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황정일 기자] 서울디지털대가 김재홍 총장 취임 이후 변화의 물결을 통한 재도약에 나서고 있다. ‘제2의 창학’을 통해 대한민국 국가대표 사이버대학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정립하기 위한 노력이다. 취임 후 4개월 동안 조직을 개편하고 학과 및 학사구조 등 시스템을 재편하는 데 주력해온 이유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이버대학으로서 우수한 온라인 교육시스템을 해외로 수출하기 위한 노력도 김 총장이 관심을 두는 분야다. 서울디지털대는 인구가 많고 국민보편교육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교육격차가 큰 중국시장을 겨냥해 온라인대학의 모델을 안착시킬 계획이다.

오는 9월 초순 서울에서 동아시아 국가들의 교육당국자들과 국제 콘퍼런스를 준비하기 위해 한국원격대학교육협의회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 진출의 교두보를 만들어갈 계획을 밝힌 김 총장을 만났다.

 

- 새로운 분야에 발 들이고 새로운 사업을 하게 됐는데.

“취임한 지 넉 달쯤 지났다. 온라인 고등교육이라는 미래지향적 분야여서 굉장히 새롭고 의욕적이다. 더욱이 작년에 새로 들어선 학교법인의 요구사항이 ‘제2의 개교’여서 오자마자 새롭게 재정비하는 데 시간을 들였다. 다시 창학한다는 생각을 해달라는 이사진의 요구였다. 넉 달 동안 학교 시스템을 정비했다. 과거 해오던 것을 대폭 바꿨다. 새로운 규정을 만들고 학과조정위원회를 설립해 학과 및 전공과정을 개편하고 조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새로운 시각으로 나가자는 취지에서 교수진, 직원들의 보직을 전면 재편했다. 학생모집 인프라, 학령인구 감소 등 학생모집이 어려워지고 있다. 서울디지털대의 특성, 목표 및 비전이 무엇인가를 재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서울디지털대 특유의 학생모집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기반을 만들어가려 한다.”

- 현재 사이버대학 상황이 녹록지 않은 편이다. 일반대들도 온라인 강의를 개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려면.

“웬만한 대학들, 특히 대형 대학일수록 자체 온라인 강의 전달 시스템을 갖추려 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고등교육 차원에서 보면 소모적이고 낭비일 수 있다. 이른바 일류 대학들이 모든 걸 갖춰 연구와 교육 기능을 마치 ‘블랙홀’처럼 다 빨아들인다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교육계에도 전문화·특성화가 있어야 하고 역할분담이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사이버대학보다 온라인대학이라는 용어를 선호하는데, 디지털 시대이기에 온라인대학이 생겨난 만큼 한국교육을 위해 특성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 대규모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 시스템까지 만들기보다는 정부정책으로 만들어진 온라인대학을 적극 활용하고 이용해 줬으면 좋겠다.”

- 제2의 창학을 한다고 했다. 그러려면 기존의 온라인대학과 차별화가 돼야 할 텐데.

“교육은 국가백년지대계다. 제2의 창학을 한다고 해서 다른 대학들보다 완전히 다르게 어떤 것들을 하겠다는 방안을 내세우긴 쉽지 않다. 다만 보직교수의 리더십과 교육철학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목표는 같아도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이다. 교수들의 역할이 중요하고 총장도 교수들의 잠재역량을 이끌어내 극대화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교육철학을 정립하기 위해 정치학도로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상국가론을 벤치마킹하려 한다. 이상국가론에는 이상적인 정치를 위한 교육과 청년의 훈련 육성문제가 담겨 있다. 이상적인 정치를 위해서는 그에 부합하는 이상적인 시민의식이 형성돼 있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정치지도자 역시 이상적으로 교육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상적인 시민 정치지도자를 만드는 것이 교육이며 교육을 통해 정치 리더십을 높일 수 있다. 대학의 역할은 연구·교육·사회봉사다. 고유의 역할을 ‘십이분’ 발휘해 이상정치, 이상국가로 가는 바탕을 마련하기 위해 앞장서고 사명을 다하겠다.”

- 온라인대학은 물론 우리나라 대학이 일반적으로 상아탑을 벗어나 취업훈련장같이 되고 있다. 오프라인 대학과 차별화가 있어야 하는데.

“온라인대학은 평생교육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엄연히 일반대학과 같이 법적으로나 정책상 4년제 고등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일반대 못지않은 연구를 해야 하고 교육도 일반대와 마찬가지의 커리큘럼을 가르치고 있다. 중·고교는 대중교육을 중시하지만 일반대학은 수월성을 중시한 교육이다. 온라인대학은 수월성교육에 더해 대중교육·평생교육을 두루 중시해야 한다. 우리 대학 절반 이상이 고졸 및 전문대졸 취업자들이다. 이 학생들을 상대로 고등교육·전문화교육·수월성교육을 모두 해야 한다. 제 나이에 대학진학 못했던 학생들의 학구열에 부응해 기회를 넓혀주는 역할이 온라인대학의 가장 큰 목표이자 방향성이다. 온라인대학의 연구와 교육의 질적 수준을 지적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보다 중요한 것이 모든 국민들에게 대중교육·대학교육의 기회를 확대해주는 역할일 것이다.”

