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저자 부산대 김광희 교수…27일 <사이언스> 게재

경주지진 이후부터 지진-지열발전 관계 연구
“지진계 설치 5일 만에…큰 지진날거라 생각 못 해”
정부 조사단, 내년 2월까지 “제시되지 않은 근거 수집할 것”

▲ 김광희 교수 사이언스논문 요약.(제공=김광희 교수)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진도 5.4를 기록, 한국 지진 사상 최대 피해를 불러온 지난해 11월 포항지진의 원인이 “지열 발전을 위해 땅에 주입한 유체(流涕)라고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질학자들로 구성돼 지난달 활동을 개시한 정부 조사연구단과 별도로 연구해 나온 예측이다. 김광희 부산대 교수가 1저자 및 교신저자로, 고려대 이진한 교수(정부 조사단 자문위원, 공동 교신저자)와 김영희 서울대 교수 연구진이 함께 진행했다.

3일 김광희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조사단의 활동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면서도 “지열발전이 원인일 가능성은 열어놓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연구진이 과학적 검증을 걸친 연구를 내놓기까지는 숱한 노력이 숨어 있었다.

연구진은 경주 지진이 발생한 2015년부터 단층구조를 분석해 왔다. 지난해 10월 말까지 경주 여진을 조사하던 중, 포항 흥해 지역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여진이 많았다. 포항지진이 일어난 그곳이다. 한국의 지진과는 다르게, 진앙이 너무 얕았다. 하지만 경주지진 진앙지와 40Km가 떨어져 있었다. 

김광희 교수 연구진은 해 오던 경주지진에 집중하려 했지만, 공교롭게도 작년 4월 15일 규모 3.0의 지진이 다시 발생했다. 김 교수는 “규모 3.0은 사람이 느낄 수 없다. 흥해 계신 분들에게서 신고가 많았다. 이상했다”고 회고했다. 연구진은 포항으로 갔다. 작년 11월 10일 흥해에 지진관측소 8개를 설치했다. 그 이후, 예상 못한 일이 일어났다.

“당시만도 큰 지진이 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5일이 지난 날 오후 5.2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이 나고 바로 현장에서 관측 자료를 수집했다. 지금까지는 본진과 지열발전의 상관성이 충분하다는 자료만 있었다.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의 증거자료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4가지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원인은) 지열발전이 확실하다.”

근거가 무엇일까. 첫째, 흥해에서는 과거에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기상청 기록을 분석했다.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단 한 번 없다. 하지만 발표된 것이 전부일까. 기상청은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미미한 여진은 발표하지 않는다. 연구진은 그것도 조사했다. 2012년 1월부터 2015년까지, 그런 작은 지진도 발생하지 않았다. 2015년 11월부터 늘어났다. 지열발전소 건설을 위해 땅에 구멍을 뚫고 유체를 주입하기 시작한 직후였다.

둘째, 미미한 지극과 유체주입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 국회에서 자료를 받았다. 2016년부터 작년까지 자료다. 얼마나 많은 물을 넣었는지, 관측된 지진이 있었는지다. 이를 연구진의 자료와 비교했다. 지열발전소에서 4차례 유체를 넣었다. 유체를 넣을 때 지진이 일어나고, 중단하면 지진이 줄었다. 다시 주입하면 지진이 일어났다. 4번 모두 지진을 일으켰다. 

셋째, 지진이 일어난 곳과 유체 주입을 위해 구멍을 뚫어둔 곳이 일치했다. 마지막으로 지진 진앙 단층의 모습을 확인했다. 단층의 깊이, 자세, 주입점, 생산점을 확인했다. 구멍은 단층을 바로 뚫고 들어갔다. 유체는 단층대로 들어갔다.

“지열 발전을 위해 집어넣은 유체가 이미 상당한 에너지를 갖고 있던 단층대에 들어갔다. (지진을 막던) 마찰력이 줄어들면서 언젠가 발생할지 모르던 지진의 시간대가 앞당겨졌다. 제가 생각했을 때 지진자료를 활용한다면, 충분한 근거가 된다. 이런 4가지 환경이 우연히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발생할 확률은 아주 낮다.”

▲ 지열발전소 유체 주입과 지진발생 시간적 상관관계(위), 포항지진 진앙 분포와 지열발전소 유체 주입 구멍(주입정)과 생산정의 위치(아래).(자료=부산대·김광희 교수 제공)

이번 논문은 세계 지질학계서도 주목한다. 김 교수는 "땅에 주입한 유체가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은 많았지만, 진도 3.0을 넘는 대규모의 지진을 일으켰다는 것을 보인 사례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사이언스(Science)>지도 지난달 27일 이 논문을 우선 출간(first release)했다. 여기에 스위스 연구진이 다른 방법을 사용, 비슷한 예측을 내놓은 논문을 함께 게재했다.

