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하이너먼 나이트 지음 이주명 옮김 《위험과 불확실성 및 이윤》

미국의 경제학자 프랭크 하이너먼 나이트(Frank Hyneman Knight)의 저서 《위험과 불확실성 및 이윤(Risk, Uncertainty, and Profit)》을 우리말로 처음 번역한 책이다. 
금융과 자본시장, 투자와 소득분배, 기업과 기업가기능 등에 관한 경제학 이론에 큰 영향을 끼친 고전임에도 1921년에 처음 출간된 지 거의 100년이 다 된 이제야 번역서가 출간됐으니 많이 늦은 감이 있다. 

이 책에서 나이트는 일상용어에서 ‘위험(Risk)’으로 뭉뚱그려 지칭되던 불확정적인 미래 상황을 ‘위험’과 ‘불확실성(Uncertainty)’으로 구분함으로써 경제적 사고와 분석에 ‘불확실성’이라는 개념을 분명한 형태로 끌어들인다. 
확정적인 결과가 알려져 있지 않더라도 확률 계산에 의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미래 상황에만 ‘위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확정적인 결과가 알려져 있지 않을 뿐 아니라 확률 계산에 의해 결과를 예측할 수도 없는 미래 상황에는 ‘불확실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위험’은 ‘보험’을 활용해 고정비용화할 수 있는 반면에 ‘불확실성’은 ‘보험’이 적용되기 어렵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 

위험과 불확실성을 이렇게 구분한 나이트의 사고는 경제학 이론에 매우 폭넓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무엇보다 완전경쟁 시장질서에 대한 기계적 균형이론의 근거에 중대한 제약을 가하는 동시에 기업가 이윤의 원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주었다. 
불확실성 개념을 명시적으로 도입하면 기대효용 극대화 등 완전경쟁 균형의 근거가 되는 법칙들을 절대시할 수 없게 되는 동시에 이상적인 완전경쟁도 제거할 수 없는 기업가 이윤의 원천은 위험이 아니라 불확실성임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확실성에 따른 손실 가능성의 부담을 스스로 책임지고 사업상 판단을 내리는 것만이 기업가기능(entrepreneurship)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트는 이 책에서 이러한 자신의 관점을 인간의 인식과 행태에 관한 기초적 사실과 자명한 공리로부터 논리적으로 도출해내는 과정을 꼼꼼하게 서술한다. 따라서 독자로서는 그의 논리전개를 따라가면서 그와 함께 위험과 불확실성의 이론을 만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나이트는 시카고학파의 창시자들 가운데서도 주역이었지만 시장의 효율성을 극단적으로 신뢰한 밀턴 프리드먼 등 제2세대 시카고학파와는 달리 시장경쟁의 불완전성과 한계를 끊임없이 지적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오늘날의 상황은 어느 때보다도 나이트의 이론을 돌아보게 한다

저자 나이트는 20세기 중후반에 경제학 분야에서 케인스학파와 쌍벽을 이룬 시카고학파의 창시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1885년에 미국 일리노이 주의 매클레인 카운티에서 태어나 테네시대학에서 자연과학 학사학위와 독문학 석사학위, 코넬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17~19년에 시카고대학 경제학부 전임강사로 교편을 잡으면서 시카고대학과 인연을 맺었다. 1919~27년에 아이오와주립대학 경제학부 부교수와 교수를 지냈다. 1928년에 시카고대학 경제학부로 돌아와 1952년까지 24년간 이 대학 교수로 재직했고, 그 뒤에도 이 대학과 관계를 유지하며 집필과 강연 활동을 계속했다. 1950년에 미국경제학회 회장을 지냈고, 1957년에 프랜시스 워커 메달을 수상했다. 1972년에 87세로 타계했다. (필맥 /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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