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의 미리내 ⑥] 과학기술정책의 허와 실(?)
[ESC의 미리내 ⑥] 과학기술정책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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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연구원

'한국 AI, 미국에 1.8년 뒤지고 중국 추월 당해…정부 2.2조원 들여 따라잡는다' 'AI에 2.2조원 투자…기술력, 인재 확보한다'

지난 5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발표한 '인공지능(AI) 연구개발 전략' 발표 후 쏟아진 언론기사 제목들이다. 근데 제목들이 낯설지가 않다. 

'정부 AI에 5년간 1조원 쏟아 붓는다' '한국판 알파고 만든다… 정부 1조 투자' 

이는 2016년 3월 미래부의 '지능정보산업 발전전략' 발표 때 나온 기사들이다. 2년 사이 투자 금액만 달라졌을 뿐 인공지능 관련 정부 정책이 2개나 발표된 것이다.

우리는 언론기사를 통해 다양한 정부 정책을 접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 또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이 발표되고 있다.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긴다. 어떻게 매번 정부에서는 새로운 분야, 새로운 정책을 발표할 수 있는 것일까? 답은 앞선 사례로 확인할 수 있다. 매번 새로운 분야,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 같은 분야에 대해 이름과 내용이 바뀌어 새 정책으로 발표되기도 하고, 사회적 필요에 따라 서로 다른 분야들을 아울러 새 정책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기존의 정책 또한 사라지지 않고 남는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하나의 분야에 대해 여러 개의 정책이 존재하는 상황은 허다하다.

그럼 여기서 또 하나의 궁금증이 발생한다. 정부 정책은 필연적으로 예산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그 예산은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 앞선 예를 다시 살펴보자. 2016년 인공지능에 1조원을 투자한다고 했고, 2018년 다시 인공지능에 2조2000억원을 투자한다고 했다. 그러면 인공지능에 투자되는 예산은 3조2000억인 것일까? 2017년에는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포함한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에 2조2000억원을 투자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예산은 별도의 예산일까? 아니면 이번 정책에서 포함하고 있는 예산일까? 그렇기에 해당 정책들을 접하는 대다수의 국민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는 인공지능 분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과학기술정책 구조를 살펴보면, 국가과학기술기본계획을 최정점으로 해 그 밑에 60여 개의 기본계획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기본계획과는 별도로 앞서 살펴본 다양한 발전전략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기본계획에 따른 계획 수행 정도와 상황변화 내용을 반영한 시행계획들이 매년 수립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연간 국가 R&D 예산은 약 20조원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상에 나타난 예산은 40조원 이상에 달한다. 이는 모든 정책이 무 썰듯 분야를 나눠 다루는 것도 아니고, 목적에 따라 하나의 분야가 여러 계획에서 다뤄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분야의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다보니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투자가 과도하게 이뤄진다고 오해하거나, 정책 실패 시 그 비용이 과다하게 책정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일반 국민들은 인공지능 분야에만 약 4조원이 투입될 것이라 오해하거나, 정책종료 시점에 인공지능 기술 개발이 더딜 경우, 막대한 예산을 낭비했다고 비판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실제 인공지능 분야의 발전에만 쓰이는 예산은 이 중 20~30%에 지나지 않는다(아니 오히려 이보다 더 적을 수도 있다). 나머지 예산은 인공지능과 연계된 다양한 과학기술분야 R&D에 투자되고 있으며, 인공지능 분야 예산 또한 다른 과학기술분야 정책과 엮여있기 때문이다. 즉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성과가 없었더라도 다른 분야에 성공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정책의 예산을 낭비했다고 단순히 평가할 수는 없다.

사회가 복잡다단해짐에 따라 정책들의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책에 대한 일반적인 사회적 인식을 고려해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실적에 대한 지나친 정부의 부담과 욕심 때문에 심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한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구호만 변하는 새로운 과학기술정책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과학기술분야를 진흥시키고, 과학기술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보다 더 기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정책들이 수립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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