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연구자들, 융합연구 위한 대학교육은 ‘얕게 많이’ 보다 ‘깊게 많이’ 주문

융합연구 겪은 ‘청년과학기술인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

▲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과 융합연구를 경험한 청년과학기술인들은 24일 수원 영통구(광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토크콘서트를 가졌다. 왼쪽부터 사회자 윤희정 SBS CNBC 아나운서, 이상국 비닷두 대표, 김지혜 K-water 융합연구원 선임연구원, 이진규 과기정통부 제1차관, 김기현 POSTECH 교수(창의IT융합공학과), 강단비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선임연구원, 안광석 에코로커스 대표.(사진=과기정통부)

[수원=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24일 융합연구를 경험한 청년과학기술인 5명과의 토크콘서트에서 “전공이 무엇이냐 묻는 옛날 방식의 틀 때문에 새로운 혁신이 가로막힌다”며 “학부 졸업생에게 전공을 묻는 게 ‘넌센스(비상식)’”라고 말했다.

이진규 차관은 학부 4년을 무전공 기초학부로 운영 중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졸업생이 “융‧복합을 위해 배워야할 분야가 너무 많아 중도이탈이 많다. 진로에 대한 불안감도 학교에 엄청나다”며 “해외 대학원 진학 면접에서 전공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아 곤란함을 겪었다. 솔루션(대비책)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 차관은 또 “과학기술원 4개교가 내년부터 융합인재 1000명을 양성하기 위해 전공의 벽을 무너뜨린다고 한다”면서 대학들이 기존 학과 중심의 학사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DGIST 졸업생의 질문에는 “솔루션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의 ‘제3차 융합연구개발 활성화 기본계획(안)’ 공청회를 겸해 수원 영통구(광교) 차세대융합기술원에서 열린 이날 토크콘서트는 20~30대의 신진과학기술인 5명이 사회자와 문답을 주고받고, 이진규 차관이 정부의 방침과 입장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문답이 끝난 뒤 청중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특히 패널로 참석한 연구자들은 융합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로 운영되는 현행 대학 교육과정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전공 전문성과 전문성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융합의 취지와 달리, 어려운 개별 전공과목을 교양과목 수준에서 가르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암환자의 삶의 질을 연구하는 강단비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선임연구원은 “얇고 넓게 아는 것은 진정한 융합적 개념이 적용되는 게 아니다”며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지, 문제해결형과 체험형 교육과정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 선임연구원은 암환자를 치료하는 입장에서 같은 생물학 범주에 들어있는 분자세포생물학자와 뇌과학자의 관점이 다르고,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융합을 위해서는 분자세포생물학, 뇌과학을 교양수준에서 이해하는 1명을 키우는 것보다, 각 분야 전문가의 다양한 관점을 인정하고 문제해결 전략을 찾아내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 광주과학기술원(GIST)를 졸업한 김지혜 케이워터(K-Water) 융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많은 학생들이 타 학과 전공과목을 듣지 않는다. 학점이 잘 나오지 않아서 그렇다”며 “그럼에도 기계공학과 수업을 듣고 보니, 알지 못했던 분야를 알 수 있어 필요하다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취업난에 허덕이고, 좋은 학점을 받아야 하는 학부생들에게 ‘융합’을 주문하면서 다양한 전공과목을 수강하도록 강요하는 방식은 실효성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게 연구자들의 주문이다.

벤처창업자인 ㈜에코로커스 안광석 대표(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박사수료)는 “(소속 대학원은) 다른 학과 전공 과목을 신청해도 전공과목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가 좋았다”며 “깊게 많이 안다는 인식을 알도록 교차 수강하는 형태의 제도를 많이 만들어준다면, 융합을 위해 억지로 노력할 필요 없이도 학창시절에 많은 진전이 있을 것”이라 제언했다.

한편 대학원 수준에서는 산학연, 또는 학내 학제간 융합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소통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술창업 벤처기업 ㈜비닷두의 이상국 대표(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박사수료)는 “기술창업을 위해 이 대학원을 선택했지만, 또 다른 공대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융합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국가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공동연구 기여도를 별도로 입력하는 등 부담을 가중하는 평가‧관리 체계, 기업-대학-연구기관 공동연구 컨소시엄 마련에 필요한 상호 소통 부족도 원인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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