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진희 기자] ‘강제동원령 충전아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도 어디서 들어본 듯한 주문(?)이 등장했다.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로 대표되는 학벌에 의한 서열화 현상이 로스쿨에서는 상대적으로 하위권을 상징하는 ‘강제동원령 충전아인’으로 드러난 것이다. ‘강제동원령(강원대·제주대·동아대·원광대·영남대) 충전아인(충북대·전북대·아주대·인하대)’은 로스쿨 재학생·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은어가 된 지 오래다.

지난달 22일 발표된 25개 로스쿨 변호사시험(변시) 합격률은 이미 뚜렷한 학교 간 서열화 현상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당초 법무부는 로스쿨별 합격률을 공개하면 로스쿨 간 서열화를 조장해 각 대학원이 변시 합격을 위한 학원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해당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낸 소송에서 재판부는 되레 기존에 형성된 서열화를 깰 수도 있다며 변협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뜻과는 달리,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역시나 합격률 공개로 학교 간 지나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년 만에 처음 공개된 합격률로 입장에 따라 각자 불만을 쏟아내지만,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 것은 단연 ‘지방대 로스쿨’이다. 올해 치러진 7회 시험만 놓고 봐도 그렇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3개 학교의 합격률은 70%대를 기록했다. 아주대·성균관대·중앙대 등 대부분 수도권에 위치한 11개 로스쿨도 50%를 넘겼다. 반면 전남대·경북대·강원대 등 지방대 로스쿨의 합격률은 대부분 50%를 넘지 못했다. 특히 제주대·전북대·원광대 등 하위 3개 학교는 합격률이 20%대에 그쳤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간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이때 지방대 로스쿨이 우려하는 건 단순한 ‘이미지 타격’만이 아니다.

합격률 공개로 지방대 로스쿨은 “통폐합하고 입학정원을 축소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변협 측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내고, 신규 변호사 수를 더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변호사 수를 줄여야 1인당 수임 건수와 사건당 수임료가 정상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대 로스쿨을 ‘합격률’이라는 잣대로만 평가하기에는 애초의 로스쿨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로스쿨은 특정 대학 혹은 지역 출신이 아닌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명목으로 도입됐다. 실제로 지방대 로스쿨은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당 지역 졸업자를 20%(강원·제주는 10%) 이상 뽑도록 보장하고 있다. 이에 지역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고 대변할 수 있는 법조인을 양성할 수 있다.

지방대 로스쿨의 순기능을 보자. 그동안 공고했던 법조계 순혈주의를 깨고자 로스쿨 제도가 시행됐다. 이제는 제도 시행 취지에 맞게 ‘지방대 로스쿨을 없애자’에서 ‘지방대 로스쿨을 제대로 키우자’는 논의로 옮겨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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