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미 지음 《시간을 파는 서점》

[한국대학신문 조영은 기자] 남편을 따라 네덜란드로 유학을 간 저자 신경미씨는 4명의 자녀들에게 특별한 유산을 남겨주고자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유럽 곳곳의 서점들을 순례하기 시작했다. 순례한 서점들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가 담긴 곳이었으며 문화를 향유하는 시간을 파는 곳이었다.

저자는 시간을 파는 유럽 서점문화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블로그에 ‘네딸랜드’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럽의 서점문화를 통해 서점이 사라지고 있는 현대시대에 책의 가치와 책 문화의 중요성을 알렸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꼽히거나 음식과 독서를 연결해 공간을 구성하는 등 각 서점은 나름의 특징들이 있다.

네덜란드의 도시 ‘데이븐 떠’에는 유럽 최대의 책 장터가 열리는데 여기에는 등록된 고서점이 5000개가 넘고 소규모 서점은 더 많다. 1989년 시작돼 올해 30번째를 맞는 책 장터에서는 아이젤 강을 중심으로 900여 개의 책 부스가 설치되고 약 13만명의 사람들이 모인다.

또 다른 네덜란드의 책 마을 ‘브레이더포르트’에서도 책 장터가 열리는데, 이 곳에서는 잊혀져가는 책, 사라져가는 책을 되살려 놓기 위해 노력한다. 따라서 이곳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곳이 아니라 책 마을의 역사와 정서, 정신을 파는 마을 주민들의 자존심이자 자랑이다.

한편 긴 역사만큼 우여곡절은 겪은 서점들도 있다. 영국 <가디언>이 가장 아름다운 서점 1위로 꼽은 ‘부칸들 도미니카넌’은 2013년 재정난을 겪으며 2014년 2월 문을 닫게 됐다. 하지만 이후 회생을 거쳐 ‘셀렉시즈 도미니카넌’에서 ‘부칸들 도미니카넌’이라고 이름을 바꾸고 옛 명성과 모습을 회복했다.

프로방스에 있는 서점 ‘르 블뤼에’도 경영난으로 위기에 봉착했지만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역사를 지켜가고 있다.

서점들의 자리가 위태로워지고 있는 지금 시대에 서점을 살리고자 노력하는 서점 주인과 시민들의 이야기는 마치 시대에 역행하는 것 같다.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가 담긴 책 마을은 책에 대한 가치, 책이 있는 공간으로서의 서점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책은 총 5부에 걸쳐 네덜란드, 벨기에와 프랑스, 독일과 영국, 포르투갈, 리스본 지역의 주요 서점과 책마을의 현장, 역사를 보여준다.

저자 신경미씨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했으며 현재 밀알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카모마일북스/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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