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대학별고사 연구팀장

자소서 자율문항 4번은 ‘지원동기, 전공과 관련된 노력, 입학 후 학업계획, 졸업 후 진로계획, 독서(서울대)’ 등을 1000자 또는 1500자 이내로 작성하는 문항이다. 이 다섯 가지 내용은 모두 면접과도 밀접하게 관련 있는 문항이어서 매우 중요하다. 자소서 1, 2, 3번 문항은 공통이지만 4번 자율문항은 대학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작성을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4번 자율문항을 제대로 마무리gkwl 못하고 시간에 쫓겨 부실하게 제출하는 수험생이 많다.

서울대 4번 문항은 독서활동이다.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을 3권 이내로 선정하고, 선정 이유를 단순한 내용 요약이나 감상이 아니라, 읽게 된 계기, 책에 대한 평가, 자신에게 준 영향을 중심으로 기술해야 한다. 독서활동에서는 자기주도적 도서선별 능력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새빨간 거짓말, 통계》를 읽고 어떤 점을 느꼈다고 쓰기보다는, 메르스 관련 신문기사를 읽은 후 통계의 오류에 호기심이 생겨 이 책을 읽었다고 기재하면 자기주도적 도서선별 능력이 더 돋보인다. 그 다음엔 관련 독서 이력을 확장하는 것이 좋다. 《새빨간 거짓말, 통계》를 읽은 뒤 《통계의 미학》《괴짜 통계학》과 같은 책으로 관련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독서활동을 한 후에 대학 새내기들이 많이 보는 기초 통계학 분야 책으로 독서 이력이 점프하는 식이다. 제대로 된 독서활동을 한 지원자를 싫어하는 대학은 거의 없다. 다만, 읽지 않은 책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책을 목록에 넣으면 면접을 통해 검증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서울대 도서 3권은 전공과 관련된 교양도서와 심화도서 그리고 융·복합적 능력이 돋보이는 다양한 분야의 지적 호기심과 관련된 도서로 3권을 선별하는 것이 좋다.

지원동기는 대학과 모집단위를 선택한 이유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도록 작성해야 한다. 특히 전공분야에 대한 학업역량과 포부가 드러나야 한다. 상투적이고 거창한 지원동기보다는 모집단위에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준비한 과정을 중심으로 서술해야 한다. 지원한 전형에 대한 이해도 필수다. 지원동기는 대학 입학 후의 학업계획과 진로계획을 염두에 두고 쓰는 것이 좋다. 거기에 대학의 인재상을 녹여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자신이 대학에서 원하는 인재라는 점을 보여주면 된다. 다만, 개요를 잡을 때 학업계획과 진로계획보다 지원동기를 더 강조해서 써야 하고 분량도 많아야 한다. 학업계획 및 진로계획을 세울 때는 먼저 대학에 입학한 후 무슨 공부를 하고 싶은지, 진로를 실현하기 위해 대학에서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 좋다. 그 후 복수전공, 연계전공, 전공세부영역, 취득 가능 자격증, 대학원 과정, 졸업 후 진로, 취업 등의 정보를 학과 누리집에서 찾아본다. 학업계획을 세울 때는 단순한 학년별 교육과정을 나열하거나 대학생으로 해보고 싶은 일을 언급하기보다는 대학 입학 후 정말 해보고 싶었던 관심 분야 공부 계획을 짜야 한다. 졸업 후 진로계획은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막연한 포부가 아닌 학업계획의 연장선상에 있어야 하며 장기적인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4번 문항의 중요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1번 문항은 학습법을 바꿔 성적을 올린 경험을 대부분 기술한 내용이 많아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2번 문항의 교내활동도 학생부종합전형이 10년째 접어들며 학교마다 활동들이 대동소이해졌다. 3번 문항은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거의 없다. 따라서 4번 문항을 대학에서 중요하게 활용하고 있다. 4번 문항은 현재의 자소서 문항으로 통일되기 전의 2014학년도 이전 1, 3, 4번 문항이 섞여 있다고 보면 된다. 지원동기, 학업계획, 진로계획, 전공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을 주로 묻고 있어 지원자의 포부와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볼 수 있는 항목이므로 중상위권 대학들이 4번 문항을 앞다퉈 추가하거나 변경하고 있다. 평가자는 4번 문항에서 지원자의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 자기주도성을 두루 살펴보고 있으며, 대학과 모집단위에 대한 충성도도 중요하게 확인하고 있다. 대학의 니즈(Needs)가 가장 잘 반영된 항목으로 볼 수 있다. 진로가 변경됐다면 4번에 기술하는 것이 무난하다. 평가자는 진로 희망이 변경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지원한 전공을 왜 선택했는지, 자신이 어떤 의미에서 해당 전공에 적합한 인재인지, 앞으로 자신이 가려 하는 진로에 해당 전공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만약 진로 희망이 변경돼 자신의 활동 경험과 지원 전공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왜 이 전공을 선택했는지’ 평가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

또, 4번에서는 지원자의 비전을 드러내야 한다. 단기목표가 아닌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서울대 생명공학과에 입학하고 싶다는 것은 단기 목표다. 이 학과에 들어가서 앞으로 무슨 일을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지가 장기적인 비전이다. 이 문항에 대해 학생들이 범하는 오류는 크게 세 가지 정도다. 첫째는 ‘세계평화형’이다. 학생들은 지원동기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쓰지 않고 너무 거창하게 쓴다. 세계평화에 기여하겠다, 노벨상을 수상하겠다는 식으로 쓰면 지원동기가 그려지지 않는다. 둘째는 ‘교육과정 나열형’이다. 학과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베껴쓰는 형태다. 셋째는 ‘무미건조형’이다. 상투적인 지원동기를 쓰는 유형이다. 부모나 친지의 지병을 계기로 의대를 지원했다거나, 레고나 과학상자에 심취해 공대에 지원했다는 지원동기는 식상해서 평가자의 눈에 띄기 어렵다.

끝으로, 4번 문항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역시 ‘지원동기’다. 왜 이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지 ‘Why’가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 그 다음에는 얼마나 이것을 하고 싶은지 ‘How much’를 적극적으로 강조해야 한다. 평가자가 지원자에게 가장 궁금한 내용은 대체 가능한 지원동기가 아닌 반드시 우리 대학과 학과에서 공부해야 하는 동기다. 4번 문항을 본 원고의 자소서 공통문항 1, 2, 3번 전에 배치한 이유다. 가장 중요한 4번 문항을 수시 원서 접수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허겁지겁 쓰는 오류를 범하지 말자.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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