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한국에서 창업하기는 쉽다. 그러나 사업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대학 현장 전문가들이 전하는 우리나라 창업의 현주소다. 다양한 정부지원 정책으로 창업하는 것은 비교적 수월하지만, 지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을 닫는 등 창업기업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두드러진다. 미국은 대학을 중심으로 한 실험실 창업이 활성화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스탠퍼드 대학의 경우 졸업생이 창업한 4만 개의 기업이 총 500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부가가치는 약 2조7000억 달러로 프랑스 GDP와 비슷하다. MIT 대학이 소재한 매사추세츠주에서는 약 1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SMS 연구중심대학으로 손꼽히는 A대학의 창업팀 중 실험실 창업 비율이 2.3%에 불과하다. 실험실 창업이 전혀 없는 대학도 80%에 달한다. 미국과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경제적 파급력이 확연히 다른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대학 실험실은 나라 경제를 먹여살리고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우선, 출발점이 달랐다. 미국은 1990년대 이후부터 대학을 중심으로 실험실 창업을 키웠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5개 대학을 ‘실험실 창업 대표선수’로 육성하겠다며 신규 사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정부는 교육과정 개편, 창업 경진대회, 지원 사업 등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창업 정책은 활발히 폈으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미비했다.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대학원을 중심으로 창업 붐을 일으키겠다며 막 닻을 올린 셈이다. 중요한 것은 실험실특화형 창업선도대학 사업을 기점으로 창업 온기가 퍼지느냐, 아니면 이대로 식어 버리느냐다. 

“창업기업이 자립하려면 최소한 3~5년은 성장할 수 있게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 금전적인 지원뿐 아니라 컨설팅, 인프라, 모니터링 등 경쟁력을 갖추도록 도와야 한다. 성공 사례가 나와야 계속해서 창업의 열기를 이어갈 수 있다. 문제는 지원체계가 단발성에 그친다는 것이다.”

수년간 창업지원팀에 몸담았던 관계자는 이렇게 전했다. 교육부는 창업 친화적 학사제도를 유도해 창업을 활성화하겠다고 했으나, 이는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 애초에 창업할 의향이 없는 학생들에게 창업 대체학위제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미국은 대학원 진학에서부터 창업 진로, 전략, 경영까지 창업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고 창업현장 전문가들은 말한다. 창업 붐을 일으키고자 하는 정부 부처와 대학들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행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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