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락 전주비전대학교 국제교류부 센터장

미국의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에서 인류의 역사는 0.1% 창의적인 인간과 그를 알아보는 0.9% 통찰력을 가진 인간들이 이끌어 왔다고 했다. 일반적인 대중은 인류 문명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했다고 믿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며 인류 문명사는 0.1% 천재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그것의 잠재력을 알아본 0.9%의 통찰력 있는 소수가 협력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리고 99% 대중은 그들이 창조해낸 혁신의 혜택만을 보는 수동적 인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예로 첫째, 산업혁명 당시 영국에서 발명된 방직기계는 모직 생산 혁명을 불러왔는데 당시 그 모직기계를 발명한 것은 소수 창의적 0.1%였지만 그것을 이용해 부를 일궈낸 그룹은 방직기계의 잠재력을 알아본 0.9% 통찰력을 가진 그룹이었다. 모직기계 보급으로 인해 양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을 눈치챈 0.9%는 감자 농사를 짓던 농장을 양털 목장으로 탈바꿈시켰고 때맞춰 폭증한 양털에 대한 수요 덕분에 어마어마한 부를 일궈냈다.

둘째, 영국에서 발명된 자동차가 미국으로 건너가 헨리 포드에 의해 공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은 비싼 가격과 기차에 비해 소수만이 탈 수밖에 없다는 비효율성을 들어 절대 팔리지 않을 거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대량생산 체계를 창안해 생산비용을 절감, 자동차 산업의 대중화를 이끌어냈다.

셋째, 포드처럼 자동차를 발명하고 대중화시킬 창의적 능력은 없지만 자동차의 가치를 알아본 통찰력 있는 사람이 록펠러였다. 록펠러는 자동차의 대중화가 등불을 밝히는 데 사용되는 고래 기름 대체재였던 석유의 수요를 불러올 것으로 예측하고 미국 전역에 주유소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때 선점한 석유 시장 선점 효과로 세계적인 사업가가 됐다.

창조적 능력이 있는 0.1% 안에 들어가려면 신의 선택을 받아야 하니 그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통찰력과 직관, 약간의 용기와 지혜만 있으면 0.1%의 창조물을 재해석할 수 있다. 플라톤의 주장처럼 이성이 용기의 도움을 받아 열정이라는 욕망을 불사른다면 가능한 일이다. 만약 그것마저도 어렵다면 재빨리 변화에 올라타는 민첩함을 보이면 될 것이다.

대학이 처한 현재의 상황과 관련해 미래 예측을 위한 논리적인 방법 중 하나는 반복되는 역사를 통해 해답을 찾아보는 것이다. 산업혁명이 발생했던 18세기 영국처럼 학령인구 감소로 미래 예측이 어려운 대학 환경에서 많은 추측과 말들이 난무하지만 아직은 모두가 공감할 대안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인물들이 그랬던 것처럼 통찰력을 통한 과감한 판단이 대학의 앞날을 좌우하고 변화시킬 것은 분명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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