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뿐 아니라 창업에 대학 내 관심이 뜨겁다. 재학생들이 창업교육을 이수하고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해서 실제로 회사를 차리면 대학의 취업률 신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고용창출이 이뤄진다면 취업률 제고를 위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기에 대학 차원에서 지원도 꽤나 많아지고 있다.

대학 내 학생창업, 교수창업 등 이른바 ‘창업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창업선도대학 육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대학의 창업지원단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모든 임직원들은 “전 세계를 통틀어 창업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주기 위한 가장 좋은 사업”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창업의 선진국이라 하는 독일이나 일본, 미국을 가봐도 우리나라의 지원사업 체계가 최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학에서 창업지원단을 꾸려나가고 있는 단장, 부단장, 총괄실장 등 임직원들은 창업선도대학 사업을 통해 재학생을 비롯한 청년들에게 ‘기업가정신’을 키우고 ‘창업’에 눈을 뜨게 했다는 점에 무한한 긍지와 보람을 느끼고 있다.

8년 전 창업선도대학 사업이 처음 시작됐을 때 재학생들에게 “창업지원단에서 교육을 받고 자금을 지원받아 창업을 해보라”는 권유와 홍보를 해도 누구 하나 눈길을 주지 않았고 실제로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는데, 지금은 창업동아리에 들기 위한 경쟁률이 4~5 대 1이 될 만큼 창업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는 보람이다. 말 그대로 창업지원단은 대학 내 창업문화와 관련해 ‘무에서 유를 창조’한 셈이다.

10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대학의 창업지원단은 적게는 수만 명에서 많게는 십수만 명에 이르기까지 많은 재학생 및 지역 내 청년들을 대상으로 창업관련 교육을 진행했다. 지자체들과 협업해 창업축제를 만들어내고, 중국이나 미국 등 해외로까지 나아가 창업 확산을 위한 글로벌 인프라를 구축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 창업지원단이 그간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온 창업문화 확산 프로그램들은 이제 '빵점'짜리 활동으로 전락했다. 창업선도대학 육성사업에 대한 평가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학이기에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던 평가지표들이 최근 매출이나 수출, 상장여부 등 실적 중심으로 변경됐다.

대학 창업지원단 관계자들은 “창업선도대학으로서 창업교육을 시키고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 스타트업 기업을 배출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대학의 역할은 기업가정신을 함양하는 ‘교육’에 있어야 한다”면서 “실적 중심으로 평가지표가 바뀌어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나 창업축제, 글로벌 프로그램 운영 등은 아예 점수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그간 노력했던 것들이 무의미하게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창업선도대학 사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창업관련 행사를 진행하는 것보다 이미 중견기업에 접어든 기업들을 찾아다니면서 “창업지원단의 작은 지원을 받아달라”며 ‘구걸’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대학의 창업지원단이 창업문화 확산에 기여한 여러 가지 성과들이 있겠으나, 창업지원단장들은 무엇보다 약 10년 전에 창업교육을 받았던 재학생들이 취업했다가 최근 다시 창업지원단의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창업선도대학 사업을 수행하는 대학으로서 창업교육을 통한 기업가정신 함양이라는 궁극의 목표가 달성됐다는 방증이다.

사업의 취지와 방향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창업선도대학 사업. 방향성이 틀어졌다.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현장(대학)의 목소리를 듣고, 대학이라는 사업주체에 걸맞은 사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한 대학의 창업지원단장은 “평가기준을 아예 바꿔 사업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기보다 어느 정도 사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단계별 육성사업으로 세분화해 창업교육, 스타트업, 스케일업, 글로벌화 등 좀 더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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