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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행정⑨] 행정의 생산성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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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01  21: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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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일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관리행정’ 조직은 노동력 등과 같은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움직이고 그렇지 않으면 멈추게 된다. 그리고 관리행정의 방법은 다양하며 그 각각의 성과를 생산성(P) 개념으로 생각해 볼수 있다. 지금 수행하고 있는 관리행정의 방법을 A라 한다면 그에 따른 생산성은 P(A)가 된다. 만일 지금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B가 있다면 그에 따른 생산성은 P(B)이고, 이는 P(A)보다 높을 것이다. 방법B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과 성찰을 통해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방법을 찾았다고 해서 관리행정의 방법이 어느 날 갑자기 A에서 B로 바뀌지 않는다. 분업화된 시스템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밀려드는 업무를 정해진 규정과 관행에 따라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반복하도록 구조화돼 있기 때문이다.

변화를 위해서는 관리행정 시스템 자체를 진단해 의사결정을 하는 또 다른 조직적 기능이 필요하다. 이것은 ‘행정을 한다’는 것의 의미에 포함된 또 다른 중요한 일이다. 관리행정이 몸을 쓰는 일이라면 ‘의사결정 행정’은 머리를 쓰는 일이다. 의사결정 행정은 지속적인 행정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현실에 순간적으로 관여해서 영향력을 미친다. 물론 어떤 의사결정이 있기까지 수많은 사전 조사와 연구 그리고 결정권자의 냉철한 직관력을 위한 경험 축적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최선의 의사결정을 위한 과정이지 구체적인 실천 행위가 아니다.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과감한 의사결정을 통해 관리행정의 방법을 극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의사결정은 물론 올바른 결정이 무엇보다 필요하지만 결정의 때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일을 신속하게 결정해야 하는지(그때를 T1이라 하자), 아니면 신중하게 생각한 후 나중에 결정해도 되는 일인지(그때를 T2라 하자)는 사안에 달려 있다. 결정의 시기를 잘못 선택하면 행정비용이 커지거나 조직에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T1의 시점에서 관리행정 방법B가 가능한데도 T2의 시점이 돼서야 방법A에서 B로 전환했다면 그 비용은 두 방법에 대한 생산성의 차이(P(B)-P(A))에다가 결정을 못하고 머뭇거린 기간(T2-T1)을 곱하면 계산할 수 있다.

연구비 관리업무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정부는 최근 종이영수증 보관(방법A)을 폐지하고 전자영수증 보관(방법B)만으로 가능하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했다. 물론 이 조치로 관리행정의 생산성은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이 조치를 1년 전 또는 그 이전에 시행했다고 가정하고 지금의 방법과 비교해 생산성의 차이를 계산해볼 수 있지 않을까? 행정의 생산성은 계량화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조건에서 각각의 행정 투입 비용을 계산해 역산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매년 예산・기금 사업비를 집행할 때 발생하는 종이영수증은 약 4800만건이라고 한다. A4 용지 한 장에 한 건의 영수증을 붙인다고 하면 그 용지 비용만 매년 4억8000만원(1장당 10원으로 계산)이 된다. 여기에 연구자의 손에서 기관의 과제 파일에 첨부되기까지의 과정, 창고 보관기간 등의 직접적 비용과 연구자의 연구력에 영향을 미치는 간접적 비용도 계산할 수 있다. 이렇게 계산된 값은 관리행정에서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비용이고 행정적 저항값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저항을 안고 행정을 지속하는 것은 핸드브레이크를 잠그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 운행 중인 자동차에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서야 핸드브레이크를 잠그고 운전했던 사실을 알았던 필자의 초보운전 시절이 있었다. 지금 필자의 행정이 그와 같은 우를 범하고 있지 않은지 두렵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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