 지원할 것이다. 대학 경영도 시의적절한 교육정책이 꼭 필요하다. 지금 시기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양적 팽창이 정지된 상태며 질적으로 우수한 교육과정 운영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성 있는 교육과정 운영, 즉 특성화된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이웃 대학들과 협력해 상생할 수 있도록 특성화 대학 간 정보교환이 꼭 필요하다.

과일은 각기 그 맛과 특성이 다르다. 훌륭한 농부는 각 과일의 최고의 맛을 연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에 정진한다. 우리 학문도 특성화된 고유의 학과를 개설하고 육성해 특성화에 진력을 다해야 한다. 공자님 말씀에 교사무궁(敎思無窮)이란 말이 있다. 가르침을 생각함에는 끝이 없다는 말이다. 1시간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10시간 이상의 준비가 필요하다. 대학의 특성화도 전 교직원이 혼연일체가 돼 특성화 프로그램 개발에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유효학반(惟斅學半)이란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을 가르친다는 것은 그 사람으로부터 반을 배운다는 의미다. 특성화 프로그램개발 교육과정 운영에 참여하는 교직원이 가슴에 간직해야 할 말이다. 공자는 《사서삼경》《경전》에 비사체로 묻어둔 단어가 시(時)라고 했다. 때에 맞게 실행함이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 하겠다. 대학의 특성화가 지금 시기에 적정한 그리고 가장 회자되는 화두가 아닐까 생각한다. 

동양의 학문은 숲의 학문이다. 나무가 아닌 숲의 학문, 즉 학문은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공자는 학문의 최상의 경지를 치곡(致曲)이라 했다. 수박의 껍질 부분 어디에서든 중앙의 핵심으로 진입하면 수박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부분 치곡을 만날 수 있다. 모든 학문이 최상의 경지에 이르면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치곡을 경험할 수 있다. 서양의 학문은 숲의 학문이 아닌 경쟁의 학문이다. 경쟁을 해 우열을 만드는 것에 익숙함이 젖어 있다. 국내 대학은 각각 고유의 특성화 전략으로 경쟁보다는 함께 아우를 수 있는 특성화 숲을 연출할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

불교에서는 눈 깜짝할 사이를 ‘찰나’라고 하고 숨 한 번 쉬는 시간을 ‘순식간’이라 한다. 반면에 ‘겁’이란 헤아릴 수조차 없이 길고 긴 시간을 일컫는다. 실제로 힌두교에서는 43억2000만 년을 ‘한 겁’이라 한다. 참으로 대단한 시간이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겁’의 인연으로 표현하는 말이 있다. 500겁의 인연이 있어야 옷깃을 스칠 수 있고, 2000겁의 세월이 지나야 하루 동안 동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며, 5000겁의 인연이 돼야 이웃으로 태어나 살아가고, 6000겁이 넘는 인연이 돼야 하룻밤을 같이 지낼 수 있게 된다 하며, 억겁의 세월을 넘어서야 평생을 함께 살 수 있는 인연이라 한다. 이에 대학신문 지면을 통해 대학특성화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음은 몇 백 겁 이상을 뛰어넘는 소중한 인연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스마트폰을 혁신적으로 업그레이드한 애플의 설립자 스티브 잡스는 일생을 마무리하는 병상에서 그의 지인께 당부의 말을 했다고 한다. “가족을 사랑하세요! 그리고 외연을 넓혀 이웃을 사랑하세요!“ 가족을 사랑함이란 어떤 의미일까? 아버지는 아버지의 자리에서, 어머니는 어머니의 자리에서, 자녀는 자녀의 자리에서 가족들에게 행복의 바이러스를 발산하도록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함이 아닐까? 대학경영도 마찬가지다. 대학마다 특성화를 자리매김해 국내 학생은 물론 외연을 넓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최고의 학문을 찾아 국내의 특성화대학으로 몰려들 수 있도록 출구 전략을 찾기를 고대해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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