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경희 배화여자대학교 교수

고등교육, 직업교육에 관한 주된 학교체계

▲ 채경희 교수

OECD 국가들에서 시작된 직업교육 혁신의 흐름은 일본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 고등단계에서 직업교육 진흥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실천적인 직업교육을 실시할 새로운 고등교육기관을 제도화하고 이 분야에 특화된 새로운 유형의 전문직대학을 개설할 예정이다. 신전문직대학은 세계 산업혁명을 리드하고 현장레벨의 혁신을 견인할 수 있는 고도직업인재를 배출할 교육체계를 갖추며, 인재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새로운 차원의 직업프로양성기관이다. 현 단계에서 중학교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전문직업인 양성 진학처로는 직업교육 위주의 전문학과가 개설된 고등학교(전문고교), 고등전문학교, 전수학교고등과정 등이 있고, 고등학교 졸업 후의 진학처로는 대학, 단기대학, 전수학교전문과정(전문학교) 등이 있다.   

▲ 일본의 직업교육에 관한 학교체계

실천적인 직업교육에 특화된 전문직대학 개설

일본에서 대학체계 내에 새로운 유형이 제도화되는 것은 1964년 단기대학 창설 이래로 약 반세기 만이다. 기존의 대학과 단기대학이 아카데믹한 학술이 주체라면 새로이 개설되는 전문직대학은 스페셜리스트 지향의 실천적 전문직업이 주체다. 직업교육을 위해 고졸자를 받아들이는 기존의 고등교육기관으로 전수학교전문과정(전문학교, 1976년 창설)이 있지만, 새로이 개설되는 전문직대학은 대학(수업연한 4년)과 단기대학(수업연한 2~3년)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졸업하면 학사(전문직) 및 단기대학사(전문직) 학위를 수여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일본의 대학체계 내에 독립된 조직으로 자리 잡는 전문직대학 제도화 추진의 배경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국제경쟁 격화에 따른 산업구조의 급격한 전환, 취업구조의 변화, 저출산・고령화 진전으로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는 경제사회의 상황, 둘째, 대학교육의 보편화에 따른 고등교육진학률의 상승, 산업계 니즈와의 미스매치, 보다 적극적인 사회공헌에의 기대와 요청 등 고등교육을 둘러싼 상황의 전개다. 따라서 새로운 유형의 인재양성 강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된 것이다.

새로이 양성해야 할 인재상은 고도의 실천력(이론이 뒷받침된 고도의 실천력을 강점으로 전문적인 업무를 견인할 수 있는 인재)과 풍부한 창조력(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대상과 서비스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인재)을 지닌 인재로 대학수준의 지식과 실천적인 직업능력 모두를 배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고도의 실천력과 풍부한 창조력을 지닌 전문인력 양성 사례로는 향후 성장분야를 고려해 관광·농업·정보 분야 등에서 요구되는 즉응력 있는 인재양성을 예로 들고 있으며, 제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관광분야: 적확한 접객서비스를 통한 서비스 향상 및 여행플랜 개발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인재

‣농업분야: 품질 높은 농산물 생산과 직매가공품 개발을 담당하고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판매확대 등을 선도할 수 있는 인재

‣정보분야: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로서의 실천력을 토대로 여타 직업분야와 연계해 새로운 기획구상을 상품화할 수 있는 인재

