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솔 민달팽이유니온 사무처장

청년 임대주택 공급 정책을 두고 지역 주민들은 ‘빈민 아파트 정책’이라고 폄하하며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전월세 상한제, 계약 갱신청구권을 요구해온 지는 몇 십 년이 됐지만 통과는 요원한 상태다. 상당수의 정치인들이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외쳐왔지만, 정작 근본적인 문제점을 모색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해 집행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안타깝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서울시에서 발표한 ‘청년주거 및 생활안정 지원’ 정책에 따르면,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을 제외하면 매입임대, ‘한 지붕 세대 공간’ 등 정책은 물량이 200호 수준에 머물렀다. 서울의 청년 주거빈곤율이 40.4%에 이르는 상황에서 몇 백 호 남짓한 주택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의 경우 사업 규모는 크지만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민간사업자를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시세를 기준으로 임대료가 책정돼 청년들이 입주하기에는 불가능하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청년주택’이라는 좋은 정치적 수사만 가지고는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다. 과거 민자 기숙사 논란 때와 같이, 서울시가 ‘손 안 대고 코 푸는’ 방식의 선례를 남기게 될 가능성 역시 다분하다. 비단 서울시뿐만 아니라 어떤 지방정부에서도 실질적인 청년 주거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생색내기식 소량 공급 정책만 즐비하다. 올해 지방선거에서도 민간임대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실효성 있는 청년주거정책이 나오지 못한 이유는 과거 정책의 패러다임만을 답습해온 기존 정치 구조의 영향이 크다. 더 이상 건설 경기 부양과 매매 위주 시장 정책, 그리고 주택 소량 공급으로는 새로운 주거문제를 풀 수 없다.

이미 높아진 주택 가격과 시한폭탄과도 같은 가계부채,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20~30대 세입자의 주거빈곤율의 시대에서, 4인 가구 아파트 중심의 자가 소유 촉진 정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권한을 활용해 투기심을 억제하고 세입자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각종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할 때다.

더불어 청년 주거 빈곤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지방정부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변하고 있는 주거 문제를 직시하고, 주거 불평등으로 인해 온전한 삶의 보장을 받고 있지 못한 청년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지방 정부 차원의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이전과는 다른 선도적인 정책 수립이 절실한 지금이다. 포장만 그럴싸한 정책이 아니라, 청년의 삶에 주목하는 지방정부를 바란다. 그로 인해 청년에게 집이 짐이 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