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좌담회 “4차 산업혁명 인식 과도, 피상적…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핵심 도달 못해”

신성호 前 총장 “학생, 산업사회 도구 아니야…안락하고 행복 영위하는 삶에 교육 초점”
양한주 교수 “ICT‧컴퓨터활용 문제해결능력 기반…인력양성에 필요한 재정투자 시급”
이길순 단장 “학생은 개인맞춤형, 대학은 개별화 정책…자율성 기반 일반재정 지원 방향”
조길복 부총장 “현장중심교육에 답이 있을 것…신기술교육 위한 교수자원 확보 필요”

▲ 본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전문대학이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지 논의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사진 =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본지는 지난 4월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고등직업교육 정책 제언 시리즈를 연재했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위원의 글을 시작으로 고등직업교육 차원에서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지를 담은 총 9회의 기획연재를 소개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메가트렌드가 교육환경에 미치는 여러 양상을 살펴봤던 이번 기획연재의 끝 순서로 전문가 좌담회가 지난 22일 서울 중림동의 한 북카페에서 마련됐다. 최용섭 본지 주간이 사회를 맡은 이번 좌담회에서 △신성호 前 아주자동차대학 총장 △양한주 동양미래대학교 우대교수(前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장) △이길순 신구대학교 특성화사업단장 △조길복 경남정보대학교 기획부총장 등 전문가 4인은 미래 시대에 요구되는 창의적 인재 양성 시스템에 대해 논의했다.

- 최용섭 주간: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고 있다. 산업사회의 변화는 물론 고용구조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여러 전공분야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말해달라.

이길순 특성화사업단장 = 아동보육과의 경우 양적‧질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선 양적으로 출생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대학 입학인구가 떨어지는 것처럼 유아부터 숫자가 줄어든다. 이들에 대한 양성 인력은 보육교사인데 보육해야 하는 어린이가 줄어든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인력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질적 변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집은 유아의 가정 외에 최초 교육환경인 만큼 보육현장에서의 영·유아가 미래 환경에 적응‧발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하는 곳이다. 따라서 영·유아를 보육하는 보육교사가 먼저 미래형 인재가 돼야 한다. 환경에 대한 이해와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지식‧적용능력, 교육효과를 높일 수 있는 테크놀로지 이용능력 등이 필요하다. 현재 아동보육과 학생들에게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교수방법, 코딩능력 등을 발전시킬 수 있는 교육과정과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

▲ 양한주 동양미래대학교 우대교수

양한주 우대교수 = 우선 산업‧직업의 주기가 굉장히 단축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평생 지속적인 역량개발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평생 직업을 몇 번씩 바꾸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두 번째는 정보통신기술(ICT)이다. ICT 활용 능력 요구가 증대될 것이다. 특히 고령층의 능력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직업은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자동화가 쉬운 중숙련 직업층부터 감소할 것이다. 반면 창의력이나 고도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고부가가치의 업무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3D 프린팅 등 스마트 기술의 발달로 메이커와 1인 인터넷 기업가 시대가 도래하는 자가 고용(Self employment)이 증가할 것이며 하이브리드 직업에 대한 선택도 늘어나게 된다. 온디맨드 경제, 플랫폼 기반 사업 활성화로 새로운 근로형태가 확산돼 일시적이고 독립적인 일자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디지털기술 기반 융‧복합화로 인한 산업구조 고도화와 직업세계가 변화하고, 결국 비즈니스 전 과정이 지능화를 기반으로 전면 디지털화되고, 산업 간 경계는 허물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조길복 기획부총장 = 미래요구 핵심역량인 창의력과 융합력을 배양시킬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을 강화하는 전인적 교육운영 체제로 변화를 시도할 때라고 생각한다. 전문대학은 전공 분야와 관계없이 기본적인 인문학 소양을 바탕으로 문제해결능력을 높이는 교육이 필요하다. 전공별 캡스톤디자인과 같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결과물로 구현하는 교과목, 문제해결능력과 창의성을 배양할 수 있는 프로젝트 교과목(PBL)과 교양교과목을 개발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경남정보대학교는 전공교육 향상 측면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유망기술인 3D 프린팅, 드론, 스마트 팩토리 등에 대한 기술교육을 위해 기존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3개 전공의 실험실 재설계를 통해 창의 융합존을 구축, ICT의 공통분모를 수행할 수 있는 신규 학과 개설을 계획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교육을 위해 3C(Case study, Convergence project, Capstone desine) 교과목을 개발해 학과 특성에 맞는 창의성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또 유망기술 교육을 위해 관련 공학계열 교육과정 개편을 추진 중이다.