전문직대학・전문직단기대학, 2019년 4월 1일 제도화 시행

아베 총리는 2017년 1월 제193회 국회 시정방침 연설에서 ‘전문직대학을 창설해 선택지를 넓힘으로써 지금까지의 단선적・획일적인 교육제도를 변혁한다’고 밝혔다. 이후 2017년 5월 31일 학교교육법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이 공표됐고 문부과학성이 2017년 10월 한 달간 전문직대학 설치인가신청을 접수받은 결과, 전문직대학을 신청한 기관은 13개교, 전문직단기대학을 신청한 기관은 3개교에 불과했다. 이들 신청기관들은 전문학교가 주를 이루며, 예상됐던 대학과 단기대학의 신청은 현시점에서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고도 교육을 실시하는 일부 전문학교가 학교 격상을 목적으로 전문직대학・전문직단기대학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시도로 보이며 한편, 학술지향이 강한 대학에서는 전문직대학 개설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곳도 있다. 이외에도 전문직대학 설치인가에 따른 시설기준이 매우 엄격하고 또한 개학 초년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각 기관들이 일단은 관망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한편, 문부과학성이 전문직대학의 직업분야로 예시한 것은 관광, 식생활과 농업, IT・콘텐츠 등의 분야였는데 신청결과는 의료분야가 중심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부과학성은 10개월간의 심사를 거쳐 대학설치 인가 여부를 결정하고, 2019년 4월 1일부터 법률이 시행되면 전문직대학・전문직단기대학은 개학을 맞이하게 된다.

‣전문직대학 13개교 (18학부 44학과, 정원합계 4,201인) :

의료‧보험‧복지 9개교, 공학 1개교,패션 1개교, 경영 1개교, 영양‧조리 1개교

‣전문직단기대학 3개교 (3학과, 정원합계 190인):

동물간호 1개교, 치과위생 1개교, 식생활교육 1개교

법제도 개요 및 설치 기준

새로운 고등직업교육기관의 창설은 깊게 전문적인 학예를 교수‧연구하고 전문직을 담당하기 위한 실천적이고 응용적인 능력을 육성・전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과정수료자에게는 문부과학성 장관이 정하는 학사(전문직) 및 단기대학사(전문직) 학위를 수여한다.

고등직업교육기관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산업계 등과 연계한 교육과정의 개발 ‧ 편성 ‧ 실시 및 전문분야별 인증평가 체제정비가 요구되며, 산업체 및 지역사회와의 연계에 따른 교육과정의 편성 ‧ 실시를 위한 교육과정연계협의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개설 수업과목의 종류는 기초과목 및 직업전문과목, 전개과목, 종합과목의 네 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①기초과목: 4년제 20학점 / 2년제 10학점 / 3년제 15학점 이상

②직업전문과목: 4년제 60학점 / 2년제 30학점/ 3년제 45학점 이상

③전개과목: 4년제 20학점 / 2년제 10학점 / 3년제 15학점 이상

④종합과목: 4년제 4학점 / 2년제 ‧ 3년제 2학점 이상

*졸업‧수료에 필요한 학점: 4년제 124학점 / 2년제 62학점 / 3년제 93학점 이상 

전문직대학의 4년제 과정은 전기(2년 또는 3년) 및 후기(2년 또는 1년)로 구분가능하며, 실무경험자가 입학하는 경우에는 문부과학성 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실무경험능력을 일정기간 수업연한으로 통산이 가능하도록 한 사회인이 배우기 쉬운 구조다.

실습 등의 수업과목에 대해서는 일정 단위 수의 취득을 졸업・수료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실습과목은 4년제는 40학점 이상 취득, 2년제 20학점 이상, 3년제 30학점 이상을 충족요건으로 하며, 졸업학점의 30% 이상을 이수하게 돼 있다. 

‣실습과목 중 기업 현장실무실습: 4년제 20학점 / 2년제 10학점 / 3년제 15학점 이상

*불가 사유 시는 기업과 연계한 연계실무연습 등 일부 대체 가능:

4년제 5학점 / 2년제 2학점 / 3년제 3학점

*입학 전 실무경험자 수업연한 통산시스템:

