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특화형 창업선도대학 지원 11개 대학만 지원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대학원 창업 붐을 위해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등 세 부처가 손잡고 신규 사업을 가동했다. 그러나 창업 열기가 대학원 전체에 퍼지려면 해결할 과제가 산적하다는 지적이다.

▲ 지난달 25일 서울정부청사에서 2018년 제5차 사회관계장관회의가 개최됐다.(사진=교육부)

■ 교육부, 창업친화형 학사제도 유도한다는데…'5곳 지원'= 교육부와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30일 5개의 ‘실험실특화형 창업선도대학(숭실대, 연세대, 전북대, 한국산업기술대, 한양대)’을 선정하며 대학원생 및 교원의 실험실 창업 활성화에 시동을 걸었다. 

‘실험실 창업’이란 정부의 R&D 지원을 통해 논문 또는 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집약형 창업’을 말한다. 실험실 창업대학을 통해 교육부는 대학이 창업 친화적 학사제도로 개선하도록 유도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대학원생이 논문 대신 창업 활동의 결과물로 졸업할 수 있도록 하고, 창업 휴학제, 창업 대체학점 인정제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도록 한다. 

이는 제5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된 ‘제2차 대학 창업교육 5개년 계획(2018~2022)’에 나온 내용으로, 학부생보다 석·박사생에 대한 창업 지원이 부족하고, 경직적 학내 제도·문화 등으로 실험실 창업이 부족하다는 지적에서 나온 대책이다.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은 “실험실 창업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대학원생의 학사제도 및 교원의 인사제도를 창업 친화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험실 창업선도대학 사업에 지원한 대학 11곳 중 5곳만이 선정돼 창업 활성화를 위해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지원 및 선정 대학이 적은 이유는 사업 신청 대상을 2018년 중기부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된 43개 대학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예산도 24억2000만원으로 지원 대학을 확대하려면 2019년 추가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부 교육일자리총괄과 측은 “선정된 대학의 수가 적다고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예산을 늘리려면 기획재정부와 국회를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확대할 계획을 하고 있으며, 예산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 이공계대학원생 91%가 창업 생각 없어…실효성 갖추려면?= 교육부는 실험실 창업대학이 성과를 내야 앞으로 사업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본다. 대학들은 대학원생 창업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해결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교육부가 발표한 2016년 청년위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공계 대학원생 91.9%가 ‘창업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김상진 산기대 창업지원단 팀장은 “정부의 창업 지원금이나 체계는 미국·핀란드의 정부 기관보다 낮다”며 “문제는 단발성 사업에 그친다는 것이다. 이력 관리나 후속 지원을 통해 연속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선도대학은 후속지원이 있으나, 여러 창업사업은 이 부분이 미흡해 대학이 자체적으로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산기대는 본교 출신 창업자에게 장소를 제공하고, 모니터링을 하는 등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창업 휴학제나 창업 대체학위제 등 제도가 갖춰져도, 이용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실험실 내 대학원생의 창업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진학 시스템부터 지도교수 인센티브까지 환경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성택 숭실대 창업지원단 팀장은 “대학원을 졸업해도 취업만 고려한다면 성과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학원생도 진로선택 시 창업이 반영되도록 학생지도가 많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교원창업자에 대한 지원제도도 창업친화적 학제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며 “최근 서울 소재 한 대학의 대학원생이 클라우드에 기반한 솔루션 개발로 창업하려다가 지도교수에게 걸려 좌절한 사례가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교수들의 마인드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태용 한양대 창업보육센터 팀장은 “기술을 잘 아는 석ㆍ박사생의 창업을 유도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그런데 지도교수가 실험실 내 기술로 창업 대신 연구만 하라고 한다면 창업 촉진은 막연하다”며 “이를 위해 교원업적평가에 창업연계 실적과 창업지도 실적을 반영하도록 학칙을 개정해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 스탠퍼드 d.school 홈페이지 화면(사진= 스탠퍼드 d.school )

[BOX] 미국은 대학원 실험실 창업이 GDP 견인
스탠퍼드 d.school은 무학위제도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달라

우리나라의 경우 실험실 창업이 전혀 없는 대학이 약 80%다. 실험실 창업의 핵심 역할을 담당할 이공계 대학원생의 창업 의향 역시 10명 중 1명 꼴로 매우 낮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대학을 중심으로 한 실험실 창업이 활성화 돼 있다. 스탠퍼드대의 경우 졸업생이 창업한 4만개의 기업이 총 500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 냈으며, 이들 매출액은 미국 GDP의 16.7%(2012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성과를 내고 있다.  

스탠퍼드의 창업 중심에는 d.school이 있다. d.school은 학점과 학위가 없다는 점에서 교육부가 지원하는 창업친화적 학기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d.school은 학과나 학부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강의를 수료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정치학과, 미디어의학, 법학, 화학과, MBA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모인다. 

또한, 스탠퍼드대학원생이라면 누구나 등록이 가능하지만, 등록한다고 수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특징이다. 왜 이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 에세이를 제출하면 운영진이 승인해야 수강할 수 있다. 

교과과정을 살펴보면 팝업(Pop Up)수업이 매학기 마다 열리며, 좋은 반응을 받으면 정규 수업으로 올라간다. d.school은 스탠퍼드 내의 모든 학과에 영향을 미칠 만큼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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