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대담] 채훈관 유원대 총장 (충북지역총장협회장) “대학 위기 극복하려면 자생력 고민해야”
[심층대담] 채훈관 유원대 총장 (충북지역총장협회장) “대학 위기 극복하려면 자생력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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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대학으로 발전 가능성 충분…긍지와 자부심으로 학생 키워

“지역대학은 지역사회에 도움 주는 등 관계 소중히 여겨야”

▲ 채훈관 유원대 총장.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충청북도 지역에는 17개 대학이 모여 있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대학 내 현안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채훈관 유원대 총장(충북지역총장협의회장)은 그런 대표자격 자리를 두 번이나 맡아 이끌고 있다.

개별 대학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지역 대학들이 어떻게 공생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하는지도 채 총장에게는 중요한 이슈다. 지역 대학의 위기 타개를 위해 소탈하고 격의 없는 그의 언변처럼 총장협의회 회의도 난상토론으로 바뀌었다. 총장단의 기업 방문은 물론 명사를 초청해 총장들은 공부를 이어간다.

채 총장의 소회와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 지난해 말 충북지역총장협의회장 연임 후 약 임기의 반이 지났다. 소회를 전한다면.
“전 임기 동안 다소 미진했던 부분들을 보완하고, 협의희원 대학 간 더욱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지역 대학들은 서울·수도권 대학들에 비해 애로사항이 많다. 충북지역 대학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충북지역의 경제규모는 타 시도에 비해 약한 데다 고등학교 졸업생 수도 상대적으로 적어 학생모집이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충북지역이 수도권에 비해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혜택이 적다는 점이다. 문화가 가장 중요한데 충북지역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수도권 대학 학생들에 비해 문화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수업할 수밖에 없다.”

- 대학들이 재정지원에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위기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자생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 재정지원은 받으면 좋지만 받지 못한다고 해서 손을 놔버릴 수도 없다. 자생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패러다임이 불어닥치고 있는 가운데 변하지 않고, 자생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다. 유원대도 해외 유학생을 국내에서 어학연수 시키는 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자생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대학 간 공유 플랫폼이 주목을 받고 있다. 충북지역은 공유대학 계획은 없나.
“현재 이 부분에 대해 충북지역총장협의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 공동캠퍼스도 가능성은 있지만 성공하기 위해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시스템 없이 하드웨어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적인 것보다는 공유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대학에서 고민하는 것은 대학의 역할이다. 반드시 지역사회에 발전 요소를 주고, 지역사회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 간 우수한 인력과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면 더 큰 시너지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충북지역에 17개 대학이 있다. 이들 대학의 입장을 한데 모으고 정리하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총장들과는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
“충북지역총장협의회에서는 아무리 어려운 주제라도 브레인스토밍 형식의 난상토론을 진행한다. 이렇게 토론하다 보면 상호 입장을 이해하고 되고, 다양성을 인정하게 된다. 상호 대학 간 벽이 허물어지면서 소통이 가능하다. 총장협의회 회의 구조도 싹 바꿨다. 그동안은 회의 때 대학만 다녔지만 총장들이 단체로 기업을 방문하고 경영실장이 나와 강의도 진행했다. 학교에서 진행할 때는 그 대학의 스타 강사를 초청해 특강과 토론을 진행하기도 한다. 회의 문화를 바꿨다.”

- 지역사회와의 관계도 중요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바뀐 총장협의 회의에서는 한 달 전에 미리 주제를 준다. 총장이 발표할 주제를 미리 공부하고 와서 강의를 하는데 5월 주제는 ‘대학이 지역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였다. 협의회 안에는 일반대부터 전문대까지 다양한 대학이 모여 있다. 대학이 지역사회에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대학들의 특성을 살려 어떻게 지역사회에 도움을 줄 것인지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 3월부터 시행된 2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에서는 권역별 평가로 진행됐다. 충북지역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입장이 많았다.
“충북지역의 경우 경제 규모나 지역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지 않아 불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대학들이 어려운 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으로 안다. 다만 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학의 규모와 역사 등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선행돼 야 한다. 설립된 지 50년이 넘어 동창회 등이 활성화 된 대규모 대학과 소규모 대학이 동일한 기준으로 경쟁한다면 결과가 쉽게 예측되지 않나.”

- 국가의 고등교육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고등교육 정책은 퇴보하고 있다. 동일한 잣대로 높낮이를 평가하고 구조조정을 감행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창의적·융합적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그런 똑같은 잣대로 평가하면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인재의 탄생은 어렵다. 국립대는 국립대로서 국가의 미래 문제를 해결할 인재를 양성하고, 사립대는 다양한 인재를 배출하게 해야 한다. 다양성을 인정해주는데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본은 지금 청년 취업률이 97%에 육박한다고 한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다. 나름대로 원인을 분석해본 결과 핵심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규제가 없다. 알리바바를 보라. 이곳에서는 쉽게 하는 것을 우리나라는 할 수 없다. 규제가 기업 발목을 잡고 있다. 규제완화를 하게 되면 고용창출이 자동으로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친기업 정책이다. 일본은 고용창출이나 신성장동력을 이끌면 법인세를 과감히 낮춰준다. 기업을 존중하고, 고용창출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게 된다. 지금 같은 시점에서는 이런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BOX] 젊은 대학 유원대, 그만큼 변화의 기회도 많아

채 서른 살이 안 된 젊은 대학이지만 유원대의 목표만큼은 오랜 역사를 가진 여느 대학보다도 크다. 1994년 영동공과대학교로 시작한 영동대는 2년 전 ‘유원대’로 대학의 명칭을 바꾸고 영동과 아산에 두 개의 캠퍼스를 두고 있다.

