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통일·북한 관련 교육 받고 싶은데…”

지난 10년 새 남북관계 악화로 교과목·학과 구조조정 이어져
전문가들 “대학·정부, 통일교육 필요성 인지하고 관심 확대해야“

▲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활동하는 대학생 동아리인 '대학생겨레하나'가 지난달 12일 남북대학생교류 준비단 오리엔테이션을 열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대학생겨레하나)

[한국대학신문 장진희 기자] 4ㆍ27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제2차 남북정상회담까지 개최되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대학생들의 통일교육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및 통일관련 교과목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어서 대학 당국 및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여 년간 경색되기만 하던 남북관계가 남북정상회담 이후 개선될 조짐이 보이자, 대학생들은 북한에 대한 이해를 제고시키고 통일인식을 기르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통일 및 북한 이슈에 무관심했던 태도에서 한층 달라진 모습이다.

장민호 고려대 남북대학생연합 북한인권학회 ‘리베리타스’ 학회장은 “남북관계가 개선됨에 따라 대학에서 통일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과목이 개설돼야 한다. 현재 대학에서 이뤄지는 수업은 북한의 정치체제의 한계에 대해 나열하는 주입식 교육이 대부분이다. 대학에서 ‘통일은 꼭 필요한가’ ‘통일이 정말 가능한가’ 등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교과목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전후세대이자 실용주의 성향이 강한 현 20대 대학생들에게 통일교육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서울대에서 ‘북한학개론’을 강의 중인 배영애 강사는 “현재 20대 대학생들은 앞으로 기성세대가 될 것이고, 통일 논의를 본격적으로 이끌어가야할 장본인이다. 그러나 6ㆍ25 전쟁 이후 물리적 시간이 많이 흐른 데다가 취업 등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대학 통일교육이 미흡하다 보니 대학생들의 통일 이후 사회에 대한 인식이 제한적인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대학생들이 통일 및 북한 관련 교과목을 수강하고 싶어도 개설되는 과목 수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전국 일반대에서 통일·북한 관련 전공 및 교양과목을 개설한 대학은 94개에 불과했다.(숭실평화통일연구원, 전국 대학교 북한·통일 관련 전공 및 교양과목 개설현황, 2015년) 나머지 대학은 통일·북한 관련 교과목이 전무했다.

통일·북한 관련 교과목이 있어도 △북한의 정치체제에 대한 주입식 교육 △교수자의 이념 및 성향에 따른 편향적 교육 △일부 학과 위주의 강좌 개설 등 한계가 분명하니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순 아주대 통일교육연구실장은 “대학 통일교육은 여전히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전반을 학생들에게 주입식으로 이해시키려는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학생들이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수자의 일방적인 교육보다는 예를 들면, 김정은의 리더십에 대한 분석력 등을 키워주고 보다 다층적으로 북한과 통일 이후의 사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북돋워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토론식 교육, 현장체험식 교육 등으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배영애 강사는 “대학 수업이 교수자가 북한에 대해 무조건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특히 북한 관련 교육에서는 교수자가 자신의 감정이나 편견을 배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이념을 강요하려는 경향이 있다. 교수자는 학생들이 자신만의 통일에 대한 인식을 갖고, 객관적으로 북한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다 많은 학생들이 북한에 대해 다차원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정 학과 위주의 수업 개설에서 다양한 학과에서의 통일·북한 관련 교과목 개설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갑준 통일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현재 열리는 교과목은 정치외교학·윤리교육학·국제학부 등에서 남북관계, 동북아관계, 통일문제를 다루는 일부 학과를 중심으로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는 보다 다양한 학생들이 북한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정치·외교나 군사·안보 분야보다는 사회·문화 분야의 강좌개설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통일·북한 관련 교과목이 활성화되기 위해 대학 당국과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학 통일교육은 학교 통일교육과 사회 통일교육 중 어디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갑준 사무총장은 “그 동안 대학들은 취업률 지표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통일·북한 관련 교과목 개설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강좌 개설에 필요한 예산 및 인력 지원을 줄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잇따른 북한학과에 대한 구조조정도 대학 통일교육을 위태롭게 한 원인으로 꼽힌다. 1990년대 중반,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세계적으로는 탈냉전 기류가 형성되면서 동국대를 시작으로 북한학과가 등장했다. 이에 대학 내 통일·북한 관련 교육이 활성화되는가 싶었지만 지난 10년 새 또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줄줄이 폐지되거나 통폐합됐다.

정부 차원의 지원 부족은 통일교육 활성화의 발목을 잡은 요인이다. 김종수 숭실대 겸임교수(베어드학부)는 “정부 차원의 대학 통일교육 지원은 통일부의 ‘통일교육 선도대학’ 사업 등이 전부다. 그나마도 이런 사업의 혜택을 받는 대학은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부가 대학 통일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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