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인 재산권 침해’ 입법안 저지, ‘자율성 보장’ 선봉…유례없는 회계 분리, 통합돼야
국민에 직업 제공, 직업교육 ‘국가 책무성’ 사학이 담당…미래 직업교육 위한 제도 마련돼야

▲ 남성희 회장은 국가가 학교를 세워 고등교육까지 책임져야 하지만 사학인들이 많은 학교를 세웠기에 국가는 사학설립자와 사학에 대해 빚을 지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우리나라의 고등단계 직업교육의 대부분을 맡고 있는 교육기관은 사립전문대학이다. 그동안 대한민국 산업 발전을 위해 사립전문대학들은 수많은 전문기술인력을 배출하고, 국가 발전에 필요한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데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을 묵묵히 수행해왔다.

하지만 현재 많은 사립전문대학들은 입학자원의 감소와 구조조정 등으로 어려워하고 있다.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국가의 임무를 대신 수행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일반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정부 재정지원 규모 등 넘어야 할 산은 높기만 하다.

학생 등록금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과연 국민에게 직업을 갖게 하고 관련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 부문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립전문대학과 법인을 위한 타개책은 없는 것일까.

사립전문대학과 법인의 발전과 공공성 앙양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전문대학법인협의회의 남성희 회장을 5월 29일 만났다. 국가의 책무성을 사적 영역에서 담당하고 있는 전문대학, 법인의 역할과 미래를 향한 발전 운영 계획에 대한 남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전문대학법인협의회의 현황과 역할에 대해 먼저 짧게 소개 부탁한다.
“전문대학법인협의회는 지난 1988년 처음 만들어져 올해로 30년이 됐다. 현재 전국 회원 법인 수는 126개며, 학교 수는 128개교다. 사립전문대학을 유지‧운영하는 학교법인 간 상호협조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중요 현안문제를 협의하면서 사립전문대학의 자주적 발전과 공공성 앙양에 기여하는 등 사학에 대한 자율성 침해 환경에 같이 대처하고 있다. 이사회는 26명의 이사와 2명의 감사로 구성하고 있으며, 지역별 공동관심사를 협의, 개선책을 강구하기 위해 8개 권역 시도 법인협의회를 두고 있다.”

지난 2016년 회장 임기를 시작해 햇수로 3년째를 맞이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과제가 있다면.
“세 가지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첫째는 시도 법인협의회 활성화다. 둘째는 법인협의회 소식지 발간이다. 셋째는 〈사립학교법〉상의 지나친 규제 조항 개선과 규제 입법의 저지다. 모든 교육정책이 학교 위주다. 공무원이나 국회의원들도 법인협의회의 존재를 잘 몰라 협의회 활동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우선 시도 법인협의회를 활성화시킨다면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판단했다. 또한 소식지를 창간하고 세 번째 발간을 했으며, 올 9월에 나온다. 사학 법인의 현안과 정책 이슈, 사학인의 목소리 등을 담고 있다. 결국 앞서 첫째와 둘째는 세 번째 목적을 추진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제는 법인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지나친 규제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성과는 있었나.
“사학 법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몇 개의 입법안을 저지한 바 있다. 앞으로도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재산권을 침해하는 법률안에 대해서는 그 부당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면서 저지해 나갈 것이다. 현행 〈사립학교법〉 중에서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은 학교회계와 법인회계로 분리돼 있는 회계의 통합이다. 회계 분리는 세계에서 그 유례가 없다. 앞으로 회계 통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경우 사학의 비중이 높다. 특히 전문대학 사회에서는 압도적이다. 국가발전의 원천으로서 사립전문대학의 기여도는 어느 정도인가.
“1960년 후반부터 전문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고등교육에 눈을 돌릴 수 없던 산업화 시대였다. 국가가 해야 할 일들을 자기 사재를 털어 교육을 해왔던 주체가 사립전문대학이다. 현재 전문대학의 94%가 사학이다. 50년이 넘는 시기 동안 500만 전문직업인을 양성해왔다. 산업발전을 현대화하는 데 촉진제 역할을 했다. 국가는 사학인에게 대단한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또 학력중심에서 능력중심 사회로 변화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전문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반대 졸업생보다 높으며, 특히 취업자 전공 일치율도 일반대보다 높다. 조기졸업과 저렴한 학비, 또 그것을 다시 사회로 환원 등 대단한 기여를 하고 있다. 전문대학에서 배출한 중견기술 인력은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원동력이다.”

전문대학이 없으면 지금의 한국도 없다는 말인가.
“만약 일반대 중심의 서열화가 계속됐다면, 일반대에 가지 못해 ‘낙오자’라는 오명을 쓴 졸업자들이 어떤 생활을 할지 상상할 수 없는 사회가 됐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전문대학은 사회안전망 구축에도 큰 기여를 했다고 자부한다.”

