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무서 기자

대학의 명운을 가르는 이번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대학의 주인인 학생은 철저히 소외된 채 오히려 일방적 ‘린치’만 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대학을 지표와 보고서로 평가해 정원 감축 권고 없이 일반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율개선대학과 제재가 내려지는 역량강화대학·재정지원제한대학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재정지원제한대학은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이 제한된다. 재정지원제한대학Ⅱ유형은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의 혜택을 일절 받을 수 없다. 2단계 진단대상 대학은 40개교로 2017년 대학알리미 기준 재학생이 19만3845명인데, 추후 평가를 통해 이 인원의 10%만 해당된다고 가정해도 내년에 약 2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재정지원제한대학 재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장학금·학자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역량강화대학이 된다 해도 문제는 있다. 재정지원은 받을 수 있지만 대학이 정원을 감축해야 하기 때문에 학과 통폐합으로 인한 혼란을 고스란히 학생들이 떠안아야 한다. 결국 학생 입장에서는 소속 대학이 아무리 좋은 결과를 얻어도 현 상황과 똑같은 본전일 뿐, 학생들을 위한 혜택이 발생할지는 미지수다.

이 진단은 대학이 대학답게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실시되고 있다. 지표를 보면 일반대 기준 △발전계획 및 성과 △교육 여건 및 대학운영의 건전성 △수업 및 교육과정 운영 △학생 지원 △교육 성과 등으로 학생이 참여하거나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없다. 게다가 2단계 지표인 대학 운영의 건전성과 최종 자율개선대학 여부를 가르는 부정·비리는 대학 경영자와 부정·비리 당사자의 잘못이지 학생들의 탓이 아니다.

심지어 학생들은 이 진단에 제대로 된 의견 제시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해 입학금폐지 협상에서 학생이 한 주체로 참여하고 최근 진행되는 대입개편 공론화 과정에서 학생의 의견을 듣는 장을 따로 마련한 것과 비교하면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학생들에게 참여의 문턱이 높았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데 반해 대학 수는 많고 국가 차원에서 고등교육의 질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이 필요한 것은 맞다. 다만 이 진단의 주체는 명백하게 교육부와 대학, 대학 중에서도 대학 경영진이다. 진단의 결과가 좋지 않다면 그 책임도 평가의 주체들이 떠맡아야 한다. 대학의 실책이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지는 현 제재 방식은 불합리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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