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훈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획처 선임행정원

필자는 과거 학적 업무를 담당했다. 입학, 등록, 수강, 성적, 휴학, 복학, 졸업 등 일련의 업무를 맡아서 하다보니 하나의 여정(journey)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기에 당차게 떠나는 여행인 셈이니, 교직원으로서 좋은 가이드가 돼야겠다는 예쁜 소명의식도 갖곤 했다.

이후 부서이동으로 다른 업무를 담당하다가 우연히 ‘고객여정지도(Customer Journey Map)’라는 개념을 접하게 됐다. 학적 업무 때의 기억이 떠올라 ‘연결 본능’이 샘솟았음은 물론이다.

고객여정지도란 고객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는 순차적인 단계를 시각화한 것을 의미하며, 고객이 서비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용하는지 그들의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을 단계별로 분석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도구로 알려져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고객이 서비스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불편하게 느끼거나 문제로 인식하는 상황을 정리하고 솔루션을 도출해 개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의 한 공항은 공항 출입부터 항공기 탑승에 이르는 고객여정지도를 통해 동선과 절차를 합리화하고 적절한 위치에 직원을 배치해 서비스의 질을 높인 결과 탑승객 증가를 이끌어내고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대학에서는 학생고객여정지도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요즘 대학들이 외치는 슬로건의 교집합은 ‘학생 성공(Student Success)’이고, 고등교육의 가치 지향점으로 기존의 탁월성에 더해 ‘학생 만족(Student Satisfaction)’을 제시하는 문헌도 주목받고 있다(Shin, J. C. (2014).《The Future of the Post-massified University at the Crossroads》).

학생고객여정지도는 이러한 학생 성공(만족)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강력한 툴(Tool)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생한 사용자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근거중심(evidence-based) 처방이라 약효가 강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하나의 도구를 넘어 대학 거버넌스의 혁신이 될 수도 있다. 당연히 교직원들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생생한 경험을 증언해줄 ‘학생고객자문단’ 등을 꾸려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아마도 학생고객여정지도는 지원, 입학, 등록, 장학, 수강(신청)부터 시작해 취업준비, 학위논문 제출, 졸업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로 이뤄질 것이다.

첫 단계인 지원을 예로 들어보자. 희망하는 대학 군(群)에 대한 인터넷 정보 수집, 입학설명회 참석, 모의 지원, 실제 지원 등 세부 단계들을 체험해보고 학생들의 체험담도 듣는 것이다. 당장 인터넷 검색창에 소속 대학 이름을 검색해보자.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가?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할 때 접촉할 수 있는 연락처는 잘 나와 있는가? 우리 대학에 대한 세평이 왜곡돼 있지는 않은가?

문제점을 발굴했으면 숙의를 통해 솔루션을 도출하고 실행에 옮겨보자. 이러한 과정이 단계별로 모두 이뤄지면 학생고객여정지도가 위용을 드러내고, 대학의 소중한 전략적 자산이 될 것이다. 이쯤 되면 총장님, 부총장님, 학생처장님의 집무실 한편에 학생고객여정지도가 걸려 있어도 멋지지 않을까? 수정과 변경이 수월하도록 디지털로 제작하는 편이 좋겠다.

학생고객여정지도를 통해 유능하고 매력적인 가이드가 돼보자. ‘학생 성공(Student Success)’은 물론이고 ‘대학 성공(University Success)’에도 가까워질 것이다.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라 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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