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업교육대학/영국] 직업과 고등교육 결합… '계속교육' 가능한 체계 구축
[해외직업교육대학/영국] 직업과 고등교육 결합… '계속교육' 가능한 체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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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은 대전보건대학교 교수
▲ 신동은 교수

영국의 고등직업교육체제

영국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유학생을 유치하고 있는 나라다. 이는 영국의 유서 깊은 학문중심 고등교육 기관에 대한 선망뿐 아니라, 실무중심의 고등교육으로 확대 개편하면서도 유지하고 있는 우수한 교육 환경과 교육의 질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학문중심 교육과 직업교육으로 이원적 교육체제를 유지하던 영국은 1992년 단일 체계로 개편하면서 고용가능성 증대를 고등교육의 최우선 목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는 직업교육을 위주로 했던 계속교육대학(FEC; Further Education College)에서 학사학위 이하의 고등교육 과정을 운영하도록 한 것으로, 이를 통해 직업교육 이수자들의 고등교육 진입을 활성화했다.

이후 개발된 영국 고등교육자격 프레임워크(FHEQ)는 고등교육 자격증(레벨 4), 파운데이션 학위(레벨 5), 학사(레벨 6), 석사(레벨 7), 박사(레벨 8)의 자격을 구분하고 자격별 학습성과를 정의하고 있다. 이 중 우리나라의 전문학사에 상응하는 파운데이션 학위는 다양한 계층의 고등교육 진입 통로를 제공하고 중간단계의 고등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2000년 설치되었다. 파운데이션 학위는 1년을 이수할 경우 고등교육 자격증(certificate)과 함께 국가직업자격의 4등급에 해당되는 자격을, 2년의 과정을 이수할 경우 파운데이션 학위와 함께 국가직업자격의 5등급에 해당되는 자격을 얻게 되며, 3년으로 구성된 학사학위 중 2년 과정을 수료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렇듯 파운데이션 학위과정은 노동시장에서 인정되는 자격을 제공하는 것과 아울러 학사학위로 연계돼 있다.

파운데이션 학위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산업체의 요구를 반영한 고등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이전에 고등교육은 주로 연구 및 개발 측면에서 고용주들과 파트너십을 형성해왔기 때문에 교육과정 구성에 고용주의 참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지만, 파운데이션 학위는 산업별 협의체의 자문을 얻어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고용주와의 긴밀한 연계를 강조함으로써 고등교육을 수요자 중심 교육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파운데이션 학위는 지역사회에 자리한 FEC에서 주로 개설됨으로써 접근성이 높을 뿐 아니라 전일제와 시간제 등록, 원격교육, 웹 기반의 교육 등 다양한 교육방법을 활용해 다양한 부류의 고등교육 참여를 증진하고 있다.

고등교육의 질 평가와 책무성

영국에서는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고등교육을 운영하게 되면서 교육의 질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로 대두되었다. 고등교육에 지원되는 공적 자금을 관리하는 영국고등교육재정지원위원회(HEFCE)는 교육기관 책무성의 핵심을 “교육의 질”로 정의하는데, HEFCE는 이를 고등교육평가원(QAA)에서 진행하는 고등교육평가(HER; Higher Education Review)를 통해 보장하고 있다. HER 평가는 고등교육자격증(레벨 4)으로부터 박사학위(레벨 8)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고등교육 과정을 대상으로 진행되는데, 평가기준은 표와 같다.

<영국 Higher Education Review의 평가기준>

이와 같이 HER은 교육여건과 취업률 등의 성과에 대한 것보다는,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성취수준의 설정과 교수학습 및 평가에 관한 사항을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개별 교육기관은 국가 수준의 학문분야별, 학위수준별, 직업분야별 벤치마킹 자료를 바탕으로 학습성과를 설정한다. 

