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일 대원대학교 사무기획처장 한국전문대학 사무처장협의회장

▲ 권영일 처장

해마다 돌아오는 5월은 생명력이 약동하는 싱그러운 계절이다. 연두색 잎사귀에는 윤기가 흐르고, 온갖 꽃들은 형형색색의 아름다움과 자태로 우리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나 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이 인간 삶의 이야기와 어울려 즐거운 축제가 열린다.

전국의 대학들도 5월이면 축제로 들썩이고 분주하다. 새 학기와 함께 시작된 새로운 생활 적응과 학업 등으로 쌓인 심신의 피로를 날리고 젊음의 생명력을 회복하고 발산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더욱이 낭만과 꿈, 젊음과 미래 같은 단어가 곧바로 대학을 연상시키던 과거와 달리, 취업준비로 고단한 대학생활을 보내야 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에겐 건조한 감성을 윤택하게 만들고, 협소한 사고를 확장시키는 축제다운 축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근래에 펼쳐지는 대학 축제는 대학마다 거의 비슷한 형식과 내용을 보이면서 아쉬움을 자아내게 한다. 큰돈을 들여 연예인을 초청하고 무대 위에 펼쳐지는 그들의 노래와 춤, 일상적 이야기에 환호하며 함께 즐기는 것이 축제의 중심이자 목적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먹고 마시는 주점 운영도 대학 축제의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중심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요즘 대학 축제는 연예 편향과 상업주의에 물든 획일화된 행사의 반복 속에 균형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가 없다. 절반에 가까운 축제 예산을 연예인 초청에 지출함으로써 대학 축제다운 프로그램의 운영이 점점 위축돼서야 되겠는가. 주점들의 모습도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바깥의 상업주의를 모방하는 것 같아 많은 실망을 안겨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다수의 학생들도 축제의 의미를 일회성 스트레스 해소 정도로 간주하며, 균형 잃은 축제의 지속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축제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대학 축제의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성숙한 민주시민과 건실한 직업인을 양성해야 하는 오늘의 대학은 교육적 차원에서 이 시대의 젊은이에게 부합하는 균형 잡힌 대학 축제를 개발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삶과 놀이의 조화를 생각하고, 공동체 속의 너와 나를 다시 느끼며, 세상과 시대를 보는 폭넓은 안목도 키우는 성숙하고 균형 잡힌 대학 축제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 축제는 입시위주 교육,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 세대를 아우르는 놀이문화의 부재 속에 성장한 대학생들에게 절실히 필요하며, 열린 사고와 타인과의 공감 능력을 요구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요구에도 부응하는 축제가 된다.

새로운 방향의 대학 축제를 위해서는 다수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하는 프로그램이 축제의 중심이 돼야 한다. 일회적 카타르시스 효과만 주는 연예인 초청 행사와 주점운영이 더 이상 축제의 중심이 돼서는 안 된다. 축제 예산의 균형 잡힌 배정을 통해 여러 전공분야와 동아리 활동, 인문학적 관심, 지역사회와의 연대, 시대적 이슈 등과 연결된 다양하고 내실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을 유도하고 지원해야 한다. 다수 학생들과 학과의 능동적 참여로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축적되면, 곧 독창적인 대학축제로 연결돼 새로운 축제의 전통이 세워질 것이다.

성숙한 대학 축제의 정립을 위한 또 다른 필요조건은 대학 구성원 전체의 마인드 변화다. 기존 축제와 연관된 내면의 고착화된 사고와 습관화된 행태는 변화의 큰 걸림돌이다. 대학 구성원 모두가 그러한 장벽을 넘어서려는 진지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대학본부 및 담당부서, 총학생회의 변화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들의 마인드 변화를 위해서는 학과 차원에서 교수들의 적극적 지도 역시 매우 필요하다.

축제는 대학문화의 흐름과 성숙도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보다 성숙한 축제를 통해 대학생활을 즐겁게 하는 활력소가 생성되고 자신과 세상을 더 깊고 넓게 바라보는 기회가 제공되기를 기대한다. 그러한 변화는 내일의 한국 사회 속에 삶의 여유와 품격을 높이는 멋진 축제문화의 번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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