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특훈교수 로드니 루오프 단장 “다양한 응용 기대”

▲ '엠보싱 그래핀'을 개발한 로드니 루오프 단장 연구팀. 왼쪽부터 샤오 왕 박사, 펑 딩 교수, 로드니 루오프 교수, 밍 후앙 박사(사진=IBS)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탄소 원자로 구성된 평면 신소재 ‘그래핀’에 기포가 들어간 ‘엠보싱 그래핀’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해냈다. 열, 전기 전도도가 높고, 강철보다 200배 더 강한 그래핀에 기체 분자를 가둘 수 있다. 기존 그래핀과 달리 기포에 빛을 조사하면 위치에 따라 온도를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 정무영)은 로드니 루오프 IBS 다차원 탄소재료연구단(UNIST 특훈교수) 연구진이 ‘엠보싱 그래핀’을 제작하는 데 성공하고, 기존 평면 그래핀보다 우수한 화학적 반응성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논문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지난 3일 실렸다.

탄소 원자가 육각형 벌집 꼭짓점에 위치한 그래핀은 두께가 0.2나노미터(nm))에 불과하지만, 잘 부러지지 않고 유연하다. 구리보다 10배 전기가 더 잘 통하고, 반도체 재료 실리콘보다 전자 이동 속도가 100배 빠르다.

연구진은 흑연에서 그래핀 박막을 벗겨낸 뒤, 불순물 분자가 올려진 기판 위에 덮어 가열했다. 기판 표면에 붙은 분자가 기체로 기화돼 그래핀 안에 갇히며 기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완성된 ‘엠보싱 그래핀’은 평면에 굴곡이 생기면서 탄소의 거리가 늘어나 결합력이 낮아진다. 대신, 탄소 원자가 화학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엠보싱 그래핀 형성과정 기판상의 그래핀을 가열하면 기판에 흡착되어 있던 분자들이 기화되며 그래핀 안에 갇히어 볼록하게 돌출된 엠보싱 그래핀이 형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엠보싱 그래핀은 보통 수십 마이크로미터(㎛) 지름을 갖는다.(자료=IBS)

연구진은 또 기포 중심에 단일 파장 레이저 빛을 쏴 그래핀의 온도를 제어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기포 가운데 빛을 조사하면 정상파가 형성돼 온도가 가장 높아진다. 기포 가장자리로 갈수록 파장이 형성되지 않아 온도가 낮아진다. 온도는 빛이 강해질수록 변화 폭이 달라졌다. 연구진은 “레이저 조사 위치와 빛의 강도에 따라 (그래핀의) 온도를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오프 단장은 “(단파장 레이저를 조사하는) 라만분광법만으로 그래핀의 열전도성을 확인했고, 온도 조절을 통해 선택적 화학반응이 유도되는 기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 결과”라며 “‘엠보싱 그래핀’의 물리적 성질을 이해하면 다양한 응용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기포 안에 특정 가스를 채우고, 빛을 조사해 내부에서 화학적 반응을 유도하는 미세한 크기의 반응기 등이다.

IBS는 “이번 연구결과는 그래핀을 손상시킬 수 있어 제작이 힘들었던 엠보싱 그래핀을 개발하고, 물리적‧화학적 물성을 발현시키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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