신성호 전 총장 = 자동차 분야는 무인자율주행차를 주 관심사로 기술선점과 기술력을 통한 이미지 홍보가 주다. 완전 자율 주행자동차가 운행되는 시대는 아직 요원하다. 따라서 부품 생산과 차량 조립 생산에서 인공지능화의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자동화 단계를 심화시키고 있는 단계로, 자동화 설비 보전 인력의 수요가 점차 증대되고 있다. 대부분의 제조업도 이와 유사할 것이다. 자동차 정비 기술 분야에서는 정비 대상 기술의 상승은 있더라도, 정비 자체를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사람을 치료하는 직업이 있듯 로봇을 유지‧보수하는 치유전문가가 있게 될 것이라 예측한다. 전문대학 공업계 출신 학생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되지 않을까. 모든 제조업에도 공통적으로 포함되는 이야기다. 무인자율주행차가 있을 경우 정비 쪽에서는 더욱 안전이 중요해질 것이다. 정비의 고급화와 고기술화가 대두될 것이다.

- 최용섭 주간: 이미 분야별로 4차 산업혁명의 여파가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모바일 등 ICT의 급속한 발전은 인력양성기관인 대학에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문대학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 이길순 신구대학교 특성화사업단장

이길순 단장 = 교수자의 변화와 역량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 교육현장에서 학생에 비해 교수들의 디지털 문해력이 낮을 수 있다. 향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은 교육환경과 교육과정, 교육콘텐츠의 변화가 필연적이다. 미래사회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에서의 변화의 폭과 깊이는 상상 이상이다. 이는 교수들에 대한 재교육과 연수 등이 시급하다는 말로 연결된다. 교수학습법과 디지털 학습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교수들이 뒤떨어지고 변화하지 않는다면 학생을 미래 인재로 키울 수 없다. 옛날 방식으로는 바꿀 수 없다. 인식전환이 가장 필요하다.

신성호 전 총장 = 아직은 고등교육 전반에 대한 일반적인 문제나 석‧박사 수준의 4차 산업혁명 관련 전공분야의 R&D와 고급 인력의 양성‧확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전문대학은 직무, 즉 전공분야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의 영향도가 다르기 때문에 분야별 직무기술과 지식의 변화에 대한 예측 분석이 필요하다. 예컨대 공학분야는 지식, 기술의 변화가 크지만 보건이나 제과‧제빵‧조리, 미용 등의 분야는 상대적으로 변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미래 사회에서 요구되는 인재상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직업기초능력에 대해 예측되는 변화에 공통적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연재 과정에서 기고된 10가지 메타 지식과 디지털 역량 등의 강화를 위한 교육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직업기초능력 분야에 대해서는 이미 1990년대부터 소개되고 있는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의 변화를 통해 전공학습 과정에서 직업기초능력이 동시에 배양되는 방법을 공동으로 연구, 도입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전공분야나 직무에 따라서는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되고 있는 수업연한 다양화 등이 동반돼야 한다.

