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방향 잃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시론] 방향 잃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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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본지 논설위원 / 명지대 교수, 미래정치연구소장

참 아이러니하다. 여러 언론에 발표된 문재인 정부 1년 차 평가에서 외교·대북관계는 합격점을, 교육·경제 분야는 낙제점을 받았다. 예상 밖의 결과다. 임기 초반 진보정권은 ‘평등’과 ‘공정’을 주창하며 서민경제와 공교육을 우선 살릴 것으로 예상했고, 자주와 반미의식이 강하기에 외교와 한미동맹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문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운전자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지만 서민경제는 악화됐고 교육정책은 갈팡질팡하며 최악의 상황이다.

지난 1년간 문 정부의 교육정책을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결정 장애’로 압축할 수 있다. 권한을 가졌지만 책임지지 않기 위해 결정을 뒤집거나, 다른 주체에 결정을 떠넘기는 행태를 보였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이기에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워낙 민감한 쟁점이기에 신중해야 하지만 대선공약에 맞춰 중장기적인 비전과 큰 틀의 정책방향은 선명히 제시했어야 한다. 이처럼 정부가 교육정책의 비전과 소신이 없다는 점이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대선공약이었던 절대평가를 골자로 한 2021학년도 수능 개편방안 확정을 거센 반발로 1년 미룬 점,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 특별활동 금지를 1년 유예한 점, 교육부 차관이 서울 주요 대학 총장에게 전화해 정시 모집 확대를 요청하면서도 학생부종합전형 축소 등 입시안 결정을 국가교육회의에 넘긴 점으로 미뤄볼 때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의 교육개혁에 대한 비전과 의지는 전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달 11일에 교육부가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개편안 시안 또한 그동안 논란이 됐던 쟁점만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고 정부의 교육개혁에 대한 철학과 비전은 생략한 채, 구체적인 정책결정의 권한과 책임을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에 위임했다. 국가교육회의가 향후 상설화되면 정권에 따라 수시로 바뀌지 않는 중장기적인 교육정책의 방향을 자문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과연 전문성과 중립성이 결여된 현재의 상황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상당한 우려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보다 근본적인 고민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려운 ‘백년대계’ 문제의 해법을 한시적인 기구에서 단기간에 찾을 수 있을지에 있다.

문 정부의 교육개혁에 대한 불신은 교육정책을 입법하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의 교육부 폐지 법안 발의에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민주평화당의 유성엽 위원장은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하는 법안과 관련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의 협조를 받아 대표 발의했다. 현장에 혼선만 주는 오락가락 행정과 자체의 대입개편안조차 미루는 교육부는 더 이상 존재의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능 개편 1년 유예 결정 후 8개월간 아무런 진전 없이 대국민 혼란을 초래하다가 국가교육회의에 최종 결정을 ‘이송’한 교육부와 정부의 총체적인 직무유기에 철퇴를 가한 것이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취임 1년 평가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80%를 넘었지만 교육 분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최악의 30%에 그쳤다. 진보의 가치를 지향하는 문 정부의 교육정책은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공공성’ 회복에 방점을 두는 것이 예측 가능한 일관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시와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가 입시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판단한다면, 비정상적인 공교육과 사교육을 유발하는 정시의 확대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면 될 일이다. 교육부 차관이 대학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방식은 철학이 실종된 조급한 성과주의이자 권한남용이다. 모든 정책은 성과와 부작용을 동반한다. 정책에 대한 반발과 갈등이 존재하는 것은 건강한 다원주의적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방증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교육개혁의 방향을 바로 잡아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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