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청원고등학교 교사

필자가 알고 있는 정군은 현재 29세이며 스타트업 회사의 연구개발부서 직원이다. 결혼을 했으며 올봄에 아빠가 된다. 정군은 전문대학에 입학했지만, 학사학위 전공심화 과정을 거쳐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정군은 초등학교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 컴퓨터에 관심을 갖다 보니까 자연히 공부와 거리를 두게 됐고 공부가 싫어졌다. 그러면서 스스로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했고 공부를 하는 아이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규정하면서 성장했다.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도 수학이나 어려운 과목을 공부하는 것은 싫었다. 그러나 컴퓨터는 계속 공부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 산업고 컴퓨터과였다.

정군은 컴퓨터를 좋아했고 잘했기 때문에 학교시간은 재미있었다.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공부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러나 고3이 돼 대학을 진학할 쯤에 정군은 어려움을 겪었다. 수학을 잘하지 못하고 다른 과목의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 진학이 어려운 상태였다. 수능 성적도 그다지 좋지 못해 서울의 4년제 대학에 진학하기는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대학 진학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가정 형편상 집에서 멀리 있는 대학에 가기는 맘이 내키지 않았다. 고등학교까지 공부에 별다른 흥미를 갖지 못한 자신이 대학에 가서 잘하리라는 자신이 없었다. 정군은 자신이 잘하는 컴퓨터를 좀 더 잘 배우고 공부할 수 있는 전문대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컴퓨터를 잘 가르치는 전문대학중에서 정군의 집에서 다닐 수 있는 대학을 선택하기로 했다.

정군은 자신의 컴퓨터 능력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되는 좋은 전문대학들을 몇 개 골랐다. 여러 전문대학이 있었지만 정군이 선택한 대학은, 전문대에서 흔히 말하는 명문대로 일컬어지는 여러 대학이었다. 집에서 가까운 서울 노원구의 A대 학과, 전철로 통학이 가능한 유명 전문대인 B, C 전문대학 등 여럿이었다. 정군은 이 중에서 몇 개의 전문대학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았고, 집에서 가까운 서울 노원구의 A대학에 등록했다.

정군이 전공한 학과는 메카트로닉스 학과였다. 이 학과는 3년제로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계, 전자 등을 통합해 배우는 교육과정이었다.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해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공업수학을 기초부터 잘 계획해 지도해줬다. 그랬기에 정군은 자신이 못했던 수학을 어느 정도 해결해 가면서 컴퓨터와 전자공학 쪽 지식의 깊이를 더했다.

군대에서 제대한 2013년에 정군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남들처럼 직장을 잡아서 사회에 진출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4년제 대학으로 편입을 할 것인가였다. 두 가지 선택이 모두 매력 있었지만 어려운 점도 있었다. 취업하려니 배움에 대한 욕심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고, 편입하자니 다시 학원에 가서 준비를 해야 하므로 시간과 경제적인 문제가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편입해서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였고, 취업도 장담할 수 없었다.

이런 고민을 할 즈음에 정군이 다니는 A전문대학에 전공심화 과정을 설치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공심화 과정은 학사학위 전공심화 과정으로 전문대학을 졸업한 전문학사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과정이다. 전문학사를 취득한 학생 중에서 전문대학에서 취득한 학점에 추가로 일정학점을 취득해 총 140학점을 취득하면 학사학위를 받게 되는 과정으로, 1년 과정과 2년 과정이 있다. 2년 과정에는 80학점을 취득한 2년제 전문대학 졸업자나 수료자가 지원 가능하고, 60학점 정도를 추가로 취득하면 학사가 된다. 1년 과정에는 120학점을 취득한 3년제 전문대학 졸업자와 4년제 대학의 3학년 과정을 수료한 자가 지원이 가능하다. 이들은 추가로 20학점 정도를 취득하면 학사학위를 받게 되는 것이다. 지원자가 이미 전공한 전공과목이 앞으로 전공하고자 하는 전공과목과의 교육과정 일치도가 50% 이상일 때 가능하다.

정군은 현재 재학하고 있는 A대학을 벗어나 다른 대학으로 편입을 하게 되면 좀 더 나을 것이란 생각도 했다. 여러 가지로 고민한 끝에 자신이 다니는 대학에 설치된 전공심화과정에 입학하기로 결정했다. 대학의 학점도 나쁘지 않았고, 자신이 공부하던 것을 일관성 있게 배울 수 있으며, 자신을 가르치던 교수님과 호흡을 맞춰오던 학업과 연구 풍토로 더 배우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행히 정군은 전공심화 과정에 선발됐다. 전공심화 과정은 전문대학에서 배우는 것을 반복하는 것도 있지만, 전공을 좀 더 심화해 배우는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지난 3년간 배운 것을 심화해 배우기도 했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공부를 맛보기도 하면서 1년 더 공부한 후에 졸업해 4년제 대학졸업자와 같은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정군이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2016년 가을에 정군이 재학하고 있는 A전문대학에 2명의 인재를 추천해 달라고 의뢰를 했다. 이 의뢰를 받은 교수님은 정군과 다른 한 학생을 추천했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군은 입사하게 됐다. 대우는 연봉 2500만원에 4대 보험을 보장해준다. 요즘 상황에서 정군은 매우 좋은 조건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정군은 자기의 직업에 만족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못한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컴퓨터를 공부할 수 있는 과정을 선택했고, 주어진 길을 비켜가거나 돌아가지 않았다. 도전과 노력을 기울인 끝에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취업을 했고, 결혼도 해 이제는 아빠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유학해 더 큰 꿈을 이루고 싶어한다.

전문대는 2년제나 3년제로만 알고 있는 분들이 많다. 아니다. 전문대에서도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전문대 4년제 과정은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이다. 전공과 관련된 지식을 더 넓게 배우고 익히기를 바란다면 한 번쯤 고민해볼 과정이다. 결코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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