양한주 교수 = ICT 활용 능력 교육을 위한 교수 역량 개발이 필요하다. 정보의 수집과 생산, 가공, 보존, 전달, 활용하는 역량을 말한다. 어떤 분야에서나 모두 필요한 것이지만, 교수가 안 돼 있으면 안 된다. 그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조길복 부총장 = 먼저 전문대학이 직업교육기관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전문대학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4차 산업 핵심기술인 ICT를 활용할 수 있는 현장중심 기술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산업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과정 개발이 필요하다. 대학 특성에 맞는 인력양성 분야를 선정하고 전공별 필요 핵심역량 교육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교육과정은 실행이다. 먼저 교수 재교육 등 교수자원 확보와 시설 및 기자재 확보 등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는 많은 재정투입이 필요하다. 따라서 대학이 의지를 가지고 구체적 실행 전략을 세워, 단계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재정적으로 열악한 단위대학으로서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 대학 간 공유와 지역사회와 공유를 위한 대학경영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일부 일반대와 지역 전문대학의 경우 시설‧장비공동 운용 통합교육과정 운영, 학점상호 교류, 교수 공동 활용 등 비용절감을 위해 공유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전국적인 확산이 필요할 때다.

- 최용섭: NCS 기반 교육방법이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양성과는 배치된다는 의견이 있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생각은.

▲ 조길복 경남정보대학교 기획부총장

조길복 = 그렇지 않다. 단지 NCS 기반 교육과정이 급속히 도입됨에 따라 각 대학에서 외부 평가에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도입률 확대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또 NCS 기반 교육방법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한 것도 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NCS 기반 교육방법은 각 분야의 국가직무능력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교육방법이다. 국가직무능력은 해당 직무를 수행할 대상자가 자기 수준에 따라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단위별 요소를 나열한 것이다. 능력을 기본적으로 겸비하는 것은 직업인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소양이다. 교육부도 NCS 기반 교육과정 운영 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대학 자율성을 보장하고 평가방향을 질적 평가로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NCS 기반 교육운영의 수월성을 위해 4차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직무표준 개발과 각 전공에서 요구되는 신기술교육, 창의성 교육 등을 대학 특성에 맞게 자체 개발해 운영하면 될 것이다.

양한주 = 반드시 배치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주제에 따라서는 교수학습방법을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Mathematics) 교육으로 할 수 있는 여건만 조성된다면 NCS 교육으로도 창의적 인재양성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학습자 수가 일정 숫자 이상이 되면 불가능하다. 20~30명을 놓고 어떻게 교육을 하겠나. 토론식도 불가능한 수준이다. 여건만 조성된다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신성호 = NCS는 근본적으로 산업사회에서 요구되는 직무수행능력인 지식과 기술, 태도에 대해 표준화한 역량중심 교육 내용이다. 완전히 배치된다고 할 수 없다. 단지 기존 산업사회 ‘표준화’라는 것과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의 ‘다양성’이나 ‘유연성’과의 배치가 모순된다고 오해할 수 있다. AI사회는 초연결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지식과 기술의 ‘표준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표준화된 기술에 대한 ‘숙련성’의 학습으로 인해 문제해결능력과 창의성 등에 필요한 교양기초 및 전공기초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알맞은 배분을 위한 교육과정의 개발이 필요하다. 물론 문제해결능력과 창의성, 비판적 사고 등 태도나 직업기초능력과 관련된 항목들은 사회의 변화에 맞춰 수정되고 더욱 강조돼야 할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전공학습과정에서 팀 프로젝트 등을 도입하고, 교수자의 역할을 티칭보다는 멘토링이나 퍼실리테이팅 등으로 전환한 교육시스템을 개발‧도입해왔다.

이길순 = 도입 과정에서 전문대학들이 모든 전공에 너무 무리하게 적용하려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특수한 직무 교육과정 개발 툴로서 볼 때에는 괜찮다. 이 또한 강제할 것이 아니라 전공별로 채택할 수 있다. 예컨대 디자인 등과 같은 분야에서는 표준화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 창의력을 요구하는 분야는 적용이 곤란하다는 말이다. 문제는 많은 변화 부분에서 기술적 변화가 주도한다고 볼 때 특정기술 교육에서 NCS 기반 교육과정이 더욱 유용할 수 있다.