4년제 30학점 / 2년제는 15학점 / 3년제 23학점 까지 기취득 학점 인정

교원은 전문분야에서 5년 이상의 실무경험 및 고도의 실무능력을 가진 산업체교원을 전체 전임교원 수의 40% 이상을 채용할 것과 산업체교원 중 절반 이상을 연구능력을 병행할 수 있는 자로 채용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 교지면적 및 운동장, 체육관 등 스포츠시설, 교사면적은 대학 ‧ 단기대학의 시설설비 설치기준 수준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새로운(新) 고등교육기관은 고등교육으로서의 품질보증 및 국제통용성을 담보하고 실천적 직업교육에 어울리는 교육조건을 정비함으로써 종래의 대학과 대등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또 이론과 실천을 연계하는 교육을 통해 고도의 전문직업인재를 배출하는 직업프로 양성기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전문학교 진학 희망자 중에서도 대학졸업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전문직대학으로 진로를 변경하는 자도 나올 것이다.

전문학교 직업실천전문과정과 전문직단기대학・전문직대학

직업실천전문과정은 기업 등과 밀접하게 연계해 최신의 실무지식・기술・기능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보다 실천적인 직업교육의 품질 확보에 조직적으로 대처하는 전수학교의 전문과정(전문학교)이다. 전문학교는 후생노동성 장관이 지정하지만 전문학교의 직업실천전문과정은 문부과학성 장관이 인정하고 장려하는 시스템으로 2013년 8월 30일에 공포・시행됐으며 2014년 4월부터 인증받은 학과가 개설됐다.

직업실천전문과정으로 인증받은 학과・코스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기업과의 밀접한 연계다. 구체적으로는 교육과정 편성 시 기업・업계단체의 참여, 기업과 연계한 훈련・실습중심의 수업 실시, 최신의 실무나 지도력을 습득하기 위한 교원연수 실시 등이 의무화됐다. 수업연한은 2년 이상에 총수업시수 1700시간 이상 또는 총취득학점수 62학점 이상이 인정요건이다. 둘째, 학교정보・평가의 공시를 의무화했다. 교원수, 취업률, 중퇴율과 그 이유 등 상세정보를 공개해야 하며, 외부 앙케이트 및 학교 자체평가를 근거로 평가위원회가 평가・조언하는 경우도 있다. 2017년 2월 시점에서 직업실천전문과정으로 인증받은 학교 수는 902개, 학과 수는 2773개다.

문부과학성 장관이 직업실천전문과정으로 인정한 전문학교 중에는 교원 수나 시설정비기준이 느슨하고 제3자평가의 제도화 및 정보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교육의 품질보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기도 하다. 이로 인해 전문학교 직업실천전문과정의 위상과 더불어 2019년에 새로이 도입되는 전문직대학・전문직단기대학의 위상에도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이 초래됐다. 이에 전문학교 직업실천전문과정이 전문직대학 승격의 첫걸음이 되리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전문직대학은 기존대학을 포함해 독자적으로 인가를 받는 대학이 주가 됐다. 이와 같은 새로운 고등교육기관이 제도화됨에 따라 고등학교 현장에서는 전문학교(전수학교전문과정), 전문학교 직업실천전문과정, 전문직단기대학, 전문직대학, 단기대학, 대학 순으로 학생의 진학 선택지가 증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교사의 입장에서 진로지도 시 학교별 유형의 특색과 위상을 이해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전수학교전문과정과 직업실천전문과정의 차이점, 직업실천전문과정과 전문직단기대학・전문직대학의 차별성 등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지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19년도 창설을 앞둔 전문직대학・전문직단기대학의 설치인가를 신청한 기관은 전문직대학이 13개교, 전문직단기대학이 3개교로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출발을 보이고 있다. 향후 이들 설치인가 신청기관 중 어느 분야에 몇 개교가 문부과학성의 인가를 받을 수 있을지,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점을 어떻게 보완해 나갈지, 앞으로 전문직대학이 어느 정도 개설될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전문직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이 어떻게 나타날지 특히 주목된다. 고등직업교육이 대학수준의 지식과 실천적인 직업능력을 모두 갖춰야 하는 등 그 달성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21세기의 큰 흐름이다. 향후 전문직대학이 일반대학보다 높은 취업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면 고등학교의 진로지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사료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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