-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지식교육만 하다보니 공동사회 적응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온라인 교육으로는 어려울 것 같은데.

“온라인대학은 직접 접촉하는 경우가 적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 학생들이 수강과목을 다양하게 선택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800여 개의 교과목, 24개의 학과 중에 인문사회계열, ICT계열을 비롯한 다양한 인문학 강좌가 개설돼 있다. 전공학과에 소속된 학생들이 교양학과, 문화예술계열 학과목을 다양하게 선택하도록 권장함으로써 인성교육에 힘을 싣고 있다.”

- 대면접촉이 중요한데 온라인대학은 기계적 형태로 만나게 된다. 그래서 온라인 교육기관들이 강의실 등 학습관을 두고 대면교육을 하던데, 서울디지털대는 어떤가.

“적절하게 출석수업도 한다. 국가자격증 시험 등에 필요한 의무출석 수업이 있다. 가능한 필요 범위 내에서 하고 있다. 확대할 것인가를 검토해야 할 것 같다. 한국방송통신대는 주로 방송과 통신, 우편교육으로 시작됐다. 의무출석수업이 많은 편이다. 허나 학생들에게는 부담일 수도 있다. 고졸취업자 등이 절반 이상인데 이 학생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교수 스킨십을 강화할 수 있는 교과목들을 검토 중이다.”

- 24개 학과에 800여 개 교과목을 개설했다고 했다. 하반기 입시가 시작됐는데 어떤 학과에 중점을 두고 있나.

“인문사회, ICT, 문화예술 등 3대 계열에 24개 학과를 운영 중이다. 전공분야를 최대한 다양화하기 위해 학부제 도입을 연구 검토 중이다. 서울디지털대의 특성이나 비전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온라인대학, 고등교육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데 있다. 기존의 컴퓨터공학, 소프트웨어, 미디어영상 문화예술경영, 문예창작, 시각디자인, 생활환경디자인 등 모두 디지털 시대에 중요한 학과이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서울디지털대에서는 이 전공들을 모아 협동전공과정을 만들 계획이다. 학생들에게 두 개 이상의 관련학과를 이수하면 ‘4차 산업혁명 지도사 이수증’을 대학명의로 발급, 졸업증에 병기해주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학습시키고 훈련시켜 일반 직장이나 연구기관에서 믿음을 가지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 학생모집에 어려움은 없는지.

“아직까지 큰 어려움은 없다.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일반대가 어려워하는 여파가 온라인대학에도 조금씩 오는 것 같다. 우선 교육철학으로 볼 때 국내 대기업에서 묵묵히 일하는 고졸, 전문대졸 취업자들을 대상으로 4년제 교육기회를 주기 위해 뛸 것이다. 두 번째는 해외 한국인들, 이민을 간 해외 한국인들이 모국에 대한 감정과 생각을 버리지 않도록 한국화하는 역할을 ‘십이분’ 할 것이다. 한국인의 정서 중 소중한 것으로 고향과 모국에 대한 사랑, 즉 수구초심(首丘初心)을 들 수 있다. ‘해외 한국인들의 한국화’에 앞장서겠다. 잘되면 이것을 바탕 삼아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대표 온라인대학이 서울디지털대임을 알려나갈 계획이다. 국내외로 학생모집 인프라를 튼튼하게 구축하겠다.”

- 부사관 교육을 많이 위탁 중이다. 군인교육 분야에 집중하는 것 같은데.

“대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 간부로 입대한 학생들이 많다. 현재 우리 대학 군 위탁생은 580명이 넘는다. 일반 장병들에 대한 지휘관들의 인성,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가. 옛날처럼 상명하복 관계로는 한계가 있는 시대다. 일반장교보다 장병들과 밀접하게 생활하고 직접 지휘하는 사람들이 부사관인 만큼 원활한 대화와 소통을 위해 관련학습이 필요하다. 군인이라는 특성에 따라 대학은 온라인대학이 최적이다. 시험도 인터넷으로 하고 출석의무가 없다보니 군에서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추세다. 직업군인의 학습은 군대역량을 증가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의 방향성에서도 적합하다.”

- 서울소재 4년제 일반대학들이 공유대학 플랫폼을 만든다고 발표했는데.

“초기에는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으로 인정받았다. 지금은 많이 밀려났다. 교육문제로 들어가면 청소년은 인터넷 과몰입이 문제다. 다른 한편 고령자, 은퇴자들은 스마트폰, PC조차 제대로 못 쓴다. 이것도 양극화의 문제다. 그런데 지난 11일 공익사단법인 정이 주최하고 서울디지털대가 후원한 ‘디지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과제’ 심포지엄을 준비하다 보니 디지털기기를 교육에 이용하는 교육정보화는 한국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30여 개 국가 중 최하위였다.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밝혔는데 정말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인터넷과 디지털기기를 무조건 금지하고 제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학습 등에 제대로 이용하는 대안교육·전환교육이 시급한 실정이다. 개혁이라고 해야 할지 정상화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정부 정책 역시 디지털 기기를 교육에 제대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물줄기를 틀었으면 좋겠다. 온라인대학으로서 그 역할을 해나가겠다.”