- 최용섭: 고등학교 1학년은 이미 2015 개정교육과정의 적용을 받아 통합교과목 운영을 포함한 문·이과 통합, 평가방식의 변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2년 후에 약 16만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전문대학에 들어올 것이란 예상이다. 전문대학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조길복 = 2017년 교육부 ‘대학 학사제도 개선방안’을 잘 활용하면 될 듯하다. 다학기제 허용 등 학사제도 유연화, 융합(공유)전공 도입 등 창의․융합 교육 확대, 시공간 제약 없는 이동․원격수업 제공 등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행정적 조치를 사전에 해야 한다.

양한주 =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개편‧운영되는지 분석한 전문대학은 하나도 없다고 보면 된다. 우선 이것부터 분석해야 한다. 전문대학 교육과정 역시 이에 맞춰 운영돼야 할 것이다. 고교 졸업생이 입학하려면 그전에 걸맞은 교육과정으로 개편돼야 한다.

▲ 신성호 前 아주자동차대학 총장

신성호 = 이미 많은 전문대학들이 신입생 선발에서 문‧이과 구분을 하지 않기 때문에 당장 어색하게 다가올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전문대학의 교육이 정상화되고 사회에서 요구되는 역량 있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직무별로 전문대학 진학 뒤 필요한 교양과목의 선이수제도 등을 정상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아울러 고등학교에서도 해당 과목의 이수와 관련해 엄격한 학사관리가 되도록 요구돼야 한다.

이길순 = 고등학교 1학년부터 통합교과목을 운영하고 통합평가 방식을 채택한 세대다. 지금의 학사운영 체제와 제도가 대폭 유연해져야 한다. 학과 간 장벽을 허물고, 모집단위별 칸막이도 제거해야 한다. 데이터 기반의 대학행정을 통해 학생과 교수가 하는 모든 교육활동이 데이터베이스화돼야 하고,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맞춤형 교육지원 가능 대학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교수자에 대한 투자와 행정시스템 기반 구축이 마련돼야 한다.

- 최용섭: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대학에서의 인식 또는 준비도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이길순 = 막연하게 이해하고 두려움 속에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지만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구체적 방향과 방안에 대해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다.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직무‧전공별 상세한 프로그램으로 계획돼야 한다. 성급하게 해서는 안 된다. 고용시장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는데 드론학과 만드는 것은 낭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자칫 미흡한 인력만 배출할 수도 있다. 기반을 튼튼하게 해놓는 작업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교수학습법과 콘텐츠,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하는 것이 지금 할 일이다.

양한주 = 인식도·준비도는 매우 미흡하다. 준비하기 위한 재정투자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금 교원의 재교육이 가장 시급한 상황이지만 이를 위한 재정투자 능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새로운 전공 분야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학과에 필요한 기술, 지식이 결국 ICT 기반으로 접목될 뿐이다. 교육은 빨리 가야 한다고 보이지만, 실제 수요에 맞춰서 가야 한다. 조금 늦게 가더라도 교육은 어느 날 갑자기 뒤집어서 가는 것이 아니다.

조길복 = 최근 대학 교육의 최대 화두는 단연 4차 산업혁명이다. 특히 기술변화에 따른 직업구조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것에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단지 불확실성, 방향성에 대한 모호성이 상존하고 있어 대학 또는 학과 차원에서 인력양성 목표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유망기술 분야로 인정되는 3D 프린팅, 드론 등을 활용 교육을 위해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는 전문대학이 확대되고 있다. 변화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방향성에 대한 모호성에 따라 교육과정을 급격히 변경시키는 것보다는 새로운 인력양성 분야를 선정하고 3D 프린팅, 드론, IoT 등의 기술을 익혀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변화된 사회의 요구를 경험해보지 않은 교수자의 변화가 더 절실하므로 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경남정보대학교는 3D 프린터, 드론, AR‧VR 등 장비를 중심으로 하는 창의 융합존을 구축해 4차 산업혁명에 중심이 되는 전공(자동차, 전자, 컴퓨터 등)의 공동실험실을 운영하고, 전공 간 공유를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며 교수의 현장지원 및 연수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신성호 = 대학의 리더들의 인식은 과도하나 피상적이고,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핵심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인공지능과 재료기술, 생명공학 등과 같은 초첨단 기술의 선점 등 국가적‧기업적 경쟁력 차원에서 인재 확보에 대한 걱정, 그리고 미래에 없어질 직업과 인간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걱정 등이 주 관심사인 것 같다. 일반 구성원들에게는 이마저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 최용섭 본지 주간

- 최용섭: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전문대학이 양성해야 하는 인력유형과 이를 위해 변화돼야 할 정책이 있다면 말해달라.