과학은 이성과 합리 속 논쟁을 통해 성숙한다. 김광희 교수 논문이 발표된 당일, 정부 조사단도 자료를 내 반론했다. 조사단은 자료에서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을 부인할 순 없다. 그러나 명확하게 판단하기 위해 지진이 발생한 지점에 충분한 공극압(땅에 뚫은 구멍 속 압력)과 임계점에 가까운 지중 응력이 형성돼 있는지에 대한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연구단은 아직 어떤 이들도 제시하지 못한 과학적 증거수집과 정량적 분석에 집중해 연구를 수행할 것”이라며 “왜 땅 속에 유체를 주입한 지 두 달 뒤 일어났는지, 그 사이에 응력과 공극압의 변화가 땅 속에서 일어났는지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조사 결과는 내년 2월 나올 예정이다.

■ [일문일답] 부산대 김광희 교수 “두려움 떠는 포항 주민들 생각하면 착잡”

▲ 김광희 부산대 교수.

Q. 정부조사단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인가.
“연구주제가 민감하다는 데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조사단에서는 참여하는 사람들이 끝날 때까지 객관적인,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 시각을 갖길 원했다. 그런데 저는 이미 (포항지진이) 지열발전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 왔다. 연구결과가 그렇게 나오고 있었다. 중립적인 의견을 내놓기 어려웠다. 저는 조사단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기여하겠다 생각해 들어가지 않았다.”

Q. 밖에서도 정부조사단과 공동연구를 진행하지 않았나.
“조사단이 연구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연구단 안에서만 활용하고 있다. 저도 연구단에서 따로 자료를 받는 게 없다.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연구단 내부 정책에 의한 것 같다. 조사단은 지진자료 뿐만 아니라 지질, 지구물리 자료도 활용하는 것으로 안다. 제 논문이 자연히 연구단에게 제공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같이 연구를 수행하고 있지 않다. 제가 알기로는 조사단은 연구가 아니라 지열발전과의 관계를 조사하겠다는 게 목적이라고 들었다.“

Q. 조사단이 추가로 검증할 것이 있다고 보는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조사단만이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제 자료보다 더 정확하고 좋을 수 있다. 인공위성 위치, 지역의 구조 지역적으로 어떤 특성이 있는지, 또 공학자들이 물이 어떻게 확산되는지, 단층과 어떻게 작용하는지 조사할 것으로 안다. 결과가 포항지진과 유체 주입의 관계를 보다 더 명확히 규명할 수 있다. 조사단의 활동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결과(제 논문)가 나왔다면, 지열발전이 원인이라는 가능성은 열어놓고 대비해야 하지 않겠나.”

Q. 연구 과정에 애로사항은 없었나.
“애로사항보다도 포항에 계신 분들을 생각하면 착잡하다. 사전에 미연에 방지할 수 없었을까. 지역에 계신 분들로부터 포항 지진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지진이 얼마나 지속될지, 우리가 할 수 있던 것은 없었는지. 도대체 어디에서 잘못된 것일까 생각했다. 정부가 지열발전이 가능하다는 것만 보고 사업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지진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다. 어떻게 됐건 진도 3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했어야 했다. 아쉽다. 애로사항을 열거하는 것보다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봐야 하는 게 아닌가.”

Q. 조사와 별개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나.
“지금 포항 지열발전소도 거의 버려져 있다시피 하다. 이 지역에 지진이 발생할지 않을지 주민들이 궁금해한다. 외국 사례를 봐도 유체 유입을 중지한 뒤로 10년 가까이 지진이 지속됐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가 지진 발생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이런 것에 대한 연구를 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정부서도 “조사를 하고 있으니 기다려달라”는 이야기만 한다. 어느 부처에서도 이 일에 대한 책임감, 사명감을 가지고 추진하는 곳이 없다. 제가 보기엔 어느 곳도 그렇지 않다. 이런 연구는 제가 개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그런 규모의 것도 아니다. 안타깝다. 조사는 진행해야 하겠지만, 별개로 추진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해야 한다.”

▲ (위) 동북 아시아의 구조 지도. 이빨을 가진 선은 섭입대. 파선은 초기 침몰 지대. EU : 유라시아판. NA : 북미판. : 필리핀해양판. PA : 태평양판. (아래) A는 포항-부산 분지의 지질지도. 포항 분지와 인접 지역의 암석 지형과 단층을 보여주는 지도다. 기상청이 운영하는 지진 관측소와 연구진이 설치한 8 개의 임시 지진 관측소가 각각 진한 파란색 사각형과 녹색 삼각형으로 표시돼 있다. 녹색 사각형은 포항 지열발전소(EGS) 부지. B는 포항지진 현장의 지질 주상 단면. (자료=Science 논문/김광희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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