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생각] ‘한국적 정치학’을 그려온 정치학자, 붓을 들다
[사람과 생각] ‘한국적 정치학’을 그려온 정치학자, 붓을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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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 한림대 명예교수(정치학)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캔버스 앞에 선 정치학자. 김영명 한림대 명예교수가 최근 선보인 전시회로 화제를 모았다. 그의 독특한 행보는 30여 년 정치학자의 이력에서도 나타난다. 김 교수는 정치학자로서의 ‘독창성’ ‘자주성’을 추구했다. 

김영명 교수의 연구 분야는 한국 현대 정치사로서, ‘한국적 정치학’이란 시각으로 꿰뚫어보는 데 그의 일생을 투자했다. 한국적 정치학이란 미국과 서양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우리나라만의 독자적인 시각으로 보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문제의식 △주제선정 △연구방법 △언어사용 등에서 이러한 시각이 나타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주류 정치학의 시각과는 거리가 멀다. 김 교수는 “한국적 정치학의 필요성에 동조하는 사람은 많았으나 실현하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학문이 서양학문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 우리 나름대로 틀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의식하지 못했지만 박사논문을 쓸 때 이런 노력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비주류의 길을 묵묵히 걸어오면서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1992년 《한국현대 정치사》를 집필해 주목을 받았다. 이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수정 보완해 개정판을 냈다. 2006년 집필한 《한국의 정치변동》은 독창성을 인정받아 한국 정치학회 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무척 보람을 느꼈다. 우리 눈으로 보면 다르게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의 독자적인 시각에 대한 강조는 저서와 연구에서 선명히 드러났다. 우리 시각에서 바라본 세계화와 민족주의에 관련한 수많은 글을 발표했고, 독창적인 한국 사회 분석을 제시하기도 했다. 큰 영향력을 미치지는 못했으나 새로운 시도였다. 

그가 추구한 독창성과 자주성의 줄기는 학문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한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2000년에 시민단체인 한글문화연대를 만들었다. 세계화에서 잃어가는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찾고 우리 말ㆍ글을 아름답게 가꾸는 운동을 하는 단체다. 외국어로 표기된 공공언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운동을 하고 있다. 또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국어기본법을 지키게 감시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한글운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세종문화상과 외솔상을 받았다.”

김 교수는 영어 공용화론과 영어 남용에 대한 비판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후에도 한글과 관련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한글문화연대는 활발히 활발한 운동을 펼쳤다.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알기 쉬운 헌법 개정안 운동까지 다양하다.

정치학자이자 한글운동가인 그가 이번엔 붓을 들었다. 4일 한림대 일송도서관에서 열린 김 교수의 첫 개인전인 ‘해, 달, 소년’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전시에는 김 교수의 사유에 의해 재구성된 유년의 추억과 자연 등 다채로운 소재가 담긴 51점의 유화 작품을 선보였다. 떠오르는 풍경과 색감을 즉흥적으로 캔버스에 옮겨 작품에 굳이 이름을 붙이지도 않았다. 그만큼 틀에 박히지 않은 개성 넘치는 작품이 특징이다. 

“그림은 글과 닮은 점이 있다. 기술적인 면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자기 안에 있는 것을 꺼내고 표현해야 한다. 그림이 좋은 이유는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순화된다는 점이다. 붓을 터치하는 순간 무아지경에 이르는 순간이 있다. 이 부분은 글과는 다른 매력인 것 같다. 더 자유롭고 마음 가는 대로 표현할 수 있어 강한 끌림이 있다.”

김 교수는 앞으로 그림을 통해 또 다른 모습을 보이고자 한다. 

“그림에 사상, 비판을 담지 않으려고 한다. 이미 글로 충분히 했다고 본다. 또, 복잡한 이론을 지양하고 쉽게 전하고자 한다. 순수하게 느끼는 것. 즐겁거나 슬픈 감정을 직관적으로 와닿게 표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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