이길순 = 이번 기본역량진단에서 일반재정 지원을 이러한 측면으로 해야 한다. 대학의 자율성을 높인 것은 정부의 재정지원 프레임을 바꾸는 좋은 모델이라 생각한다. 이제까지 교육부의 정책은 재정지원으로 방향을 유도하고 일정한 구조하에서 ‘평가’하며 일률적 틀에 가둬 통제력을 높여왔다. 하지만 학생에게 개인맞춤형이 필요하듯 대학도 개별화 정책이 필요하다. 이것은 자율성 기반 하에 재정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단기’에서 ‘장기’로 변화해야 한다.

조길복 =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인력유형을 특정 하는 것은 답이 없다. 현장중심교육에 답이 있을 것이다. 특히 변화하는 산업현장에 맞도록 신기술교육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교육과정을 개편, 운영해 기본에 충실한 인재양성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교육과정은 실행이다. 대학의 의지와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신기술교육을 위한 교수자원 확보가 필요하다. 교수자 재교육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확대, 산업체 현장연수 확대 등이 요구된다. 해당 기술 전문가를 신규 채용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또 교육시설 및 기자재의 확보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대규모 재원이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전문대학 대부분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노력하고 있는 전문대학에 정부차원 재정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은 대학 특성에 맞는 신규 인력유형을 선정하고, 이를 위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최선을 다하며, 정부에서는 이러한 대학에 재정을 우선 확대·지원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의 수립을 제안한다.

양한주 = ICT 활용능력과 컴퓨터 활용 문제해결능력을 기반으로 해 급변하는 산업과 직업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자기역량개발을 하면서 융‧복합 분야의 문제해결능력과 창의력, 협업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인력양성에 필요한 재정투자가 시급하다.

신성호 = 전문대학 전체에서 배출되는 인재들의 직무별 구성으로 판단할 때, 공학계열 등 일부 직무를 제외하고는 지식‧기술 측면에서 엄청난 변화는 없을 것이다. 수업연한과 학제의 유연성이 도입돼 직무별 필요한 지식‧기술을 충분히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마이크로 디그리 등을 위한 평생학습 체제도 도입돼야 한다. 단 직업기초능력의 변화에 대해서는 보다 심각하게 준비해야 한다. 현재에도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완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성격윤리 중심 인성 교육보다는 보다 근본적으로 성품윤리 중심의 인성교육이 될 수 있는 국민교육체계가 구성돼야 한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 부서가 초‧중등 단계 직업기초능력에 대한 교육과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오늘날 학생들이 산업사회의 도구로서 역량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한 인간으로서 그 사회의 일상생활에서 적응해 안락하고 행복을 영위할 수 있는 가치관 형성과 삶의 방법에 대한 교육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 최용섭: 장시간 말씀 감사드린다. 좌담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기술변화가 이미 교육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체감온도는 대학이나 학과 그리고 전공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라는 메가트렌드는 이러한 차이를 넘어서는 파급력을 갖고 있다. 참석자 모두가 인정하듯이 미래인재 양성에 필요한 교수진의 교육역량 개선이 급선무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더해 교육과정 및 교수학습방법의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ICT와 연동된 교육이 실행될 수 있도록 교육환경개선은 물론 필요한 실험실습장비도 보완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직업교육분야에서는 무엇보다 기본이 중시돼야 할 것이다. 기본을 무시한 창의나 융합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좌담회를 통해 모든 대학들이 단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어떻게 넘을 것인지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야 함을 느낄 수 있었다. 4차 산업혁명은 미래의 어느 날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 현재진행형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좌담회를 마치겠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