전문대학은 직업교육 특성화 대학으로, 건학정신에 부합한 교육을 진행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근래 사학의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점들 때문에 속이 상하는 게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다.
“간호대학, 보건대학, 공과계열을 육성하는 이공대학, 인문‧예체능 대학 등 각 대학은 태생부터 독창적으로 시작됐다. 독창적인 특성을 인정받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자율적인 평가와 제도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최근 대학 기본역량 진단 평가다. 태생이 다른 전문대학의 특수성은 인정하지 않고 단순히 학생 수, 투입금액, 교원 수 등 겉으로 나타나는 ‘수치’로 대학을 평가한다. 대학의 사회적 역할과 대내외의 이미지 등과 같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성과를 평가에 대폭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 정부는 전문대학의 교육정책으로 ‘고등교육의 질 제고’를 목표로 두고 있다. 양질의 고등교육은 대학의 장점을 특화하기 위해 정부에서 자율성을 주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 생각한다.”

정부의 여러 사업 준비로 정작 대학이 해야 할 행정이나 교육 등이 마비되고 있다는 소리가 여러 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전문대학이 각종 제도와 평가에서 몇 % 안에 들기 위해 0.01점을 가지고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재정지원 사업이다. 등록금이 벌써 10년 이상 동결되고 있는 현시점에 재정지원 사업에 선정되지 않는다면 대학은 재정적으로 위험해질 뿐 아니라 대학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다. 대표적인 전문대학 재정지원 사업은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SCK),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 육성사업,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전문대학(LINC+) 육성사업 등으로 일반대 재정지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업을 진행하면서 각 사업의 계획서, 연차평가보고서, 대면평가 등이 동시에 진행돼 교직원의 피로도가 급격히 증가되고 있다. 계획서와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이런 일로 구성원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면 큰 문제다. 간소화됐으면 한다. 어떤 일이든 제도를 간소화해야 쉽게 실행할 수 있고, 자율성을 보장해야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전문대학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 미흡 등 사학 재정이 큰 위기다.
“2023학년도가 되면 약 16만 명의 대학 입학자원 부족으로 많은 대학이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사학 재정은 본래 등록금 의존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등록금은 10년간 동결되고 있다. 앞으로 입학금까지 폐지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양질의 교육을 실현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필요한 지원책이나 타개책은.
“사실 학교법인은 학교시설물을 건립하면 그 의무를 다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학교법인은 학교설립 시 개인 재산의 대부분을 출연해 매우 영세하다. 하지만 학교법인은 끊임없이 학교를 지원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고등교육교부금법〉을 제정하거나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명문화해야 한다. 또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능력중심사회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전문대학에 대한 예산을 크게 확충해야 한다. 정부의 고등교육기관 사업비 예산 중 전문대학 예산 비중은 16.3%에 불과한 실정이다. 아울러 확보 기준을 초과한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학 가운데 문제 사학도 있다. 강력한 처벌은 당연하겠지만, ‘일반화의 오류’로 모두를 잠재적 문제 사학으로 규정짓는 상황에서 건전사학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물론 사학인 스스로 투명하게 사학을 경영해야 한다. 국민은 교육자의 청렴도에 대해 갖는 기대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사학비리가 없어야 하겠지만 제도적인 문제점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교직원 임용의 최종 결정은 이사회 권한이지만, 교직원 임용을 총장에게 위임하거나 또 총장이 추천권을 갖고 있어 실질적으로 총장이 임용권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교직원에 대한 소송비용은 법인회계서 부담해야 한다. 이는 매우 불합리하다. 또 전문대학 학교법인은 대부분 영세하다. 잘못을 저지른 교직원과 소송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송비용 때문에 아무 조치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발생하는 사학비리 문제는 소송비 문제인 경우가 많다. 일부 사학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규제를 강화하는데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개별 사학을 처벌하는 것은 맞지만 이를 문제 삼아 전체 사학을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문제 발생의 원인을 분석해 근원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전문대학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회장이 그리는 전문대학의 미래는.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메가트렌드가 우리 교육환경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창의적 인재양성 시스템으로 바꿔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고학력 지향의 국민적 의식구조와 지식정보화 사회에서의 고용 구조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전문대학 교육의 대중화와 보편화를 기하면서 교육내용을 현장형 교육으로 내실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로 현장중심의 실용적인 전문직업기술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둘째로 전문대학의 자생력을 보강하기 위해서 특성화와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하는데 대학 스스로 조직문화와 조직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며 변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는 국가인적지원의 효율적 개발과 관리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교육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평생직업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해야 한다. 시대가 변화할수록 다양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전문대학이 앞으로도 국가 산업인력양성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 최용섭 본지 주간(왼쪽)과 남성희 회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메가트렌드가 교육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남성희 회장은…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계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으며, 영남대서 교육학박사를 했다. 1978년부터 1980년까지 한국방송공사(KBS) 아나운서로 재직했다. 2000년 학교법인 배영학숙 이사장을 역임했다. 2002년부터 대구보건대학교 총장으로 대학경영을 맡고 있다. 2016년 한국전문대학법인협의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현재 아시아‧태평양대학협의회(AUAP) 회장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주요 상훈으로는 2006년 미육군성 공익봉사훈장과 2007년 대한체육회 올림픽체육진흥유공자표창, 2009년 보건복지가족부장관표창, 2010년 노동부장관표창, 법무부장관표창, 2011년 근정포장 등이 있다.

<대담=최용섭 주간 / 사진=한명섭 부국장 / 정리=김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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