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실 (본지 논설위원/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학자)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파고를 넘나들며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는 통일은 우리 역사에서 보면 신라의 삼국통일과 고려의 후삼국통일에 이은 세 번째 통일이다. 지금 세대는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가에 살면서 분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기류가 생성돼 왔으나, 사실 우리의 역사는 긴 통일과 짧은 분열의 반복이었다.

첫 번째 신라 삼국통일의 의의는 그전까지 혈통, 언어, 문화의 동질성에도 불구하고 각기 다른 국가체계에 속해 있던 우리 민족이 하나의 국가로 통합돼 민족국가 형성의 기반을 세운 것이다. 이후 250여 년 지속된 한 지붕 세 가족 통일신라 시대에서 파생된 후삼국의 통일을 이루며 고려는 점령당한 지역과 지역민에 대한 갖가지 배려정책을 펼치며 진정한 의미의 실질적 민족통합을 이뤄냈다.

아시아 시대,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의 선결조건이 한반도 통일이라는 인식이 싹트는 상황에서(One Korea, New Asia), 대화를 기반으로 한 평화통일의지가 있는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하며 한반도는 국제 역학관계를 조정할 지렛대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2번의 통일에서도 국제질서의 영향이 상당했음을 감안하면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고 있는 복잡하게 연결된 지능정보화사회에서 우리의 통일은 이제 우리만의 과제라기보다는 국제적 문제이고 정서적 통일까지를 염두에 두어야 할 시대적 사명이다. 남북통일이 되면 전 재산을 북한지역 개발에 투자하겠다는 짐 로저스 같은 세계적 투자회사 총수도 있고, 북한에 투자할 재원이 이미 마련돼 있다고 공표한 세계은행 총재도 있다. 통일비용을 겁내는 우리 젊은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통일이 되면 국방비 감축효과, 국민가처분소득 증가, 북한 관광자원 개발, 사회갈등비용해소 등이 발생해 추산되는 통일비용 3600조를 훨씬 뛰어넘는 약 6800조의 국가수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통일연구원의 보고서도 함께 논의해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통일비용을 통일투자로 교체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통일의 주역이 돼야 할 우리 2030세대는 대체적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이 낮고, 실리주의적 측면에서 통일을 다소 불편하고 위험하게 생각한다는 조사 보고가 많다. 이는 우리 사회가 젊은이들의 공감대 형성과 통일관 정립을 위한 대학통일교육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학통일교육은 학교통일교육과 사회통일교육 등 어느 영역에서도 명확한 자리매김을 하지 못한 채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모두 미흡해 젊은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유발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바른 통일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세대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활용해 종래의 체제통합적 접근을 넘어 일상생활과 사회·문화적 측면까지 통일교육 내용을 확장해야 한다.

작물이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듯이 성장세대는 기성세대 부모와 스승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 끊임없이 교사양성교육과정의 혁신이 강조되는 상황에서도 같은 교정 안에 존재하는 부속학교를 수십 년 근무기간 동안 한번도 가보지 않은 교수가 수두룩하다는 말에 우리 대학의 민낯을 보게 된다. 누가 뭐래도 최고 지성기관으로 분류되는 대학은 사회 이슈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야 할 뿐 아니라, 청년과 더불어 성장하며 세계로 미래로 발전해가야 할 것이다. 우리의 긴 역사 속에서 70년 분단은 짧은 기간이고, 통일은 청년의 삶을 바꾸는 혁신적 포용국가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것이다. 새로운 시대는 아침처럼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변혁적 리더십을 발휘해 누군가 열어야 한다는 것을 날마다 새롭게 새기며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착실히 실천하며 더 나은 세상 만들기에 주력하는 지성의 전당을 많이 자주 보고 싶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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