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IST 부설 한국뇌연구원 김진섭 책임연구원 ‧ 세바스찬 승 美 프린스턴대 교수

17일 <셀>지 게재…‘집단지성’ 활용한 연구 눈길

▲ 김진섭 DGIST 부설 한국뇌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사람은 눈의 망막을 통해 세상을 ‘본다,’ 뇌가 ‘보는 것’을 이해하려면, 망막의 신경세포를 이해해야 한다. 뇌는 870억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돼 있다. 그럼에도 망막에도 신경세포가 있다. 시각정보가 뇌에서 처리하기에 너무 많아서다. 

국내 연구진이 망막에서 시각 정보가 뇌로 전달되는 유일한 통로 ‘신경절세포’ 396개를 47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6가지 세포는 처음 발견했다. 현재까지 발표된 망막 신경절세포 목록 가운데 가장 완전하다는 평가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부설 한국뇌연구원의 김진섭 책임연구원, 미국 프린스턴대 세바스찬 승(한국명 승현준) 교수 연구진이 망막에서 눈과 뇌를 연결하는 47종의 ‘시각 채널’을 확인했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가 17일 밝혔다. 논문은 <셀(Cell)>지에 한국시각 17일에 게재됐다.

신경절세포는 우리 뇌에게는 ‘TV채널’과 같다. 우리가 채널을 돌려서 원하는 콘텐츠를 찾듯, 뇌도 움직임, 외곽선과 같은 다양한 시각 정보를 망막 신경절세포를 통해 받는다. 시각정보는 뇌에서 종합돼 우리가 ‘보는 것’을 만들어낸다.

연구진은 생쥐의 망막을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3차원 영상을 분석, 신경절세포 396개를 찾아냈다. 연속된 단층 영상에는 망막 조직에 들어있는 모든 신경세포의 자세한 구조 정보가 숨겨져 있다. 매 단면 영상마다 신경세포의 세포막을 경계로 하는 세포 내부를 한 가지 색깔로 표시하면 숨어있던 신경세포의 3차원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 연구진이 찾아낸 신경절세포 47종의 모습. 각 유형마다 대표적인 세포 하나씩을 선택해서, 망막에 빛이 들어가는 방향인 위에서 본 모양과 옆에서 본 모양을 보여주고 있다.(자료=과기정통부)

신경세포를 재구성하는 과정은 ‘집단지성’을 활용했다. 2014년 연구진이 개발한 아이와이어(eyewire.org)는 데이터를 학습하는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일종의 게임 사이트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용자(게이머)가 마우스로 세포의 경계 안쪽을 색칠하는 간단한 분석 작업을 수행했다. 연구진은 “재구성할 신경세포의 양이 훨씬 많아 작업 속도의 향상이 필요했다. KT와의 협력을 통해 연구를 빠르게 수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KT는 연구진과 업무협력을 체결하고, 아이와이어를 한글로 번역했다. 한국 사용자가 40배 늘었고, 작업 기여도만 3분의1에 도달했다. 전세계에서 총 1만3803명이 게이머로 참여했다.

이렇게 밝혀낸 신경절세포를 특징에 따라 47종으로 분류했다. 이름도 붙였다. 신경세포 끝인 수상돌기 망막에 얼마나 깊이 뿌리를 박고 있는지에 따라 10등분하고, 영문자를 덧붙였다. 망막의 깊이, 방향 영역을 구분하는 기준도 이번에 새로 발견했다. 수상돌기들이 망막의 평면 위에서 단위면적마다 일정한 분량이 들어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본래는 수상돌기가 각각 고유영역이 있다는 게 중론이었다.

김진섭 책임연구원은 “이 연구는 시각 뿐 아니라 사고와 인지 등 뇌가 작동하는 원리를 밝혀내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녹내장 등 시각질환의 근본 원인을 찾아내는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향후 3차원 전자현미경을 이용, 소뇌와 대뇌의 신경세포 연결 지도(뇌지도)를 만들고 뇌의 정보처리 과정과 작동원리를 밝혀낼 생각이다.

연구진이 이번에 찾아낸 눈 속 신경절세포는 온라인 전시관(museum.eyewire.org)을 통해서도 관찰해 볼 수 있다. 온라인 전시관에서는 신경절세포의 고해상도 3차원 영상을 직접 조작하며 관찰할 수 있고 그 신경세포가 시각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활성도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 망막의 신경절세포 유형을 온라인 가상전시관으로 구축한 museum.eyewire.org 홈페이지 캡처.(자료=과기정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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