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열 고려대학교 연구기획팀장

대학 조직을 기능이나 권한, 목적 등과 같이 여러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은 행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먼저 기능적인 면에서 행정조직, 교육조직, 연구조직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여기에서 행정조직은 교무처, 학생처, 연구처, 기획처, 사무처 등과 같이 대학행정을 전담하는 조직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대학 본관에 사무실을 둔 본부 부서를 중심으로 조직화돼 있다. 하지만 이 행정조직은 대학의 근본 목적에 비춰보면 2차적 목적의 조직이고, 1차적 목적의 조직은 교육이나 연구를 위한 조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학 행정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을 찾고자 한다면 교육조직과 연구조직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대학에서 행정은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교육과 연구를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교육조직은 교수와 학생이 주 구성원인 교육적 목적의 조직이며, 학과 조직을 기본단위로 해서 단과대학, 부총장, 총장으로 연결되는 계통조직으로 안정화돼 있다. 구성원은 어느 한 학과에 소속하게 되고 그 조직에서 부여되는 일정한 의무를 수행하나 그에 따른 보상 체계는 대체로 획일적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조직의 유연성이 떨어져 조직 간 융합이나 혁신이 쉽지 않게 된다. 결국 교육조직은 현실보다 변화 속도가 느리고 외부의 힘에 의해 변화를 겪게 된다. 대학은 대체로 이러한 교육조직을 중심으로 조직화돼 있고 행정조직은 이를 견고하게 받쳐주고 있다. 대학이 교육기관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대학을 연구조직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연구조직은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연구자의 자율적 참여로 조직화되고,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가 확실하다. 그리고 조직의 변화 속도는 최소한 현실과 같거나 앞서 있어 변화를 주도한다. 그렇지 못한 조직은 치열한 연구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도태될 것이다. 이러한 특성의 연구조직은 대학 조직에 아직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 목적의 연구소나 사업단 단위 조직들은 대학에서 체계적으로 조직화돼 있지 못할뿐더러 이러한 산발적 조직들이 대학 전체의 연구 역량을 담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좀 더 진화 과정을 거쳐야 대학에서 연구조직이 안정화 단계에 이를 것이다.

그동안 대학행정은 전통적으로 교육조직을 지원하는 행정에 치중해왔고, 연구행정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도 인색했다. 그래서 연구조직은 늘 교육조직 그늘 아래 더부살이해 왔다. 연구조직 성격이 강한 대학원 조직은 전통적 교육조직인 학부조직에 얹혀 있다. 교수도 연구조직보다는 교육조직에 소속돼 있는 것을 편안해한다. 자신의 소속감에 대한 애착은 대학원이나 연구조직에서보다는 학부의 학과에서 더 느낀다. 이런 환경은 연구의 융합이나 소통을 어렵게 한다. 연구조직 역량이 부족하게 되면 연구 분야는 계속 교수 개인이 감당해야 하고, 연구역량이 교육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끊어진다. 조직역량 강화를 위한 대책은 연구자 개인이 아니라 행정의 구조적 문제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대학은 교육과 연구라는 양 날개를 가진 하나의 몸통이다. 어느 한쪽만이 아니라 양 날개가 균형을 잡아야 몸통이 날 수 있다. 양 조직이 균형을 이루게 되면 대학은 연구조직이 앞서서 미래를 개척하고 교육조직이 뒤따르면서 뒷받침하는 안정적 구조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은 연구행정에 행정역량을 더 투입해 연구조직을 강화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연구조직이 가진 유연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반면 교육조직은 연구조직의 장점을 받아들여 체질을 개선하고 조직을 유연하게 변화시켜야 한다. 이 두 조직 사이에 대학 혁신을 위한 수많은 열쇠들이 숨겨져 있다. 그 열쇠를 찾아 두 조직을 하나의 대학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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