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경영적자 누적 위험수위 넘어서

대학부속병원이 대학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27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화여대 동대문병원, 중앙대 필동·용산병원, 한양대 한양의료원, 건국대 민중병원 등 대학부속병원의 경영적자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들 대학부속 병원들의 누적 적자 규모가 최고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같은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대학재단이나 대학 측에 자금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들 대학병원의 경영부실이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재단이나 대학 경영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화여대 동대문병원의 경우 장상 총장 때 매각을 검토했으나 교수 및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쳐 처분을 못했고 중앙대 필동 병원은 흑석동 메티칼 센터 건립으로 매각을 서두르고 있으나 덤벼드는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실정이다. 갖고 있으면 계속 적자가 누적되고 매각하려해도 팔리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양의료원은 악화된 자금사정으로 인해 도매상을 통해 공급된 약 값 등 물품대금 지급기한이 공정거래법상의 3개월을 초과해 6~7개월로 늘어지고 있다. 또 ‘대학병원 병상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는 말도 옛말로 병상 공실률이 최고 25~30%를 보이기도 했다. 이화여대 동대문병원은 일부 진료과를 제외하고는 환자가 찾아오지 않아 공동화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이들 대학부속병원이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이유는 ‘시장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경영’과 ‘신설 종합병원에 비해 낙후된 시설과 의료장비’, ‘의약분업에 따른 수지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 병원들은 경영적자가 누적되면서 간판급 교수들마저 대거 개업의사로 빠져나가 스타급 의사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에서는 이제 대학부속병원을 대학에서 분리·독립시켜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병원을 독립시켜도 교육 및 연구에 지장이 없다는 주장이다. 독립시켜야 대학으로 이어지는 부실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으며 경영전문가 영입을 통해 경영의 새로운 틀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건국대 법인사업국 관계자는 “대학부속병원을 독립기관화해야 대학병원도 전문경영인을 모셔 경영정상화를 꾀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양대 관계자도 “대학병원의 누적적자가 해마다 눈 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대학재정 마저 부실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연결고리 끊어야할 시점인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들 대학병원의 경영상태는 공개된 것이 없어 외부에 구체적인 수치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내부 구성원들은 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이화여대 동대문병원 홍보관계자는 누적 적자규모에 대해 “정확한 수치는 아는 바 없지만 경영상태가 나빠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어려움을 체념한 듯 했다. 이화여대 법인사업국 관계자는 “동대문병원의 적자 보전방식은 기밀”이라며 함구했다. 건국대 민중병원 관계자는 “경영 상태가 나빠 40여명의 의대교수 급여가 병원수익에서 충당되지 못하고 대학에서 충당되고 있다”고 어려운 상황임을 설명했다. 중앙대 용산병원 홍보관계자는 경영상태를 묻는 질문에 대해 “많이 어렵다”는 말로 대신했다. 동국대 일산불교병원은 학생들의 개원 반대 시위로 개원시기 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은 일산불교병원 개원 시 막대한 비용이 교비에서 빠져 나갈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국대 총학생회 한 간부는 동국대 법인이 대학에 전입하는 전입금 규모가 매년 40~50억원 가량이지만 항목별로 따져 보면 경상비 전입금은 없고 법정부담금 27억 가운데서도 17억원이 교비(등록금)에서 지출되는 등 거의 투자되는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학생들은 병원개원 자금줄이 교비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대학부속 병원은 공공기관의 성격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경영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통계청, 보사부 등 어디에도 재무재표나 대차대조표 등 결산서를 찾아볼 수가 없다. 이들 대학부속병원의 병상 수는 이화여대 동대문병원이 4백3병상, 중앙대 필동·용산 각각 4백병상, 한양대 한양의료원 9백70병상, 건국대 민중병원 2백87병상, 동국대 일산불교병원 8백병상, 한방 2백병상 개원예정 등 이다. 지난날 대학부속병원은 명성을 누리며 대학재정에 적지 않은 보탬이 돼 왔던 젖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경영합리화 대상'에 오른 신세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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