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학재정 지원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시론] 대학재정 지원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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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창 숙명여대 교수(교육학)

대학들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물가는 계속 인상됐는데 등록금은 10년째 인하·동결됐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2009년부터 등록금을 동결하기 시작했다가 반값등록금 정책과 맞물려 2012년에는 오히려 등록금을 인하했다. 2013년 이후에도 계속 등록금 동결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대학의 수입원은 크게 등록금, 국고보조금, 법인전입금, 기부금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사립대학의 경우 등록금 수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08년에 738만원이었던 사립대 평균등록금이 2018년에 743만원으로 불과 5만원 인상됐으니 재정난은 당연한 것이다. 반면 2008년 대비 2017년 소비자물가는 19.6% 인상됐다. 국립대도 평균등록금이 417만원에서 420만원으로 3만원 인상되는 데에 그쳐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대학등록금은 2008년 이후 2011년까지 국·사립 모두 각각 20만원 정도 소폭 인상됐으나, 2011년을 정점으로 계속 인하돼 다시 2008년 수준으로 환원됐다.

사립대학의 법인전입금도 확충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가 규제입법을 통해 대학법인들로 하여금 법인전입금을 늘리도록 전방위 압박을 계속했으나 성과는 별무신통이었다. 사립대학법인들이 전입금을 낼 의지가 부족하거나 회피하기 때문이 아니라 전입금을 낼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입금을 마련하기 위한 수익용 기본재산이 기준에 못 미치는 바, 이는 과거에 정부가 대학설립·인가과정에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던 데 원인이 있다.

사립대학 기부금은 연간 4000억원 내외로 총세입의 2%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지 않고 일부 상위권 대학에 집중돼 기부금에 의한 대학재정난 해결은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대학등록금, 법인전입금, 기부금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고보조금을 늘리는 것뿐이다. 대학재정 통계를 보면, 2012년 이후에 국고보조금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반값등록금 정책에 따라 늘어난 국가장학금을 학생에게 직접 지급하지 않고 국고보조금 형태로 학생의 소속 대학에 지급한 결과다. 그러나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국고보조금은 늘지 않았다.

정부는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경감한다는 취지에서 국가장학금을 확대해 왔으나 경쟁력 있는 대학이 있을 때 의미가 있는 일이다. 학부모와 국가가 힘에 부치도록 부담한 등록금으로 수준미달의 대학교육을 받는다면 이는 국가적·개인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국가장학금이 수준미달의 대학교육을 받는 데 사용된다면 재검토돼 마땅하다. 국가장학금제도를 재검토하라는 말이 아니라 대학에 대한 지원을 현상유지하면서 국가장학금을 늘려온 대학재정정책을 재검토하라는 말이다.

대학에 지원되던 재원을 국가장학금으로 전환하고, 국가장학금 지원 규모를 늘리지 않기 위해 등록금을 인하·동결하도록 강제하는 이제까지의 정책은 저급한 대증요법(對症療法)에 불과했다. 경쟁력이 없는 대학에 계속 다니도록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은 현상의 한 면만 보고 그것을 해결하려 하는 불완전한 정책이다.

대학의 경쟁력이 약화된 책임을 재정능력이 부족한 학교법인에 돌릴 수 있으나, 그러한 무능력한 학교법인이 대학을 설립하도록 인가한 것은 국가였으므로 국가도 사립대학 재정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의 대학재정 문제 또한 국가의 책임이 작지 않다. 대학의 주 수입원인 등록금을 묶어놓고 국고보조는 늘리지 않음으로써 대학재정 고갈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립대학 교수들의 봉급이 동결되고, 비정년 교수가 늘어나고, 교수학습비·도서구입비·학생활동비 등이 줄어들고, 선택과목이 줄어들고, 졸업이수학점이 줄어들었다. 교육의 질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국가장학금을 늘려 국민들의 대학교육기회를 확대하기에 앞서 우선 경쟁력 있는 대학을 육성해야 한다. 이제는 국가의 재원투입 확대 방향이 국가장학금에서 대학에 대한 국고보조금으로 바뀔 때가 됐다. 계속 대학등록금을 동결해야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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