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

▲ 진동섭 이사

교육부는 4월 11일에 대학입시제도 개편 사항에 대한 의견을 달라며 국가교육회의에 이송안을 보냈다. 이런 가운데 대학입시제도에 관한 사항에서 전문대학과 관련된 사항은 깊이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교육부가 제시한 주요 쟁점은 6가지인데 대학 전형만을 고려해서 결정하려고 하지, 전문대학과 관련된 사항은 뒷전이라는 것이다. 

◦ 선발 방법의 균형 :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전형 간 비율

◦ 선발 시기의 문제 : 수시·정시 통합

◦ 수능 평가 방법 : 절대평가 전환, 원점수제

◦ 학생부종합전형 : 고교 학생부 기재, 대학 선발 과정

◦ 수능 시험 체제 : 과목 구조, 논·서술형 도입, EBS 연계

◦ 수능최저학력기준, 대학별고사, 교과 특기자

   ▲ 교육부가 제시한 주요 쟁점

전문대 전형은 수시 전형에서 대부분 학생을 선발하는 구조다. 따라서 전문대 입장에서 보면 수능과 관련된 문제(수능 평가 방법, 수능 시험 체제 이외에도 수능 보는 시기 등 더 다양한 문제가 있다)는 부수적일 수밖에 없으며, 학생부종합전형도 하지 않으니 이 문제도 전문대학과는 거리가 멀다. 또 대체로 전문대학은 내신 성적 위주로 선발하고 있다. 전문대가 내신으로 전형하는 비중이 높으므로 내신 성취평가제를 전형자료로 제공하고 상대평가 등급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전형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이번 이송안에서는 2025 대입에서 성취평가제를 전형에 사용할 것인가를 검토하겠다고 미루었으므로 이 사항은 논의의 뒷전으로 밀렸다. 그러고 보면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수시·정시 통합과 관련된 문제다. 수시와 정시가 단일화돼 운영된다면 전문대를 선택할 학생이 더 줄어들 수도 있다. 학생에게 맞는 교육이 제공돼야 하고 학생도 자신에게 맞는 교육을 받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수시·정시 통합이 학생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줄 가능성도 있다. 우선 4년제 대학을 가보고 안 되면 전문대로 방향을 잡을까 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가까운 미래에서 좀 더 먼 미래로 눈을 돌려보면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다뤄야 한다. 이송안에서는 ‘미래 사회의 변화와 교육 혁신’이라는 제목으로 ‘4차 산업혁명 도래와 저성장 고착화 등 도전적 상황하에서 재도약을 위해서는 학습과 교육체제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 ‘새로운 산업 분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미래 인재 양성 및 선발 체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신직업연구(2017)’를 인용해 ‘빅데이터 분석가, 인공지능전문가, 자율주행 자동차개발자, 블록체인시스템개발자’ 등 새로운 직업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도 들고 있다. 또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상황이므로 단 한 명의 아이도 놓치지 않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2022년이 되면 입학자원이 41만960명이 되어 8만2089명이 정원에 못 미치게 된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당장은 수시·정시를 분리하고 학생을 수시에 더 많이 선발해야 하는 운명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학교가 정원을 채우면 다른 학교는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전문대학이 정원을 채우면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와 함께 미래 사회의 직업을 보면 지금도 중학생이 오히려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분야도 많다. 이런 상황에 결국 직면하게 된다면 다른 대응 방식이 필요하다.

우선, 수요자의 요구와 성장에 맞는 교육내용과 환경을 갖추고 학생이 찾아올 수 있는 학교로 만들어야 한다. 각급 학교가 모두 같은 고민을 하게 되겠지만, 고등학교 교실보다는 우수한 시설과 환경을 갖춘 학교가 학생이 없어 시설을 놀린다면 바람직한 일을 아니므로 전문대는 신직업에 적합한 교육을 어떻게 학생에게 해줄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물론 지금도 친직업교육을 하고 있는 많은 전문대학은 학생들에게 이런 상황을 어떻게 알릴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여전히 학생들이 몇 종류의 직업에 몰리고 있다는 점은 해소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좀 더 길게 보면 학생들은 중학교까지의 국민공통 교육은 받아야 하지만 이후의 교육경로는 학생이 선택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현재의 대학과 대학원 교육을 이어놓은 학·석사 통합과정처럼 고교-전문대학 연계과정을 만들어 현재의 교육경로를 다양하게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학생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대학 진학을 하는 고등학교로 진학할 수도 있고,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처럼 직업교육을 받는 고교로 진학할 수도 있으며, 전문대학의 고교-전문대 통합과정에 진학하거나, 일반고 재학 중에 전문대 위탁 교육이 이뤄질 수도 있다. 치열한 학생 유치 경쟁에서 어떤 교육 서비스를 어떻게 해야 학교와 학생 모두에게 가치가 있을 것인가는 국가도 동참해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이런 일이 당장은 일어나지 않을지 몰라도 학생이 굳이 학교에 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진지하게 생각할 일이다. 미래사회에서의 학습은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처럼 뇌에 지식과 역량을 직접 기록하는 방식(이것은 먼 이야기일 것이다),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인공지능이 학습자의 특성을 파악해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방식(이것도 금방 될 일은 아니라고 한다), 미네르바스쿨처럼 온라인으로 교육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세 유형 모두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미래사회는 두렵게 다가오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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