산업단지는 전무하지만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영동캠퍼스는 웰니스와 복지, 영농 등 지역기반의 학과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현대자동차 등이 맞닿아 있는 아산캠퍼스는 ICT를 특성화시켜 산업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다. 아직 젊고 규모도 작지만 확실한 키워드를 가진 유원대의 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믿는다.

캠퍼스를 거니는 학생들은 너나할 것 없이 총장의 얼굴을 기억하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도 신선했고, ‘요구하지 않는 대학’을 강조하는 총장의 목소리도 생경했다. 대담 내내 격식을 따지지 않고 할 말은 하는 강단 있는 채훈관 총장의 모습에서 ‘파격’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그런 채 총장은 어떤 인생관을 가지고 있을까. 채 총장의 어머니 김맹석 여사는 유원대 학교법인인 금강학원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부족한 것없이 살아왔을 법도 하지만 김 여사는 과거 보따리 행낭 하나로 시장에서 시작했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시지 못했다”고 말하는 채 총장의 표정에는 어머니를 향한 무한한 존경과 애정이 비쳤다.

“어머니는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 욕심 부리지 말라, 나만 배불리지 말라’는 말을 늘 강조하셨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형석학원(학교 법인)을 짓고 있었는데 현장을 가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모래를 짊어지고 공사 현장으로 가 어려움을 직접 경험해 보기도 했다. 그런 어머니의 가르침을 늘 기억하고 있다.”

100년이 넘은 대학들 사이에서 유원대는 이제 막 청년기를 시작한 젊은 대학이다. 젊은 대학으로서 발전 가능성도 충분하지만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등 애로 사항도 클 법하다. “유원대를 선택해 오는 학생들은 훌륭한 학생이라고 생각한다. 원석에 좋고 나쁨이 어디 있나. 원석을 금은동으로 만드느냐, 다이아몬드로 만드느냐는 교육자의 몫이다. 어떤 학생이 오는지에 초점을 두기보다 어떤 학생이 와도 우리 학교에서 인재로 만들어 나가는 데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는다.

그의 호탕한 웃음에는 권위가 없다. 오가며 학생들이 얼굴을 기억하고 인사를 건네는 모습도 놀랍다. 이를 인성의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물론 학교에 비교과 과정 인성프로그램이 있다. 그러나 그런 수업으로 학생들의 인성이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인성변화는 학교의 총장과 교수들이 본보기다. 총장부터 학생들을 사랑하고 나누고 베푸는 것이다. 대학 내 ‘감사나눔 가게’가 있는데 본인들이 쓰지 않는 물건을 기증한다. 이 물품을 필요한 학생들이 구입하고 모인 금액은 지역의 경로당에 기부한다. 모범을 보이고 시도해 체험하는 것, 몸으로 배운 것은 망각이 힘들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옛 격언은 그의 지론이다.

그의 호쾌한 성격은 대학의 경영에서도 잘 드러난다. 생각한 것은 바로 실천에 옮긴다. 변화에 두려움이 없다. 채 총장이 바꾼 대학의 포럼 문화가 대표적이다.

“교육도 문화다. 지역사회에서 가장 대학이 할 만한 사업이 포럼 사업, 지식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영동에서 여러 지식인들을 모아 포럼을 열었다. 일례로 지난달 농업의 6차 산업화 시킨 핵심인물인 아이쿱스 회장을 모셔서 포럼을 열었는데 대박이 났다. 2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생협을 가지고 있고, 농업을 체험화 시킨 장본인이다. 지역 지도자들에게 이 내용을 소개하니 깜짝 놀랐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포럼이 활성화 돼야 성장할 수 있다.”

주변을 의식해 말을 아끼는 여느 사람들과도 다른 모습이다. 채 총장은 인터뷰 말미에 “대학이 자꾸 요구만 하는 모습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이 지역사회와 국가를 위해 뭘 하겠다는 것을 말해야 한다. 대학이 자꾸 요구만 하는 모습은 너무 창피하다. 총장들이 사랑을 받기 위해 먼저 뭘 해보겠다고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그의 모습에서 유원대의 미래가 투영되고 있었다.

▲ 채훈관 총장이 이인원 본지 회장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채훈관 충북지역총장협의회장은…
경희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충북대 대학원에서 건축공학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영동대 제4·5대 총장을 지냈고, 2013년 제7대 영동대 총장으로 다시 선임됐다. 2016년 유원대로 학교명을 바꾼 뒤 유원대 총장으로 재임 중이다. 2016년 충북지역총장협의회장으로 선출됐으며 지난해 연임했다. 임기는 2019년 12월까지다.

<대담 = 이인원 본지회장 / 사진 = 한명섭 사진부장 / 정리 = 이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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