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 삼육보건대학교 기획처장

위기의 전문대학의 살길과 갈 길을 위해 시대적 트렌드를 먼저 읽고 딱 반 걸음만 앞서가기 위해서는 기획력이 보강돼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을 추진할 것을 제안해본다.

첫째, 경쟁구도가 아닌 상호협력 체제로 정부 대학평가체제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교육이 시작된 이래, 오늘날까지 정부는 대학에 목적성 사업을 통해 상대평가로 재정을 지원하고 사후 감사를 거쳐 해당 대학을 관리하는 형태를 취해왔다. 그러나 이는 부실 대학, 심지어는 비리 대학의 양성이라는 좋지 않은 결과를 낳고야 말았다. 이에 정부는 지금까지의 목적성 사업의 허점과 패착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우리나라 많은 대학이 처한 심각한 교직원 인건비 및 교육콘텐츠 개발 문제 해결에 힘쓰는 한편, 개별 학생과 교수의 자율 신청을 통한 재정 지원 사업을 진행해 대학교육의 진정한 ‘구조개혁’을 이뤄야만 한다. 언제까지 졸업생보다 낮은 연봉으로 교수를 채용하고, 이를 통해 어쩔 수 없이 야기되는 조악한 교육 환경을 방관만 하고 있을 것인가? 작금의 열악한 상황을 타개하려면 대학교수 적정연봉의 법제화를 통해 사립대학 교원의 연봉을 국공립대학의 수준과 맞춰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것은 최소한의 조치일 뿐이다. 교수가 당당해야 대학교육이 제대로 설 수 있는 것이다. 교원에 대한 재정적 지원 이외에도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학정책 평가에 있어서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가 채택돼야 할 것이다. 공동의 목표점을 설정해 대학과 대학이, 교수와 교수가 상호 간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상생이 실현될 것이다. 이를 위해 단순히 전문대학에 재정지원을 확대한다는 단편적 정책을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가산업발전과 새로운 직업교육 및 일자리 마련 정책의 일환으로 ‘워라밸 세대에 필요한 직업교육혁신방안’ 도입과 이를 뒷받침하는 재정지원을 제안한다.

둘째, 전문대학 전체에서 운영 가능한 LMS 구축 및 최신기술을 활용한 교육콘텐츠를 개발하고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는 전문대학 교육의 근본적인 질을 제고해야 한다.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의 5가지 기본방향 중 두 번째 제시된 ‘모두에게 열려있는 역량개발 기회 제공’ ‘일과 학습의 통합’ ‘MOOC 등을 통한 교육기회 확대’를 위해서는 국내 전문대학에서 공통으로 활용 가능한 LMS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이미 각 대학의 교수학습개발센터 등에서는 플립트 러닝 등 온라인 콘텐츠 활용을 위한 통합 LMS 구축에 대한 의지는 충분히 있으나, 대학 내 제반 환경 및 예산 부족 등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대학에 필요한 교양과목 및 직업기초능력 온라인 콘텐츠 개발사업과 연계해 LMS 구축을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통합 LMS가 전문대학 전체에 보급되고 이를 적시에 활용할 수만 있다면 대학 간, 지역 간 정보 교류는 물론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교육 선진국에 도입돼 활발히 운용되고 있는 학습 분석(learning analytics) 기술 등의 보급 및 발전이 한층 가속화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대학에 일반재정지원을 통해 각 대학이 장기간 안고 있는 등록금 동결로 인한 교육품질 저하요인들을 제거함은 물론 전문대학이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해 자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대학들이 더 이상 경쟁구도가 아닌 상호 협력체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국가기반의 직업교육 질 향상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학 모든 관계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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