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범 한국영상대학교 영화영상과 교수

▲ 구상범 한국영상대학교 영화영상과 교수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인 칸 국제영화제. 8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 한국영상대학교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만든 작품이 상영된다. 구상범 한국영상대학교 영화영상과 교수가 연출을 맡은 ‘우체통’이 비경쟁 단편영화 부문에 공식 초청된 것이다. 구상범 교수가 칸 영화제에 초청된 것은 2017년 ‘아리’가 비경쟁 단편영화 부문에 초청받은 데 이어 두 번째다. 구 교수의 작품이 칸 영화제에 초청됐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그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제영화제에 2년 연속 초청받아 영광입니다. 우선 영화 제작에 함께 고생한 출연배우, 스태프들과 도움 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러닝타임 25분의 영화 ‘우체통’은 어릴 적 부모와 헤어져 그리움을 품은 채 살아가는 우편배달부와 북녘에 두고 온 아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죽음을 앞둔 탈북자 간의 교감을 다룬 영화다. 우편배달부 김진섭 역은 배우 김인권, 탈북자 이애란 역은 배우 밝남희, 한설희 역은 북한출신 배우 김아라가 맡았다.

‘우체통’의 첫 장면은 우체통이 하나씩 철거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사라지는 우체통과 남북으로 단절된 상황, 어머니를 잃은 아들과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동질감, 남한 사람과 탈북자 사이의 교감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요즘 우체통이 많이 없어지고 있는데, 지금 시대의 특징을 나타내는 현상이라 생각했습니다. 원래 휴머니즘에 관심이 많아 이번 작품도 가족애를 주제로 했습니다. 이 작품을 8월에 기획하고 10월에 촬영했는데,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남북관계가 그렇게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남북한이 하나의 민족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만들었는데, 오히려 분위기가 좋은 지금 상황에 잘 맞는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우체통’은 KT스카이라이프가 주관한 UHD 영상 페스티벌 제작기획안 부문에 선정돼 제작비를 지원받았고, 한국영상대학교의 특성화 사업을 통해서도 제작 지원을 받아 만들어졌다. 특히 한국영상대학교의 재학생들이 제작 과정에 참여하며 구 교수에게는 이번 작업에 감독과 교수로서 두 가지 도전이 동시에 이뤄졌던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았다.

“영화 제작 과정에 우리 학교 교수님들과 학생들 30여 명이 함께 참여했는데, 학생들과 같이 만든 영화가 칸 영화제에 초청받아 정말 기쁩니다. 영화영상과 학생들은 연출부, 제작부와 다양한 영화제작 파트에 참여했고, 영상촬영조명과·음향제작과·영상편집과·특수영상제작과·방송헤어분장과 학생들도 촬영 현장과 후반 작업에 참여했죠.”

아마추어인 학생들과 프로를 촬영 현장에서 하나로 모으는 일은 쉽지 않았을 터. 촬영 일정도 이틀밖에 주어지지 않았지만 협업은 성공적이었다.

“배우들 스케줄 사정이 있어 촬영을 이틀 안에 마쳐야 했습니다. 급하게 돌아가는 현장이었는데도 학생들이 잘 따라줬어요. 김인권 배우가 ‘학생들이 프로처럼 잘한다’고 칭찬할 정도로 다들 열심히 했습니다. 교수로서 무척 뿌듯한 순간이었죠.”

▲ 구상범 교수

그동안 장편영화 △‘좀비스쿨’(2014) 조감독 △‘화이팅 패밀리’(2012) 감독 및 각본 △‘디지털다세포소녀’(2006) 조감독 △‘형사-Duelist’ 조감독 등을 맡으며 작품 경력을 쌓은 구 감독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영상대학교에 출강했고 지난 2017년 9월부터 전임교원으로 함께하게 됐다. 업계로의 진출을 위해서는 관련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구 교수는 앞으로도 이번과 같은 방식의 산학협력을 통한 현장 실무 교육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이번 영화 촬영에 학생들이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하면서 실무 능력과 감각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을 하면서 학생들도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프로들과 작업한다고 하니 학생들이 긴장하는 모습도 보였는데, 작업을 진행할수록 적응하면서 현장에 녹아들었죠. 우리 학교가 산학협력을 권장하고 있기도 하고, 실제 업무 환경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학생들에게도 좋은 교육 방법이라고 생각해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계속 만들려고 합니다. 감독이자 교수로서 학생들과 같이 작업을 하는 것이 보람도 크더라고요.”

교육자로서 구 교수가 갖고 있는 꿈은 지금의 학생들이 선배들처럼 꿈을 이루고 원하는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실제로 양익준 감독, 임영성 감독, 김윤재 감독, 임가영 감독 등 다수의 한국영상대학교 영화영상과 동문들이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학생들이 꿈을 이루는 데 일조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하고자 하는 일, 해서 즐거운 일을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 일을 통해 꿈을 이루고 직업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꼭 유명해지지 않더라도 제자들이 10년 뒤에는 하고 싶은 일에서 행복과 보람을 느끼는 사회인으로 성장해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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