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민 수성대학교 경영부총장

▲ 이형민 부총장

최근 교육부는 대학입시를 수시와 정시로 통합하고 수능비중을 확대하려는 정책으로 변경하려는데 이는 사실상 학생생활종합기록부파와 수능파 간, 엘리트주의교육과 평등주의교육 간 대립과 쟁투로 보인다. 이 문제는 최순실 모녀의 입시부정사건이 결국 자본의 힘이 입학의 힘이었다는 폐단의 심각성, 고등학교에 수시입시가 장기간 진행됨으로써 오는 피로감 등으로 인해 고교현장에서 더욱 탄성을 받아 일약 국가적인 문제로 등장하게 됐다. 그러나 그간 중등교육이 흘러온 맥락에 비춰보면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기식으로 취급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번에 바꾸려는 방식은 초기수능시대로 회귀하려는 모양새인데 이렇게 하면 과연 글로벌 경쟁과 통일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는 제도가 될 것인지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단언컨대 실현 불가능한 것임을 알기에 찬성하기도 어렵고,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신중을 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시 수능을 강화해 대학입시에 있어 평등주의를 실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는 취지와는 달리 우선 고교교육을 20세기의 정형화된 틀로 가두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고교교육을 과거의 교과중심, 교실중심으로 되돌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동안 진행해온 자율신장, 개성존중, 체험지향 교육은 접고 다시 수능중심체제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만들 것이다. 이것은 사고의 정형화, 획일화, 이론형 인재를 길러내던 구시대의 프레임이다. 그게 틀렸다면서 자유학기제를 실행하고 문과·이과를 통합해오고 있다. 다가오는 시대에는 유연한 사고, 다양한 능력을 가진 창의적 인재를 길러야 한다면서 말이다.

과연 정시수능을 확대하는 것이 교육평등을 답보할 수 있는가? 자칫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는 않겠는가? 우리는 늘 입학전형에 있어 강남교육특구, 사교육폐단, 위장전입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아왔다. 현재의 제도도 그걸 감안해 한다고 했다. 강남특구 혹은 대구 수성구는 수시보다 정시 중심적이고 수능위주라는 통계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수시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학생들까지 수능준비를 해야 하는 이른바 빌 게이츠 같은 비제도권 천재들조차 제도권의 희생으로 만들어야 하고, 수백만원씩 하는 고액과외를 받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유연한 사고, 창의적 사고를 길러내기 위한 수능을 치르게 한다는 식으로 하면 할수록 난이도가 높아져 고액과외가 판을 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은 강남불패 신화만 만들 뿐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학벌주의는 일반대학지향성과 수도권중심주의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지방대학인재선발이니 지방대학발전프로젝트니 하는 것들이 일류대학 앞에서는 무색해지는 고질병을 오래전부터 앓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사람대접을 받으려면 일반대학을 가야 하고 그중에서도 일류 수도권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사고가 뿌리 깊게 팽배해 있다. 자연히 지금까지 능력중심사회를 구현한다면서 바꿔놓은 모든 것을 깡그리 허물어뜨리게 될 것이다. 그렇잖아도 현재 서울 소재 대학들부터 학생들이 충원되고 있는 도미노현상에 지방대학들이 황폐화되어가고 있다.

학생의 개성과 특성을 살리려는 입시제도는 세계적인 추세다. 글로벌시대와 다가올 인공지능시대에는 유연한 사고와 창의적 사고, 도전적 의식을 가진 인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입시경쟁에 금수저의 힘이 크게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진 않다. 그렇다고 수능위주의 정시로 통합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현재도 고비용의 스펙들은 개선해가고 있으며 또 복잡한 입시전형을 간소화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꿈과 끼를 찾아가는 자유학기제, 교실 간 이동수업과 같은 개성과 열린 사고를 강조하는 학생맞춤형 교육이 정착돼가는 와중에 정시수능체제로 다시 묶어버리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먼 미래를 보는 보다 큰 시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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