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본지 창간 이듬해인 1989년, 교육부 전신인 문교부에 설치된 자문위원회는 24개였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교육부의 지난달 자료에 따르면 28개가 운영중이다. 대통령 직속인 국가교육회의 등을 포함하면 31개다. 이중 고등교육과 관련된 부총리 직속 기구는 7개다. 그동안 정부가 불필요한 자문기구를 줄여왔음에도 수가 오히려 늘어났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사회 문제가 복잡, 다양화되며 이해관계의 조정, 전문가 의견 수렴의 필요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지난해 자료집에서 설명한다. 정책을 시행하는 현장과의 소통이 중요해지며 자문기구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교육부와 산하 자문기구들은 소통과 조정의 역할을 잘 수행해 왔을까.

지난 1988년 문교부에 중앙교육심의회(중교심)가 설치된다. 위원만 60명에 달했다. 1991년에는 이 기구 산하의 고등교육분과위원회가 분리, 대학교육심의회(대교심)라는 이름의 장관 자문기구로 확대 설치된다. 여기에 노태우 대통령이 직속 자문기구로 설치한 교육정책자문회의가 1989년부터 1993년 2월까지 운영됐다.

정부는 이들 세 자문기구에 당시 화두였던 대입문제를 맡겼다. 1988년 당시 수험생 수는 80여만명으로 총 입학정원에 비해 4배나 많았다. 진전은 없었다. 일례로 1990년 김대중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가 입학정원을 두 배 늘려야 한다 요구하자, 노 대통령이 이를 기각하며 “교육정책자문회의에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답하는 식이었다. 이후 들어선 문민정부는 교육정책자문위를 교육개혁위원회(교개위)로 대체하고, 대교심은 1994년 7월 폐지한다. 대입정원 확대에 치중하던 정국은 훗날 교개위의 '5‧31교육개혁'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와 독립된 고등교육 자문기구 설치가 공론에 오르기도 했다. 1994년 교개위, 김신복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교육부 '대학정원 자율화 방안' 연구진이 제안한 ‘대학교육위원회’다. “관료적 기구가 아니라 대학의 자율성, 전문성 확보를 지원하는 위원회”라고 최충옥 당시 교개위 전문위원은 설명했다. 교육부가 반대했다. 초‧중등 교육과의 정책적 연계성, 일관성이 떨어지고 조직간 갈등을 유발한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독립 기구 설치는 불발에 그쳤다.

자문을 제시했으나 조정에 실패한 사례도 있었다. 1996년 교육부 법학교육위원회(법교위)가 대표적이다. 한 해 전 나온 사법개혁안 속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립안을 검토했으나, 대법원의 반발로 안이 백지화되며 흐지부지 해산한다. 로스쿨제는 우여곡절을 거쳐 2004년에야 국회를 통과, 2008년 시행된다. 법교위도 12년만인 2007년 10월에야 다시 부활, 현재 로스쿨 설치 인가를 맡고 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도 논란 속에 놓였던 자문기구로 꼽힌다. 1996년 8월 교육부가 설치를 처음 추진했다. 관선으로 파송된 임시이사장들을 비롯한 현장의 요청이 있었다. 하지만 7년간 진전이 없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2003년 8월에야 출범했다. 법정 자문기구로서 사립학교법에 근거를 마련하기까지는 다시 4년이 걸렸다. 초기 사분위는 대학이 없는 '무늬만' 학교법인 13개를 해산하는 등 성과를 냈지만, 2008년 정권이 바뀐 뒤부터 외려 ‘비리사학 복귀’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2008년 행정안전부는 기능중복, 활동미비 등을 들어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의 자문기구 19개를 폐지했다. 그러나 현재도 ‘개점휴업’ 자문기구는 여전하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회의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은 산하 기구가 총 15개다. 고등교육 관련으로는 대학교원임용양성평등위원회(2004년 설치), 지방대학및지역균형인재육성지원위원회(2009년), 그리고 법교위다. 특히 법교위는 올해 배정받은 예산이 없고, 회의는 지난해부터 열리지 않고 있어 설립 초기의 우여곡절을 무색케 한다.

▲ 자료는 교육부, '교육부 소관 위원회 현황', 올해 5월 31일 기준.(정리=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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