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오 본지 논설위원/ 선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2018년 3월 교육부는 개정된 유학생 관리지침을 각 대학으로 송부했다. 중요한 내용은 시간제취업(아르바이트)에 관련된 부분과 비자연장을 위한 잔고증명에 대한 것이다. D4 비자 즉 한국어연수과정의 비자를 가진 학생들은 토픽(한국어능력시험) 2급 이상이 있어야 아르바이트가 가능하고 아르바이트 시간은 일주일에 20시간으로 제한하며 아르바이트 장소도 6개월에 1곳으로 제한하고 있다. 토픽 2급 조건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한국어도 제대로 못하는데 아르바이트에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면 분명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시간제한과 장소제한은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의 유학생들 대부분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학비 일부와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하면 심각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전에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20시간 주말이나 방학 중에는 제한 없이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었다. 이제는 정상적인 아르바이트를 통해서는 학비와 생활비 마련이 매우 어려워진 것이다.

시간제한까지는 이해를 해준다 하더라도 6개월 동안 한곳에서만 아르바이트가 가능하다는 것은 탁상공론에서 나온 가혹한 조항이라 생각된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에서 사정이 생겨 더 이상 채용을 하지 않는다면 그 학생은 6개월 동안 다른 아르바이트를 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규정인지, 무엇을 위한 규정인지 한숨만 나온다. 아무리 선량한 학생이라도 아마 그런 사정이 생기면 규정을 위반해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은행잔고증명의 제출 역시 규정이 매우 어렵게 변경됐다. 유학생들이 잔고증명을 위해 사채를 빌려쓰기도 하고 문제가 있기 때문에, 주거래 계좌를 지정하고 부모로부터 송금을 받은 비용과 정상적인 아르바이트를 통해 조성된 금액은 인정을 해주고 그 외에는 인정을 해주지 않는다. 사실 사채를 써서 문제가 되는 유학생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오히려 이렇게 강화된 규정에 의해 눈물 흘리게 될 상당히 많은 유학생들이 눈에 선하다. 아르바이트를 제한하게 되면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단속하기란 매우 힘들다. 하지만 비자연장 때 잔고 증명을 통해서 이를 통제할 수가 있다. 어떤 전문대학 유학생이 비자연장을 위해 형이 준 비용으로 연장신청을 했더니 규정위반이라고 비자 연장을 거부했고 그 학생은 어쩔 수 없이 학교를 이탈해 불법체류자가 됐다고 한다.

베트남 등에서는 1% 인증대학의 인기가 선풍적이다. 이 대학은 한국대사관의 비자인터뷰 없이 한국에서 전자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으로 입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비자 준비를 위해 한국어도 열심히 공부하고 서류 준비도 착실히 해야 했으나 1% 인증대학은 이런 것이 거의 필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돈, 돈만 내면 D4 비자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고등학교 성적이 바닥권이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0년 이상 된 학생들도 1% 인증대학에 입학허가서만 있으면 한국에 올 수 있게 된다. 이런 학교의 베트남 입학설명회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나이도 상관없어요, 학점도 상관없어요, 지역도 상관없어요, 돈만 내면 한국가요.” 페이스북에 공공연하게 나도는 선전문구다. 이런 학생은 한국에 와서 불법체류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정상적인 고교졸업생들도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지고 어학연수비자 D4를 받아서 한국에 오고 있다. 새로운 시간제취업 관련 규정은 2018년 10월 1일부터 효력을 발휘하며 이 규정이 강력하게 적용된다면 베트남 D4 유학생들의 90%는 바자연장을 받지 못하게 되고 대량의 불법체류자가 양산될 것이다. 비록 가난하지만 주경야독의 꿈을 가지고 한국을 찾았던 선량한 학생들도 상당수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는 분명하게 유학생관리지침을 개악하는 데 공헌한 대한민국 정부 부처들에도 책임이 있을 것이다. 한국어만 잘하면 고액연봉을 받으면서 베트남 내에 있는 한국회사에 취업이 가능하다. 베트남 국립대를 졸업한 학생들이 30만원의 월급을 받을 때 한국에서 유학을 마친 학생들은 100만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소망을 가지고 친지들로부터 돈을 빌려 한국을 찾은 학생들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관리지침에 의해 꿈이 좌절되고 말 것이다.

교각살우(矯角殺牛) 소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이다. 소뿔이 좀 잘못 나더라도 일도 잘하고 밥도 잘 먹는 선량한 소를 굳이 주인의 뜻대로 만들려다 죽이는 우를 지금 대한민국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규정이 정상진행되기 전에 선량한 학생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보완 및 개정되기를 희망해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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