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교수학습센터장

▲ 주현재 교수

필자는 마이클 무어 감독을 참 좋아한다. 본래 다큐멘터리 장르는 재미라는 요소가 간과되기 쉬운데, 무어 감독은 유머와 풍자로 무거운 주제도 살짝 비틀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청할 수 있게 만드는 마법사다. 2015년 作 ‘다음 침공은 어디?’에서 무어 감독은 자신의 나라 미국의 정치와 사회를 향한 신랄한 일침을 가하며 또 한 번 독특한 연출방식으로 자신의 애국심을 표출한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무어 감독이 자칭 미국의 대표가 돼 프랑스, 이탈리아 등 9개의 유럽 국가를 침공해 그 나라의 좋은 제도를 빼앗아 온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무겁지 않고 익살스럽게 극 중 등장하는 유럽 국가들의 선진화된 제도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인류공동체의 보편적 가치를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필자는 본 지면에서 영화 속 9개 나라 중 프랑스와 핀란드의 사례만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프랑스다. 프랑스의 학교 급식 문화는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일단 학생들이 원탁에 둘러앉고, 일반 레스토랑처럼 조리사가 직접 카트에 음식을 실어 접시에 덜어준다. 당연히 미국과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학생들이 철판 트레이를 들고 긴 줄을 서야 하는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식단 관리의 경우 시 당국에서 학교 당국과 협력해 직접 지원하고 있다. 시 당국자는 학교 급식에 관여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무어 감독의 질문에 학생이 균형 잡힌 식단을 배우고 먹는 것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라 답한다. 즉 점심식사 또한 수업의 연장이며 1시간을 꽉 채워서 몸에 좋은 음식을 즐기며 동료를 배려하는 등의 식탁예절을 배우는 것이 교육을 통해 반드시 함양해야 하는 목표라는 것이다.

학생들의 점심은 플라스틱 대신 진짜 사기그릇을 사용하고 그 안에 담긴 전채 요리와 디저트까지 즐긴 후, 비로소 한 끼의 식사가 끝이 난다. 예상과는 달리 본 영화에서 소개된 학교는 파리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것은 재정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적 가치의 문제로 보인다. 평생에 걸쳐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식사 예절을 준수하며 누리는 식도락만큼 행복에 중요한 요소가 어디 있단 말인가. 프랑스는 교육의 가치가 개인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핀란드의 사례도 살펴보자. 핀란드는 세계에서 알아주는 교육 선진국이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수년째 1, 2위를 기록할 만큼 학생들의 학업능력도 우수하다. 우리나라 역시 PISA에서 최상위권에 있긴 하지만 핀란드와는 기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우리 대학입시를 목표로 한 지나친 경쟁 분위기와 학생 간 성적편차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무어 감독은 1960~1970년대에는 핀란드의 교육수준이 세계 최하위권 수준이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핀란드가 이렇게 교육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찾기 위해 애쓴다.

결국 교육부 장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힌트를 얻는데 그것은 숙제가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잘 자라고 즐겁게 지내려면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게 이 나라가 교육을 혁신한 비결이었다. 그렇다면 PISA의 결과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핀란드 교사들은 객관식 시험을 없앴다는 점이 교육에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에 비해 미국은 대학입시에 도움이 안 되는 시·음악·미술 등 예능수업을 대입공부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많이 줄여버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필자는 이 같은 핀란드 교육 사례의 성공은 정답을 강요하는 교육이 아닌 학생이 스스로 답을 만들어가는 방식 곧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길러줬던 것에 있다고 판단한다. 학생에게 공부가 숙제로 인식될 때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인 자발성은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미국교육이 처한 현실과 우리나라 교육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쟁이 심한 우리네 교육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해되고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 담론이 작금의 교육계를 뒤덮고 있지만 그보다 우선적으로 논의돼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의 목표와 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 곧 공감대를 이루는 일이라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야심차게 출발한 국가교육회의가 현재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정책의 중심에는 부디 성적 경쟁보다 학생들의 행복이 우선적으로 자리하길 소망해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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