직업중심의 파운데이션 학위는 산업별 협의체가 만든 국가직무능력표준이나 파운데이션 학위프레임워크 등의 자료를 추가로 참고해 산업체 요구 사항을 학습성과에 포함해 정의한다. 대학은 외부평가자를 두고 학과에서 설정한 학습성과가 학위수준의 등가성을 보장하는 것임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각 대학이 공개하는 프로그램 운영계획서(program specification)에는 학과의 학습성과, 학년별(레벨별) 학습성과, 학습성과별 교수학습 및 평가방법, 학습성과와 교과의 연계성이 제시돼 있다. 대학은 학습성과 성취를 위해 교수들의 교수·평가 능력을 향상하고, 다양한 지원 인력을 두어 학생의 발전과정을 모니터링해 학생의 자기주도 학습능력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학습자들의 지식, 인지기술, 실무적용능력 등을 평가할 수 있도록 다양한 평가도구가 활용되고 산업체 인사가 함께 평가에 참여하기도 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학습을 위한 평가’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평가 이후의 피드백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본지 2017년 11월 15일 자, 11월 23일 자 참고). 이와 같이 영국 고등교육의 질은 학습성과의 객관성 확보 – 학습성과 달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정 설계 – 적절한 교수학습 및 평가 – 학습성과 성취의 공개라는 체계를 통해 관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8~2010년 시행된 전국 학생설문(NSS)에 따르면 FEC 재학생들은 교육여건에 비해 학습활동에 대해 높은 만족감을 보였고, 특히 교수자와 보다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만족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HER 평가결과는 3단계(충족, 개선 필요, 미충족) 또는 4단계(매우 충족, 충족, 개선 필요, 미충족)로 제시되는데, QAA의 평가 결과는 HEFCE와 공유되고, 1개 이상의 영역에서 낮은 평가를 받을 경우 QAA와 HEFCE에 의해 후속 조치가 추진되고 있다.

HEFCE는 HER 평가 결과 등을 참고해 고등교육 재정지원금을 교부한다. 2017년 HEFCE의 교육 관련 교부금은 전체 고등교육 지원금의 36.6%를 차지하고 있다. 재정 배분은 교육기관의 설립주체와 특성에 상관없이 등록 학생 수, 전공 분야 등에 기초해 이뤄지며, 학교는 Further and Higher Education Act 1992가 정의한 바에 따라 교수학습의 질을 개선하고, 학생들의 학습 경험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일정한 절차에 따라 교부금을 활용할 수 있다.

시사점

이상의 영국 고등교육에 대한 조사 결과에 근거해 본고는 우리나라 고등(직업)교육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을 네 가지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영국의 고등교육체계는 학습자들의 요구에 따라 계속교육이 가능한 평생교육 체계로 구축돼 있다. 교육성과는 독자적인 자격으로 인정돼 시장에서 활용되는 동시에, 상위교육으로의 원활한 이행이 가능한 체계가 갖춰진 것이다. 이를 위해 학위수준별 학습성과의 정의, 선행경험학습의 인정, 유연한 교육방식 등이 도입되고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둘째, 영국의 고등직업교육은 ‘직업 준비’와 ‘고등교육’의 두 가지 요소를 결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직업 세계에서 요구되는 역량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식과 직업기초 능력, 더 나아가 학습자들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강조된다. 직업교육의 목표가 취업 그 자체라기보다는 취업 이후의 고용 유지 능력을 포함한다고 할 때 이러한 역량이 교육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학습경험이 제공돼야 한다.

셋째, 영국의 고등교육은 교육의 질에 대한 책무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교육의 질은 학위수준에 걸맞은 학습성과를 성취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을 계획, 운영, 평가, 개선하는 활동으로 담보될 수 있다. 이러한 영국의 사례는 학위수준별·학문분야별·직무분야별 핵심역량 정의가 미비하고 성과중심의 교육과정 운영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 고등교육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넷째, 영국 정부는 교육 책무성을 수행하는 교육기관에 대해 기관의 설립형태나 특성에 상관없이 교부금을 배부해 지원한다는 점이다. 공적 자금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강한 책무성을 요구하지만, 대학의 충실한 책무 이행은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는 것으로 간주돼 공적 자금의 활용이 허용된다. 이처럼 대학 교육의 질이 곧 우리 사회의 경쟁력을 표현해주는 중요한 지표임을 부인할 수 없다면, 우리나라도 이미 오랫동안 논의해온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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