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강제퇴관 공고문 게시 관행 중단 권고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대학이 기숙사에서 퇴관 조치된 대상자와 그 사유를 익명으로 표시해 알리는 공고문을 붙이는 게 인격권 침해 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해석이 나왔다. 대학 기숙사의 특성상 익명성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는 이같은 이유로 모 대학 기숙사에서 퇴관 대상자를 일부 익명 처리해 공고하는 관행을 중단하라고 해당 학교 총장에게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대학 학생 이모씨는 대학 측이 ‘강제퇴관 공고, 8층 이** 생활관생, 흡연 및 비상문 임의개방, 벌점초과(100점)으로 생활관 운영규정에 의거 강제퇴관 조치를 취함’ 공고문을 기숙사 엘리베이터에 부착, 자신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대학 측은 규칙 위반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공고문을 부착했다고 국가인권위에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공고를 본 다른 학생들이 기숙사에 빈 방이 있음을 인지하고 입소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알리는 취지였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는 기숙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다수의 학생들이 징계 대상자가 누구인지 쉽게 정보를 습득해 식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기숙사 규칙위반 관리는 학교가 부정기적, 정기적으로 퇴관 사례를 공개하거나, 오리엔테이션(OT)을 통해 관련 규정, 사례를 소개할 수 있다고 보고 대학 측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숙사 빈 방 알림은 홈페이지 등을 통한 공실 알림 공고가 더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에스엔에스(사회관계망, SNS) 상에서 학생들이 공고문 사진을 올리고, 장난으로 댓글을 주고받는 등 진정인의 사회적 평판과 명예가 훼손됐다고도 밝혔다.

홍준식 국가인권위 조사관은 “원칙적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으나, 그 정도 정보만으로 인원이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으면 이번 사례와 동일하게 인격권 침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공고문과 상황, 주변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당 대학은 권고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할 시 OT 등을 통해 사례를 소개하는 형태로 규칙위반 관리에 나설 예정이라고 국가인권위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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