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기 본지 논설위원, 숭실사이버대 부총장

우리가 생활하면서 주변의 일을 관찰하다 보면 조금은 묘한 현상을 감지하게 된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일부 사람에게 일이 몰리는 현상이다. 무직인 남편은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데 직장에 다니는 아내는 퇴근해 많은 집안일을 처리하고 잠이 부족한 상황에서 새벽에 일어나 가족의 아침을 챙긴다. 일을 나눠하기로 약속하더라도 좀 지나면 어느 한 사람에게 일이 몰리는 경우도 흔하다.

일찍이 신묘하게 이러한 현상을 수치를 들어 정립한 사람이 있다. 로잔느학파의 파레토(Vilfredo Federico Damaso Pareto)라는 학자다. 이른바 ‘80 대 20 룰’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요인의 20%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짚어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20% 정도, 설치된 컴퓨터 소프트웨어 활용이 20% 정도, 인구의 20% 정도가 국가 전체 부의 80%를 소유한다는 것으로, 아내가 80%의 집안일을 부담하는 등의 내용에서 적용해볼 수 있는 룰이라고 생각된다.

반대의 룰도 적용될 수 있다. 이른바 ‘롱테일(long tail) 룰’로 80%의 '사소한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론이다. 파레토보다 100년쯤 뒤에 미국의 IT저널인 <와이어드(Wired)>의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 제시한 이론이다. 파레토의 이론과는 또 달리 인터넷 시대에 신묘하게 들어맞는 이론이라는 생각이 든다. 잘 팔리는 주도 상품의 총이익보다 주력 상품은 아니지만 다양하고 사소한 상품의 총이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오늘날 인터넷을 통한 물류혁신과 검색으로 사소하고 다양한 상품이 거의 무한대로 전시될 수 있고 이로써 인터넷 기업이 이익을 창출한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우리나라에서 오프라인 대학과 온라인 대학을 구분하는 기준은 8 대 2로 돼 있다. 20% 이하로 온라인 수업을 하면 오프라인 대학이고 80% 이상 온라인 수업을 하면 온라인 대학이다. 여기서 ‘8대 2’를 얘기하는 것은 누가 이익보고 누가 손해보고 한다든지 일한 만큼 가져가야 한다는 정의 관념을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대학사회에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는 점을 말하고자 함이다. 오프라인 대학과 온라인 대학을 구분하면서 통상적으로 학자들은 7 대 3으로 기준을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8 대 2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는 것은 바로 교육방식에서 선택과 집중을 도모하기 위함이 아닌가 한다.

요즘 대학가에 사이버대학의 존재가치에 대해 근본적인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사로운 목소리가 있다. 보육교사, 사회복지사, 언어재활사 등의 자격 취득시 사이버대학을 자격기준에서 제외하려는 시도도 있다. 하이브리드 러닝으로 오프라인 대학에서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이므로 굳이 사이버대학이라는 별도의 대학이 존재해야 하느냐느니, 실습과 토론이 동반되는 분야에서는 사이버교육이 어렵다느니 등의 의구심이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는 20%가 끌고 가는 사회가 아니라 80%의 참여가 중요해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단순히 교육비용의 비교우위 또는 학점 이수의 편의를 떠나 오프라인 교육 및 온라인 교육의 장점과 단점을 조화시켜 최적의 교육 효과를 달성하는 것이 전체의 사회적 효용을 높이는 일인 만큼, 대학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최적의 교육방식을 찾아가는 지금이 아닌가 한다. 대면교육과 비대면교육의 가치 우위를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관념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매우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단점을 찾아 규제하는 것보다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교육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서로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한 발전방향이다. 아직은 대학교육에서 최적의 방식이 정립돼 있지는 않은 만큼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 교육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보다 나은 교육방식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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