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연구재단‧국립대 등 다방면 ‘멀티 플레이어’…구성원과 편하게 ‘술 한 잔’ 소탈함도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으로 ‘융합‧연계’ 쌍끌이 강조…‘대학일자리센터’ 비약적 성과

▲ 우제창 총장은 서일대학교를 사람 냄새가 나는, 학생이 최고의 서비스를 받는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내가 떠나도 ‘저 사람이 와서 일을 열심히 했다. 저 사람 보니까 학교가 살 만해지더라’라는 말을 듣고 싶다. ‘사람 냄새가 나는 대학’을 만들어 아침에 일어났는데 오고 싶은 곳으로 가꾸겠다. 교직원, 학생들과 편하게 소주 한잔할 수 있는 총장으로 남고 싶다.”

서일대학교의 교명은 참 특이하다. ‘스위스’를 뜻하는 ‘서(瑞)’와 ‘독일’의 ‘일(逸)’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 글자 하나씩 풀더라도 경사스럽고 편안한 학교라는 뜻이지만, 그보다 지난 1974년 설립 당시, 전 세계적으로 기술국의 위상이 대단했던 스위스와 독일을 닮은 직업인을 양성할 수 있도록 발전하겠다는 큰 포부를 담고 있는 대학이다.

교훈 역시 ‘지덕배양(知德培養)’과 ‘초지일관(初志一貫)’. 지식과 도덕이 아울러 발전하는 사람 냄새 나는 학교를 만들고, 처음에 세운 뜻을 이루기 위해 끝까지 밀고 나가겠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우제창 총장은 이러한 서일대학교의 커다란 목표를 향해 개선 계획과 추진 전략을 세우고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다. 특히 ‘VISION 2025 중장기발전계획’과 연계, IT 기반의 융합 인재 양성 등 특성화 계획에 따른 학과 개편과 계열 집중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학 발전을 위해 서로 받아들이고(Adopt), 믿으며(Believe), 소통하는(Communicate) 기본(ABC)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우 총장을 지난달 19일 만났다. 기본에 충실한 자세가 서일대학교 발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그에게서 미래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립대이자 일반대였던 목포대서 오래 몸담았다. 전문대에 오게 되면서 실질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가?
“국립대의 시각으로 사립 전문대를 보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다. 국립대는 국가 정책에 부응하는 면이 많다. 교육부의 지침이나 정책 방향에 맞추는, 공무원이 일하는 구조로 볼 수 있다. 반면 사립대는 의사 결정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책임 소재가 따르는 일이 많다. 특히 사립 전문대학의 경우엔 인적 자원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약점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재무구조도 큰 차이다. 국립대는 자극과 변화의 요구에 대응하는 자세가 사립대보다는 다소 예민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재무건전성 면에서도 국가가 운영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립 전문대학에서는 접근방법이 달라야 한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학문‧연구 중심 교육기관인 일반대의 눈으로 전문대학을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히 적지 않다. 이에 대한 생각은?
“맞지 않다. 전문대학에 들어오는 학생의 학문적 수준을 가지고 전문대학을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나도 처음엔 잘 몰랐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학생을 어떻게 교육하고 이끌어주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교원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서일대학교에는 본교 출신 교수가 다른 대학교에 비해 많다. 물론 석‧박사 과정은 일반대서 할 수밖에 없지만, 커리어 계발을 통해 일반대 출신자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입직하고 있다. 이것은 서일대학교가 학문‧연구를 할 수 있는 영역을 조금씩 갖춰나가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짓궂은 질문이 될 수 있다. 일반대 총장과 전문대학 총장 중 무엇이 더 어려울까?
“일반대 총장은 이미 마련되고 잘 짜인 방법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반면 전문대는 끝없이 ‘개선’과 ‘개혁’ 사이에서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어렵다. 현재 많은 전문대학들이 정체성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학문을 가르쳐야 하는지, 직업교육을 해야 하는지 혼재돼 있다. 특히 전문대학이 해야 할 교육의 범위가 넓은 것도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간단한 법칙으로 통할 수 없을 때 가장 힘이 든다. 전문대학이 할 수 있는 넓은 영역에서 어떻게 예쁘고 모양 좋은 서일대학교를 꾸려갈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그래도 목포대서 기획연구처장, 교무처장 등을 역임했고, 교육부 등 정부부처서도 활동했다. 이런 경험이 엄청난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무래도 업무 파악이 쉽다. 기획처 업무는 평가가 중요한데, 모든 대학평가에 경험이 있고 이에 대한 대처는 어렵지 않다. 연구처 업무는 지금의 산학협력처와 동일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지원이나 외부 사업 수주에 이해가 빠른 편이다. 교무처 업무는 모든 대학 업무의 중심이다. 법리에 따른 올바른 행정의 정착과 규정 적용 등에서 친숙함이 있다. 이런 모든 경험들이 행정의 흐름을 개선하는 데 좋고, 거의 모든 공문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정부부처 위원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대외적인 흐름을 파악할 때도 교내에만 계셨던 분들보다 더 쉬운 것 같다.”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서일대학교는 변화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결국 융합이다. 서일대학교가 가져갈 4대 추진전략 가운데 ‘IT 기반 융합 편제’를 들고 싶다. IT 계열 학과를 집중 육성하고, 연계형 주력학과와 융합 학과 육성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의 전망을 좋게 보고 있다. IT 바이오와 원격 진료 등 이다. 소규모라도 이쪽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 이번에 VMD전시디자인학과를 만들었다. 의상학과는 의류를 디자인하고 상품화하는 교육과정 위주이지만, VMD전시디자인학과는 디자인과 디스플레이, 상품화까지 원스텝으로 융합‧연계한 특성화 학과다.”

