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브루스 월드만 교수 연구진, 국제 공동연구…11일 <사이언스> 게재

▲ 항아리곰팡이로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황금두꺼비'. 외국에서 개구리 등 양서류의 대량 폐사를 일으킨 '항아리곰팡이'가 한반도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1998년, 호주 퀸슬랜드(Queensland)와 중남미 파나마에서 떼죽음을 당한 개구리가 목격됐다. 병원성 진균인 ‘항아리곰팡이(B. dendrobatidis)’의 첫 발견이었다. 양서류는 피부로 호흡한다. 항아리곰팡이는 피부에 침투해 숨통을 ‘틀어막는다. 곰팡이는 북중미와 유럽, 호주로 번져나갔다. 항아리곰팡이가 코스타리카에 서식하던 황금두꺼비(Golden toad)를 멸종시켰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2008년 미국과학협회보)

항아리곰팡이는 감염지역 내 양서류 개체종 40%를 멸종의 위험에 이르게 했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가 신고를 접수받는 질병으로 등록해 관리할 정도다. 하지만, 항아리곰팡이는 유독 아시아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 브루스 월드만 교수.

11일 병원성 항아리곰팡이의 기원이 한국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은 브루스 월드만(Bruce Waldman) 서울대 교수(생명과학) 연구진은 한국 개구리들이 이 곰팡이에 면역력을 갖고 있음을 밝혔다. 

이어 국제 학자들과 공동 연구를 통해 한국의 항아리곰팡이 분리주가 유전적으로 가장 많은 염기서열 다형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규명, <사이언스(Science)>지에 게재했다. 곰팡이 유전자는 시간이 지나며 돌연변이 해 다양한 종류를 낳는다. 연구진은 가장 많은 다형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곧 가장 오래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연구진은 “한국의 개구리들이 오랜 시간 항아리곰팡이 질병을 겪으면서 면역적 저항성을 갖도록 진화했다”고 분석한다. 외국 개구리들이 죽기 한참 전인 1900년대 초 한반도에서 채집한 개구리 피부 조직에서도 항아리곰팡이가 발견됐다. 곰팡이는 1950년대 해외 교역이나 군수 물자 수송을 통해 확산됐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한다.

연구진은 한국의 무당개구리를 감염시킨 항아리곰팡이 분리주를 추출해 분석했다. 곰팡이 시료를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연구진에 보내 전장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에 활용토록 했다. 곰팡이의 전체 유전체 서열을 분석하는 실험 기법이다. 

▲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연구진이 서울대 연구진 등 전세계로부터 받아 분석한 항아리곰팡이 분리주의 염기서열 다형성 수. 한국에서 보낸 곰팡이의 다형성이 가장 많다. (자료=서울대)

영국 연구진은 서울대 시료를 비롯, 아프리카, 미주, 유럽의 개구리에서 추출한 항아리곰팡이 시료를 모두 분석했다. 그 결과 유전자 다형성이 가장 많은 시료가 서울대의 것으로 꼽혔다는 설명이다.

해외의 개구리들도 한국처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함께 실렸다. 서울대 연구진은 한국 개구리들이 지닌 면역세포 수용체를 찾았고, 이 수용체가 저항성을 가진 외국 개구리들에게서도 발견됐다. 하지만 저항성을 갖추지 못한 해외 다른 지역의 개구리들에게는 한국 고유의 항아리곰팡이가 치명적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연구진은 한국을 떠난 항아리곰팡이가 귀국했을 때, 한국의 개구리에게 치명적일지는 않을지도 관심을 갖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개구리가 집단 폐사한 사례가 보고된 바 없지만, 목격하면 연구실로 알려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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