- 4년제 대학은 교육부에서 프로젝트를 만들어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온라인대학은 정책이 있나.

“인터넷 강국인 만큼 온라인대학이 세계에서 맨 먼저 만들어졌다. 선진국에 비해서도 우리가 앞선 셈이다. 1990년대 말에 사이버대학 설립정책이 도입됐는데 이후 18년간 교육정책지원이 없었다. 지금 21개 원격대학이 있는데도 한국원격대학협의회는 법적 근거가 없다. 임의기구일 뿐이다. 온라인대학 정책지원 예산배정도 없다. 굉장히 놀랐고 실망했다. 지금까지 부족했다는 점을 인지하고 앞으로는 인터넷 강국으로서 온라인대학을 세계의 선두주자로 육성하는 정정책을 여러 기회를 통해 제언하겠다.”

- 김 총장께선 언론 생활하다 정치도 하고 방통위에서도 근무했다.

“동아일보 해직기자 8년을 포함해 언론에 26년 몸담았고, 정치학 강사 및 전임교수 20년, 국회의원 4년, 방통위 상임위원 부위원장 3년 등을 거쳐 대학총장으로 취임했다. 돌이켜보면 다양한 영역에서 일했는데 모두 공공성과 사회공익이라는 일관성은 유지됐다고 본다. 외길을 걷지 못한 것은 대학 재학 시 학생운동으로 제적, 동아일보 기자 당시 5·18 광주민주항쟁을 보도하기 위한 자유언론 운동으로 강제해직 등의 이력 때문에 완전히 타율적인 파란곡절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남다른 고생은 좀 했지만 결과적으로 극복했다고 생각하며 보람 있고 할 만한 일들이었다. 이곳저곳 다양하게 경험하고 대학으로 돌아와 하고픈 일을 하게 돼 좋다.”

- 당시 최고 수재들이 간다는 학과에 들어갔는데 꿈이 뭐였나.

“면접 때 받은 질문이 ‘우리 학과에 왜 왔는가, 졸업 후 뭘 할 것인가’였다. 당시 독립운동 및 개혁운동 지사류의 단연 1등 언론이어서 동아일보 기자를 하겠다고 했고, 공부가 잘되면 연구자 및 대학교수를 하겠다고 답했다. 목표는 사회개혁이었다는 점을 강조했고, 필요하다면 정치에 출마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대부분 그때 말했던 목표대로 거쳐온 것 같다. 다양한 영역을 돌아다녔는데 아직 뜻을 많이 구현하지는 못했다. 도전하고 시도했으나 아직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제 대학으로 들어왔으니 사회개혁을 위한 교육에 집중하겠다.”

- 정치학 전공으로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정치가 사회민주 핵심인데 한국의 당면과제는.

“칼럼을 쓴 기억이 나는데 리더 및 리더십만 강조하면 안 된다. ‘팔로어십’이 중요하다. 시민의식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국민의식의 감시능력이 부족해 민주주의가 방만해지는 경우도 많다. 언론을 포함해 국민의식 수준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교육계, 대학에서 할 일이 시민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일이다. 여기에 더해 정치지도자를 배출하는 사명감도 있어야 한다.”

- 인생의 목표가 있다면.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다가 대학에 안착했다. 대학에서 후진양성과 함께 대학의 사명, 즉 연구·교육·사회봉사를 중심으로 여기에서 보람을 쌓겠다. 대학에서 사회개혁, 국가발전의 역할을 후진양성을 통해 해나가겠다.”

- 한국대학신문이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고등교육 분야로 입성했는데 우리 신문에 대해 좋은 말씀 부탁한다.

“30주년이면 장년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대학전문매체니까 고등교육기관의 등대 역할을 해왔을 것이라 본다. 앞으로는 등대 역할보다 더해야지 않을까. 비전 있는 대학교육의 비판자, 조언자, 비전제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 김재홍 서울디지털대 총장(사진 왼쪽)과 이인원 본지 회장이 온라인대학의 발전에 대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한명섭 기자)

■ 김재홍 서울디지털대 총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박사를 취득했다. 미국 하버드대 니만펠로 언론연구과정을 수료한 후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서 26년을 지냈다. 이후 제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및 부위원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등을 역임했다. 경기대에서 정치전문대학원장으로서 후학을 양성한 바 있으며, 현재 (사)한국정치평론학회 이사장 및 공익사단법인 정 이사장을 맡고 있다.

<대담=이인원 회장 / 사진=한명섭 부국장 겸 사진부장 / 정리=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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