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 지음 《어원으로 배우는 경제 이야기》

인문학 중 경제 분야는 특히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분야다.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배경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원으로 배우는 경제 이야기》는 경제·경영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가장 기초적인 단어를 통해 경제를 알려준다. 경제 분야에서 쓰이는 단어들이 어떤 이유로 그런 뜻을 가지게 됐는지 알면 보다 쉽게 경제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어의 어원을 살피면서 문화, 역사, 종교, 예술 등 모든 분야를 아울러 설명하기 때문에 단순히 경제 지식을 얻는 책이 아니라 지적 대화를 위한 인문학 지식도 얻게 된다.

에를 들어 주식에서 우량주를 뜻하는 ‘블루칩’이란 단어는 파란색을 뜻하는 블루와 카지노에서 거래되는 화폐 칩이 결합된 말이다. 1920년대 대공황이 닥치기 전 올리버 깅골드라는 리포터는 뉴욕 증시에서 일부 주식이 한 주당 200달러가 넘는 것을 발견한 후 회사에 들어가 대뜸 “‘블루칩’에 대해 기사를 쓰겠다”고 했다. 당시 카지노에서는 하얀색 칩이 한 개당 1달러, 빨간색 칩이 한 개당 5달러, 파란색 칩이 한 개당 25달러에 거래되고 있었는데 파란색 칩이 특별히 25배나 높았던 이유는 영어 ‘블루 블러드’가 ‘귀족의 혈통’을 뜻했기 때문이다. 즉 귀족, 최고를 뜻하는 블루를 본떠 카지노 시장은 25배나 높은 가치를 가진 블루칩에 매겼고 이는 다시 한 리포터가 주식시장에서 우연찮게 발견한 거래에 빗대 주식시장의 우량주를 뜻하게 된 것이다.

주식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도 블루칩이 왜 우량주를 뜻하게 됐는지는 몰랐을 것이고 주식을 모르는 경제 초짜라면 더더욱 기사에 나오는 블루칩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편 저자는 문화, 역사, 종교 등을 통해 어원을 살펴보면서 동시에 경제를 읽는 날카로운 통찰력도 제시한다.

‘벤치마킹’은 자사 기업의 경쟁력을 위하 타사 기업에서 배워오는 기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른 기업의 기술력은 가져오더라도 그런 기술력을 발생시킨 기업의 문화나 창의성은 벤치마킹하질 못했고 저자는 이를 두고 우리나라가 중국 기업에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책은 단어를 통해 인문학을 가르치고 경제 분석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있어 경제를 배워가는 단계의 사람들은 물론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준다.

책은 총 40개의 단어를 4개의 주제로 나눴다. 1부는 CEO,회계 감사 등의 경제·경영 이야기, 2부는 현금, 코인 등 화폐이야기, 3부는 월스트리트, 파이낸스 등 금융 이야기, 4부는 유가증권, 우량주의 증권·투자이야기를 한다.

저자 김경원은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및 경영대학원 원장으로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위스콘신주립대(매디슨)에서 MBA, 컬럼비아대에서 재무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성그룹, CJ그룹 등에 재직했으며 디큐브시티 대표, 대성합동지주 사장을 역임했다. (세종서적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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