기존 학과에서 이름만 바뀐 것 아닌가?
“새로 만들었다. 의상학과 교수 한 분과 디자인계열에서 한 분을 모셔왔다. 전공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학생이 졸업 후 진출할 수 있는 곳은 전시를 하는 곳이라면 어떤 곳이든 다 된다고 확신하고 있다. 판은 넓은데 융합‧연계형 인재는 없다고 판단해 빠르게 결정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본 콘셉트은 이러한 데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역시 IT와 바이오를 쌍끌이해 이끌고 나가는 것. 다만 융합을 하기 위해선 같이할 수 있는 인프라와 경험이 있어야 한다. 캡스톤디자인 등 무장이 잘돼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원스텝으로 나갈 때까지 평생 묶어주고 관리하며 지도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가 심각하다. 서울권이라서 아직까지는 안전한가?
“정원을 100% 채웠다. 하지만 곧 서울권서도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안전하다던 수도권에 이미 지난해 몇몇 정원을 못 채운 대학이 나오지 않았나. 대비를 해야 한다. 우선 야간서 주간으로 전환하는 것을 서두르려 한다. 또 하나는 2년제 학과를 3년제 학과로 가져가 탄탄한 훈련을 통해 산업체에 투입할 인력(manpower)을 만들겠다.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도 신경 쓰고 있다. 전공심화 정원을 10% 올렸는데, 내년에도 요구가 있어 10%를 더 늘리려 한다. 학령인구가 감소한다는 예측이 나올 때 이미 100%를 채우지 못하는 것은 언젠간 올 일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학제를 제공하고, 이 속에서 학생이 높은 만족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긴 호흡이 경쟁력 확보의 길이 될 것이다.”

취업률은 전문대학서 중요한 관리 영역이다. 특히 이 분야서 서일대학교의 발전이 눈부시다. 비결은 어디에 있나?
“지금은 ‘대학일자리센터’로 이름이 바뀐 대학창조일자리센터다. 지난해 서울서 전문대학 최초이자 유일하게 선정됐다. 사업비가 6억이다. 작년에 6억이 투입되면서 기존 취업지원관 2명과 외부 4명 등 모두 6명이 움직이니까 효과가 어마어마하다. 개인적으로 일자리센터사업 유치는 서일대학교에 대단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야까지 할 수 있는가 하면 외국, 취약계층, 인문, 여학생 등을 대상으로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결과 일본에 16명이 한 번에 취업되는 성과를 거뒀다. 사실 3년간 해외취업 누적 인원이 16명이 안 됐는데, 한 달 통계가 16명이 된 것이다. 프로그램을 만들어 관리하고, 원스텝 과정으로 만드는 데 공을 많이 들였다. 5년간 30억원의 운영비를 지원받는 사업이다. 취‧창업과 관련해 우리에게 대단한 사업이고,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총장이 생각하는 이 시대의 인재상은?
“뛰어난 인재보단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인재’다. 시대가 바뀌어도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일은 사람이 한다. 귀중한 매력(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바른 세상을 만든다. 내 목표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에게도 교양을 강조한다. ‘올바로 말하기’라는 표현력 과목이 있다. 올바른 것을 보게 하려면 먼저 자꾸 표현해보게 해야 한다. 결국 자기 스스로에 대해 똑바로 된 가치관을 세울 수 있도록 가르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어떠한 총장으로 남고 싶나?
“칭찬받는 것보다는 ‘저 사람이 와서 일을 열심히 했다’ ‘저 사람 보니까 학교가 살 만해지더라’라는 말을 듣고 싶다. 사람 냄새가 나는, 학생이 최고의 서비스를 받는 대학을 만들고 싶다. 각박한 평가와 경쟁에 많은 대학들이 지쳐 있다. 나는 구성원을 많이 만나는 편이다. 인간적으로 소통하면 일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출근하기 싫은 대학이 되면 안 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고 싶은 대학. 섬김과 나눔, 소통의 리더십을 가진 총장이 되겠다.”

▲ 우제창 총장(왼쪽)과 최용섭 본지 주간이 서일대학교 취‧창업 프로그램과 성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우제창 총장은…
서울대 생물교육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서 생물교육학 석사와 식물학 박사를 했다. 1987년 목포대 생명과학과 교수로 시작해 1990년 미국 하버드대 연구교수로 재직했다. 2002년 목포대 기획연구처장과 전국대학연구처장협의회 회장, 2010년 교무처장 겸 교수학습지원센터장을 지냈다.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서 정책기획실장과 사무총장, 이사장 직무대행,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 장관 정책자문위원, 과학기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위원회 특정평가분과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7년 3월 서일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했다. 주요 상훈으로는 2006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표창 등이 있다.

<대담 : 최용섭 주간 / 사진 : 한명섭 부국장 / 정리 : 김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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